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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의 어느 날 예정됐던 계획도 어그러지고 마땅히 할 일도 떠오르지 않아 오랜만에 휘트니 미술관을 찾았다. 기사로 올리려고 사진도 찍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새 4월이 다 가고 있네.
사진 - 미술관 가는 길, 사진의 왼편은 센트럴 파크
(아직 봄이 여물지 않은 때라 좀 추워 보이지? 실제로도 추웠음)
사진 - 59가에 있는 커피 숍.
스타벅스가 모퉁이마다 들어서 있지만 이 곳은 유럽식 커피를 파는 몇 안되는 곳
휘트니 미술관은 75 가 와 메디슨 에비뉴에 있는데 적당히 한나절을 보내기에 알맞은 사이즈인데다 전시물도 꽤 알차다. 미술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미국작가들의 전시가 주를 이루지만 가끔은 유럽이나 제
3세계 작가 기획전시도 열린다. 전시물은 20세기 이후 작가의 작품뿐이라서 누군지 모를 조상님들 초상화나 박물관마다 차고 넘치는 성화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권해 주고 싶다.
휘트니 미술관, 외관 보수 공사를 하는 중이어서 좋은 사진은 아니지만
미술관 로비 휘트니 미술관은 1931년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
1875-1942)가 설립했다. 거트루드는 철도왕으로 불리는 벤더빌트가의 첫째 딸이자 조각가였으며 Whitney라는 미술관 이름은 남편 해리 휘트니(Harry P. Whitney)의 성을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Gertrude Vanderbilt Whitney) 사진 – 그녀의 작품중 하나, 엘로라도 분수대 (Fountain of El Dorado) 부조
록펠러나 카네기가에 비하면 밴더빌트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의 두 가문에 버금가는 미국의 대부호 가문이다. 네덜란드 이민계로 선박과 철도사업등 주로 공공 인프라 사업으로 큰 재산을 모았다. 거트루드는 밴더빌트가의 1세대에 속하는 코넬리우스 벤더빌트의 첫째 딸이고 뉴욕출신이다. 뉴욕미술학생 연합에서 공부하고 파리로 건너가 로댕에게서 수학한 후 조각가로서의 길을 걸었고 무명의 화가를 지원하거나 작품수집에도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맨하탄 8번가에 Whitney Studio Club라는 아틀리에를 열고 젊은 미국화가들의 그림을 전시한 것이 오늘날의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의 시작이었고 이 후 뉴욕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이 거트루드를 제안을 거절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미술관으로 개관하게 됐다. 층 마다 다른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전시실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 있어서 이 후 작품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퍼올수 밖에 없었음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 혹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더라도 내가 찍은 사진들보다 퀄리티가 훨씬 나을 것이기도 하고.
다만 작품 이름을 다 기억 하지도 못하고 꼼꼼히 메모해두지 않은 게 좀 아쉽기는 하네.
전시 안내 난 5층과 5M 층에서 주로 배회하다 너무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한 나머지 다른 층들은 가볍게 훝듯이 보고 왔기 때문에 다른 층에 있던 전시에는 인상적인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소개하기는 어려워서 그냥 접고 짧은 소개와 감상으로 대신한다.
5층 – American
Legends: From Calder to O’Keeffe: 휘트니가 소장하고 있는 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미국의 대표작가 18명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4 층
- Jay DeFeo: A Retrospective 미 여류화가 제이 드페오 작품전
3층 - Blues Smoke: 블루스라는 매개를 통해 들여다 본 그림,
음악,
문학,
영화가 주제. 오디오 가이드를 갖고 있었는데 작품들에 대한 평이나 해설이 들어있는게 아니라 큐레이터들이 선곡한 블루스 재즈음악들이 들어 있어서 전시물들을 훨씬 풍성한 느낌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좋았다.
그 중에 기억 나는 한 곡을 소개, Let's Go Sit on the Lawn (Lightnin Hopkins)
2 층 – Sinister Pop : 앤디 워홀을 포함한 팝 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주로
2차 대전 이후 부각된 소비 문화의 어둡고 불길한 징조들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의 주제
American
Legends: From Calder to O’Keeffe 전시 중에서 주요작가 별 소개
오스카 블륌너Oscar Bluemner (1867–1938) – 독일 태생으로 2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건축가로 활동하다가 40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로 접어 들었다고 한다.
A Situation in
Yellow,
Last Evening
of the Year
챨스 버크필드Charles Burchfield (1893–1967) – 이 번 전시에서 처음 이름을 알게 됐는데 오하이오 출신의 미국 작가. 과부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영향인지 아니면 대공황을 거친 세대의 우울함인지 알 수 없으나 그림으로 느껴지는 우울함을 떨쳐내기 힘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에 남는 작가였음.
Ice Glare,
An April Mood, 원래는 ‘성 금요일’이 제목이 었다고 한다. 4월이 왜이리 우울한 지 설명이 되는 부분.
레지날드 마쉬Reginald Marsh (1898–1954)
Why Not Use
the “L”? 자세히 보면 그림의 제목이 그림안에 있는 지하철 광고 카피의 한 대목이라는 게 보이는 데 뉴욕 지하철에 ‘L’노선이 개통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그림이다. 작가는 자기가 보고 경험한 한 장면을 스냅사진처럼 정밀하게 기억했다가 옮기는 작업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림 속에서 지하철 바닥에 내버려진 신문이나 광고 카피까지 그대로 메모한다음 작품에 옮겼다고. 대담하게 다리를 올리고 잠을 자고 있는 홈리스(?)나 무심히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여자 승객 표정까지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아래에 있는 로커웨이 해변의 흑인들에도 신문을 읽는 여자의 뒷 모습이 보이는데 실제 그림에서 보면 신문의 날짜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자세히 묘사됐다. 아마도 작가 자신의 기록이나 작품에 붙이는 일련 번호 같은 게 아니었을까?
Negroes on
Rockaway Beach
제이콥 로렌스 Jacob Lawrence (1917–2000) 기억하기론 유일한 흑인 작가였는데 2차 대전 참전 경험을 소재로 한 전쟁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이다.
War Series:
Victory
War Series:
The Letter,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에드워드 호퍼는 휘트니 미술관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40대 중반까지 무명의 화가로 잡지 일러스트 같은 임시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호퍼의 그림의 진가를 알아 준 것이 바로 휘트니였다. 호퍼의 첫 전시회는 휘트니 미술관의 전신인 8번가의 Whitney Studio Club 에서 열렸는데 이 전시가 성공을 거둔 후 화가로서의 온전한 삶을 살게 된 것. 호퍼는 휘트니 미술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사 후 모든 유작들을 휘트니 미술관에 기부했다고 한다.
A Woman in the
Sun, 호퍼는 한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4-50번씩 다시 그리기를 한 작가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림을 통해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기억이나 메시지를 던지기 보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정서 (Emotion)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그의 그림은 언제나 고독한 느낌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Early Sunday
Morning
New York
Interior, c. 뉴욕 인테리어 시리즈 중의 하나. 호퍼의 시대, 1920년대에는 뉴욕 지하철 노선 중에 고가 선로를 다니는 구간이 많았다고 한다. 그림속 소녀의 뒷모습은 고가 선로를 지나가는 기차안에서 우연히 목격하게된 한 아파트의 내부 모습인 것이다. 그림 양 측에 검은 선은 창문에 드리워진 커튼일 수도 있고 창문 밖 벽의 양면일 수 도 있는 것.
Charles Demuth (1883–1935)
My Egypt, 산업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던 시대에는 건물 옥상에 설치된 물탱크나 환기통, 굴뚝등이 이집트의 피라미드같이 신성한 구조물인 것
Distinguished
Air
알렉산더 칼더 Alexander Calder (1898–1976), 움직이는 조각 ’모빌’의 창시자이자 ‘키네틱 아트 (Kinetic Art)’ 의 선구자로 불리우며 현대 조각에 생명력있는 움직임을 불러 온 작가. 사실 이 사람의 개인사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낙천적이고 소년같은 꿈을 멈추지 않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계공학도였다고 하는 데 뭐든 움직임이 있는 장난감같은 것들에 매료되었었는지 볼품없는 재료들을 가지고 재치가 넘치는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그의 작품들은 창의력이 제법 있는 7살 내 조카가 만든 장난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을 주는데 시종 유쾌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Big Red
Calder’s Circus,
Circus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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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