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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너무 여러 날 빈둥대다 보면 근무하는 날 또 축 늘어지고 감각을 찾지 못할까봐 사무실에 함 나와 밨으 ... 뭐 글 쓸 거 없으까 궁리하다가 덜컥 ...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개론 수준의 이런 거 하나 연재해볼까 생각했어. 제목을 이렇게 포괄적으로 해두면 뭐 일련번호를 붙여나가자면 무한대까지 가능할 것이얌. 얼마나 자주 올릴지, 언제까지 할지 알 수 없지만 ...
우리 망막이 2 차원 구조인데 3 차원을 어떻게 지각할까 생각해밨으?
1) 한 쪽 눈만으로 3 차원(즉, 깊이 또는 거리) 지각이 가능한데, 이거슨 대부분 화가들이 거리감을 표현할 때 활용하는 기법(그래서 그림 단서라고도 한대)이래. 여기에 작용하는 원리는 이런 거야.
- 소똥할매나 봉숙이 같은 화가들은 가까이 있는 사물은 크게, 멀리 있는 사물은 작게 그리잖아. 그러니까 망막에 맺히는 상이 큰 것은 가까이 있다고, 상이 작은 것은 멀리 있다고 해석한다는 거지.
- 망막에 맺히는 상이 선명한 것은 가까이 있다고, 흐릿한 것은 멀리 있다고 해석한다는 거지. 이거는 사물과 망막 사이에 존재하는 대기 중의 수증기, 먼지 등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야. 사물과 망막 사이에 대기가 많을수록(즉 멀리 있을수록) 수증기, 먼지가 많이 있을 것이고, 그래서 상이 흐릿하게 보인다는 거지.
- 중첩 단서라는 것도 있어. 완전한 사물과 가려져 있는 사물이 한 화면에 있는 경우 가려져 있는 것을 멀리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거지.
- 수평선 위에서 노니는 갈매기 두 마리를 생각해바. 수평선에 가까이 있는 놈은 더 멀리 있고, 수평선에서 더 멀리(높이로 치면 더 높은 위치겠지?) 있는 놈은 가까이 있다고 해석해.
- 결의 밀도라는 것도 있어. 김일성 광장에 병사들이 가로세로 줄 맞춰 끝없이 서 있는 장면을 생각해바. 가까이 있는 병사들은 서로간의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고, 멀리 있는 병사들은 서로간의 거리가 매우 촘촘해 보이자나. 그러니까 개체들간 밀도가 상대적으로 더 촘촘하면 더 멀리 있다고 해석한다는 거지.
- 그림자도 차원적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지. 짤방 사진 바바바.
- 그림 단서와는 다른 것인데,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밖을 응시한다고 생각해바. 관찰자가 응시하고 있는 지점보다 가까이 있는 철로변 전신주나 나무들은 빠른 속도로 진행 반대편 방향으로 움직이고, 응시점보다 멀리 있는 산 아래 집들은 진행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즉, 망막이 이동할 때 진행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물체는 멀리 있다고, 반대편으로 빨리 움직이는 물체는 가까이 있다고 해석하게 돼.
- 상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게 하기 위해 눈의 제일 바깥쪽에 있는 렌즈와 렌즈를 얇게(평평하게) 또는 통통하게(볼록하게) 해주는 모양근의 상태도 거리지각에 이용된대. 물체가 멀리 있을 때는 렌즈를 평평하게 하기 위해 모양근이 팽팽해지고, 물체가 가까이 있을 때는 렌즈를 볼록하게 만들기 위해 모양근이 느슨하게 된대. 이 모양근의 수축-이완 상태를 뇌에서 해석해서 거리지각에 사용한대.
2) 눈이 두 개라는 사실도 이용된대.
- 두 눈은 약 7 Cm 정도 떨어져 있거덩. 그러니까 TV 리모컨을 두 눈 가운데 어디쯤에 놓고 바바. 왼쪽 눈과 오른 쪽 눈을 번갈아 감고 바바. 리모컨을 눈 가까이에서도 보고 멀리 해놓고도 바바. 두 눈에 맺히는 상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지? 이것을 “양안부동”이라고 하는데, 이 양안부동이 클수록 사물이 눈 가까이에 있다고, 양안부동이 적을수록 사물이 눈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석한다는 거지.
- 이것도 두 눈이 떨어져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물체를 정확하게 보려면 두 시선을 물체가 있는 한 지점으로 모아야 하잖아? 그러며 왼쪽 눈-물체-오른쪽 눈으로 이루어지는 각도가 있겠지? 이 각도가 클수록 물체가 가까이 있다고, 이 각도가 작을수록 물체가 멀리 있다고 해석한대.
뱀발. 3 차원 지각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학적 구조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겠지만, 이들 구조가 실제로 3 차원 지각을 구현하는 데는 출생 후의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대. 예를 들면, 밀림지대에서 사는 (그러니까 거리가 먼 곳을 지각해본 경험이 없는) 부족의 아이를 대 평원지대에 데려가 보면 아이가 무척 당황한대. 무슨 코뿔소가 꼭 파리만한 것이 있냐고 한대. 멀리 있는 코뿔소의 상이 아이의 망막에 아주 작은 크기로 맺힐 것인데, 아이는 그것이 멀리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해석을 하지 못하고 코뿔소가 아주 작다고 해석해서 그렇게 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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