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국에서 '성장이냐, 분배냐'가 논란이 될 때가 많다. 분배는 경제 성장의 한가지 원인이다. 또 분배나 복지는 경제 성장의 목적이기도 하다. 잘 처먹고 잘 사는 거 말이다. 이거 상식맞냐?
A: 아니다. 분배나 복지가 경제성장의 목적이 아니다. 잘 쳐먹고 잘 사는 것이 경제의 목적이다. 심지어 성장조차도 잘 쳐먹고 잘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특히 복지는 단지 비상수단일 뿐이다. 어떤 수단이든 수단은 수단일 뿐이고, 수단은 상황에 따라 선택될 뿐이다.
Q: 이익 우선'이란 말은 인민을 호도하기 쉬운 후진국에서 주로 하는 말이다. '경제성장이냐 민주주의냐'란 말이 그래서 나온 것 아니냐?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원인으로 경제성장을 할 때 그 사회에 민주주의가 잘 되어 있으면, 즉 사회적
신뢰 수준이 높으면 경제성장이 더 잘 되는 것이고, 민주주의가 잘 되어 있을 때 경제성장도 되는 것 아니냐? 닭이냐 달걀이냐의 문제와도 비슷한 것인데, 굳이 따지자면 민주주의가 우선이다. 자유가 있어야 활동을 마음대로 하지. 경제활동이 사람의 주요활동이다. 사회적 신뢰가 잘 갖춰져 있으면 다들 알아서 자발적으로 경제활동 잘 하는 것 아니냐?
A: 그렇다면 정치적 신뢰가 바닥인 5공 때는 경제가 우째 급성장했나? 개인적 신념, 논리체계와 진짜 현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경제가 돌아간다는 건, 자본가에게는 자본, 근로자에게는 일자리, 그리고 어느 경우든 실질구매력이 받쳐주는 것이 핵심이다. 신뢰니 민주주의니는 거론하기 전에 이런 부분부터 명확히 알아야 한다. 경제를 거론하려면 일단 경제에 대한 기초개념부터 갖춰야 한다.
Q: 즉 '이익 우선'이 바로 대표적인 박정희 시대의 독재 패러다임이다. "잘 처먹고 잘 살기 위해 민주주의는 좀 희생하자?" 박정희가 잘 한 것은 잘 한 것이고 그가 독재 했던 것은 결국 경제를 망친 원인아니냐?
A: '이익우선'과 '성장우선'을 헷갈리기 때문에 이런 수준 낮은 애기가 나오는 거다. 박정희 독재의 패러다임은 이익우선이 아니고 성장우선이다. 박정희 경제의 문제는 성장을 앞세운 이익분배의 지역/계층편차다. 박정희를 뛰어넘고 싶으면 이익분배를 잘하면 된다. (이건 복지와는 다른 얘기다.) 이익분배를 잘 하려면 이익을 우선 얘기해야지 뭘 얘기하나? 그 얘기하자는데 뭔 민주주의와 이익우선이 서로 반대개념인냥 설레발친다면 좀 우습지 않나?
신뢰니 민주주의니 떠든다고 다 통하는 것이 아니고, 그 구체적인 내용이 과연 진정으로 이익우선에 부합하는지 아님 인문학적 치장으로 겉만 번드르르한 사기질인지 따져봐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이 중요한 거다. 유권자들이 바보가 아니다.
밥솥기자가 많이 사용하는 용어 중에, '소통은 이익으로', '이익우선', '먹고사니즘' 등이 있다. 그 중에서 먹고사니즘 같은 용어에 일단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먹고사니즘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면, 일단 예술가들은 곧바로 반감이 들 것이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지만 나도 처음에 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인간은 의식주 해결만을 위해서 사는 존재가 아니는데, 왠지 그런 것만 강조하는 것 같이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착취구조의 해소나 경제력의 정당한 분배, 즉 돈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는 것이 밥솥의 일관된 주장인 것 같다. 그 주장에 동원된 단어 중의 하나가 먹고사니즘이고.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는 먹고사니즘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사라졌다. 내 이해가 밥솥기자의 원래 의도와 잘 일치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사실 토론을 보면서 느끼는 갑갑한 점은 같은 단어를 두 사람이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거거든. 내 생각으로는 먹고사니즘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맥락을 한 번 짚어주면 듣는 사람의 오해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편집장이 팩트와 관용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기의 글에 욕설을 쓰면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이다. 편집장이 예전에 글쓰기 특강도 했는데, 그 특강에서 불필요한 수식어를 빼자고 해 놓고, 정작 자기 글에는 뭔 구질구질한 수식어를, 그것도 욕을, 많이 써서 가독성을 떨어뜨리는지. 언론의 품격도 떨어뜨리고.
애시당초, 민주주의가 경제를 성장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과세나 경제의 성장이 민주주의를 성장시킨 것이겠지.
전자가 영국의 대헌장이 탄생한 배경이고
후자가 근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배경인 것이겠지.
영국의 대헌장은 십자군전쟁과 리처드1세의 몸값으로 재정이 거덜나면서
영국왕실이 귀족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데서 귀족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고,
근대 유럽의 시민혁명은 상업자본을 축적한 부르조아들이 세금과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고 일어난 것이 아니겠나?
그런데, 위 두 가지 사건에 공통으로 "인간의 권리"라는 표현이 포함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재산을 운용하고 처분할 권리를 인정하라는 것과
높은 세금을 왕이 독단적으로 부여해서는 안되고 "자유민"들과 합의해서
국법으로써 실행해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지,
지금과 같은 포괄적으로 광범위해진 의미의 권리는 아니었겠지.
없는 집에서 애비가 혼자 쥐꼬리만한 살림에 술이나 쳐먹고 다니면
애들이 치받는 것이고,
엄청 있는 집에선 자식새끼들이 지들 몫 나눠달라고 치받는 것처럼.
"권리"란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개별주체들이 싸워서 다른 주체에게
인정받은 만큼의 "소유"라는 사회적 폭력이고,
그것을 합법화시키는 것이 법일 뿐.
함무라비법전은 왕의 소유를 확정하는 법이고
마그나카르타는 왕의 소유를 제한하고
귀족, 자유민의 소유를 인정하라는 법일뿐.
밥솥 기자로부터 카테고리 견인비 1,000뽕이 삭감됨.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