한 소설이 발표되고 그것이 영화로 되고 나서 그 내용이 사회문제화 되더니 여파는 수개월째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이제는 한쪽에서는 과도하게 표현되었다고 경찰조사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다른 쪽에서는 소설을 두고 사실수사의 잣대를 들이대는 못 말리는 사람들이라며 비판한다. 그러나 소설의 내용을 두고 이제껏 흥분하며 정의감을 보였던 사람들은 또 무엇인가.
한국사회에서 소설은 이미 거짓말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그 위상이 낮아져 있다. 소설의 내용을 두고 사실처럼 믿고 흥분하는 것이나 그 소설의 사실성을 문제 삼는 것이나 문화상식에 어긋남은 상식이다. 그러나 소설이 존재하는 이유는 거짓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소설은 인간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기 위하여 사건을 인용하되 그 배경을 접해보지 않은 많은 독자의 공감을 위해 상당한 보편화의 개조를 거쳐 주제를 강조하고 배경소재의 특수성은 최소화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허구의 소설이 탄생하는 것이다.
소설로 인해 사회에 어떤 문제의식이 발제된다면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이고 공통성이 있는 문제여야 한다. 어느 특정사건을 두고 특정인물이나 특정집단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설은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 설령 특정인 혹은 특정집단이 지극히 비도덕적이어서 사회고발을 해야 한다면 언론에서 취재하여 보도하고 필요하면 심층 다큐멘터리를 내보내면 된다.
이렇듯 일반기자가 해야 할일을 '최고의' 소설가가 한다는 것은 그만큼 오늘날 한국의 소설이 소설 나름의 깊이를 잃고 선동성르포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문학인이라면 실로 부끄러워해야 할 상황이다. 소설가의 그러한 르포가 불가피한 일이었다면 그런 엄청난 일을 이제껏 사회문제화 시키지 않은 기자들이 부끄러워할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난 좌파정부 10년을 거쳐 심화되어 온 문화의 타락과 선동도구화를 막거나 개선할 생각이 전혀 없이 이명박정부는 3년 그리고 1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 농수산부 지경부 등과는 달리 당장 표시가 나지 않는 문화부는 이명박정부가 측근에게 베푸는 '떡'의 역할로 '순항'하고 있는 것이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