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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고쳐먹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다음 볼트작업을 하려고 했지만, 내 왼쪽눈을 찌르던 통증은 물론 시야를 가득 채우는 눈물마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본다. 무중력상태에서 흐르지 못하는 눈물은 점점 큰 덩어리로 뭉치더니 마치 금방 댐이라도 터질듯한 기세로 내 왼쪽 눈에 대롱대롱 매달리다 못해 오른쪽 눈을 향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수분이 채 안 걸리는 동안 나는 정상시야와 장님을 넘나드는 공포속을 널뛰기 하고 있다. 나는 재빨리 휴스턴본부로 상황을 전했으며, 통제본부의 급작스런 상황분석 모습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다. 스콧은 본부와 이 급박한 상황을 교신하며 자신이 할일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나도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어떡하든 꼭 수행해야 할 것이다. 즉 캐나다가 설계하고 건조한 캐나담2 로봇의 능력을 실행하고 그 증거를 보여야 할 임무인 것이다. 승무원의 안전이 최우선인 순간이 찾아왔지만, 너무도 중요한 장비를 우주정거장에 내팽개치고 돌아갈 순 없는 노릇이다. 어느 캐나다 사람이 이런 중차대한 우주계획을 실행한 적이 있었던가. 눈의 고충 따위로 투정을 부릴 때가 아닌 것이다.
지구의 미항공우주본부(NASA)에서는 이물질에 촛점을 맞추어 집중분석을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리튬수산화물 시스템을 갖춘 우주산보복 내 공기정화필터기 이상일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침내 그려낸다. 리튬수산화물은 그 부식작용으로 폐에 치명적인 손상을 불러일으키는 바, 초기에 나의 눈을 강렬하게 자극했던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1~2분의 촌각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나사본부 임무통제실 책임자 엘렌 오코아(Ellen Ochoa)의 침착한 목소리, 즉 청소밸브를 열으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즉 나의 우주복에 우주를 향한 구멍을 열어버리라는 전달이다. 두려움이 밀려올 틈도 없이 나는 우주를 향해 공기를 쏟기 시작한다. 보글보글 쉭쉭 소리를 내며 나의 산소덩어리가 즐거이 우주속으로 빨려드는 순간이다. 아주 편안한 순간이다. 어떤 망상도 없는 듯 나의 몸은 그저 평온하다. 이상하게도 절망의 십자가에 머리를 내려뜨리고 있기는 커녕, 침대보 밑에서 편안한 휴식에 젖어 있는 느낌이다.
우주복은 8~10시간을 버틸 수 있는 다량의 산소를 장착하고 있으며, 나는 또한 예비산소탱크 또한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여분의 시간을 감안한다 해도 앞으로 남은 장비장착 시간까지 예측하는 건 무리인 줄 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머리를 저어대는 한편 눈은 최대한 깜박여대면서 그 손상을 막아보고자 한다. 모두가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나의 폐가 아직 어떤 자극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천만다행인 것은 나의 눈이 아주 조금씩 맑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변부위부터 맑아지는 가운데 눈을 계속 깜박이는 동작 끝에, 20여분 만에 작업수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이후 3시간여 동안 나머지 작업까지 끝내고 나자 나에게 마치 우주가 다시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다. 어려운 장애물을 뚫고 임무를 완수한 우리 둘에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순간이 물밀듯 밀려온다. 그러나 우주선으로 다시 들어가는 과정 또한 처음 나올 때의 과정만큼 중요하다. 그 과정 중에 나는 힘이 다 소진된 듯 흐느적거리며 추위에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지구로 귀환 후 어느날 나사본부통제부는 나에게 김서림방지용제 사용여부를 질문하였다. 전날밤 나는 우주복의 면갑안경(visor)을 광택이 나도록 잘 닦아 놓았었다. 사용용제는 엄연한 접시세척용제이다. 그 당시 소량의 물을 첨가하여 사용하였던 바, 이후 여분의 용액 찌꺼기까지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눈에 뿌려댈 비눗물을 이미 남겨놓은 셈인 것이었다. 즉 수백만 달러의 장비가 세척제 한방울 때문에 날라갈 뻔한 것이다.
나사본부는 자극이 훨씬 덜한 세척용제로 바꾸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경각심이 면갑안경 세척에 광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우주비행사들에겐 좋은 본보기로 남을 것이라는 것이 더 큰 의미가 될 것이다.
나는 자식들을 저세상(우주)으로 보냈었다. 하지만 지금 비록 그들의 형체는 찾을 길 없지만, 이 지상에서마저 그들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나는 아내도 떠나 보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 나에겐 현재 없다. 외로움이 차지해야 할 자리는 내 안 어디에도 없다. 이 모든 것은 마음이었다. 모든 도시의 한가운데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삶들이 있다. 지구인들은 저마다 삶의 창문 밖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고향이 이 행성이라고 마음먹는 한, 70억 지구인들은 서로를 더 가깝게 느끼지 않겠는가. (끝)
가디언지 과학방에서 디어뉴스 생활방으로 견인하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3-10-27 15:25:48 생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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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