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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우주산보를 앞둔 전날밤을 나는 아주 편안하게 보냈다. 나는 지난 수년간 갈고 닦은 훈련을 통해 이젠 내 인생 최고의 꿈을 마주하고 있었다. 나는 여러 시간 동안 내 우주복에 부착된 면갑안경(visor)을 잘 닦아 숨쉬기에 따라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을 철저히 예방해 놓았다. 수일전에는 우리의 우주선을 이미 우주정거장에 붙잡아 매놓은 상태였다.
오늘은 드디어 우주산보(우주유영, EVA)를 하는 날이다. 우주산보 준비과정은 여러 정밀한 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론 그 중 하나의 실수도 결코 용납되지 않음은 당연하다. 미항공우주국기지(NASA)로부터 수시간이 걸리는 이 준비과정에 대해 5분 간격의 지시가 계속 하달된다.
즉 아침은 언제 무엇으로 먹는지, 예를 들어 에너지바와 수분재첨가식 포도쥬스 먹기. 면도하기. 세수하기. 샴푸나 린스 없이 머리 박박 감기. 머리카락 말리기. 단 머리카락이 우주선으로 휘날려 가지 않게 하기. 더구나 공기정화기나 눈,코를 막지 못하게 하기. 즉 철저히 말리기 등이다. 그리고 노란색 공기흡입기 모양 깔때기를 그곳에 최대한 밀착시켜 볼일 보기. 물론 오줌 한방울 새면 안되지만 나는 어쨌든 기저귀까지 차고 싶진 않다. 그리고 물이 흘러가게 고안된 플라스틱관을 장착한 자동온도조절용 우주복을 입는다. 그 옷은 뻣뻣하고 값싼 할로윈 복장풍이지만, 우주산보시 태양의 강렬한 온도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이와 같이 4시간의 준비과정을 끝낸 뒤, 나와 동료 스콧(Scott)은 우주선 내에 부양 상태에서 에어록 감압을 서서히 진행한다. 동시에 각자의 우주복에 부착된 발광다이오드(LED, Light emitting - diode) 표식장치를 점검 또 점검한다. 그것은 무중력상태의 우주공간에서 우리의 생명을 보장하는 절대안내표식 같은 것이다. 만약 우주복이 새기라도 하는 날이면 우리의 폐나 고막은 터져버릴 것이며, 침,땀,눈물은 끓어 넘치면서 소위 우리를 잠함병에 빠뜨릴 것이다. 다행이라면 10~15초 사이에 우린 의식을 잃고, 산소 부족에 빠진 뇌는 우리의 생명을 멈추게 할 것이라는 것 뿐이다.
부자연스럽고 어려운 동작을 수행한 끝에 마침내 맨홀 뚜껑 양식의 우주선 문이 열렸으며, 우리는 별로 우아하지 못한 동작 끝에 마침내 우주선 밖으로 나온다. 스콧과 나 그리고 우주선은 서로 밧줄장치로 연결된다. 나는 태양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면갑안경 위로 금빛차폐장치를 내린다. 동료인 스콧이 내 곁으로 오는 동안 나는 등에 부착된 산소탱크를 점검하면서 문득 우주의 광경에 맞닥뜨린다.
그 그림, 그 색깔! 충격 그 자체다. " 와우! 와와와와 ~ 와 ~~~ 우우우우 ~ !!! " 내 마음은 이 광경을 이해하고 설명이라도 받으려는 듯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 놀라운 재질과 색조로 된 듯한 지구. 그리고 우리의 우주선 반대편에 펼쳐진 우주 가득한 별들.
다섯시간 가량의 작업시간이 지날 무렵, 나는 내 헬멧 안쪽으로 물방울이 맺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주산보는 육체적으로 보통 힘든 과정이 아니다. 우리 기술진들은 수년에 걸쳐 우주복 안에 음식을 부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러나 그 준비물은 오히려 너덜너덜 방해가 될 뿐이어서 우리는 물주머니를 차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론적으론 빨대로 밸브를 물어 뜯어낸 후 물을 흡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물주머니는 그런 식의 작동을 하지 못하는 모양새였고, 우주산보가 시작되면서 이미 새고 있었던 느낌이다. 나는 순간 왼쪽 눈이 무언가에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내 내 얼굴 앞을 떠다니는 물방울 덩어리를 마주치게 된다. 마치 큼직한 모래뭉치에 한대 맞은 듯한 충격속에 어느덧 내 손은 그 이물질을 부벼 없애려는 듯 부지불식간에 면갑안경 속으로 달려들 태세였다.
"네 몸은 우주복 안에 있잖아!" 하고 자책하면서도 나는 눈을 지속적으로 깜박거리는 한편, 머리는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어대면서 애써 그 덩어리를 떼어내려 한다. 그러나 나의 눈은 그 흐린 시야 속을 잠시도 똑바로 볼 수 조차 없게 되버린다.
우리가 수없이 훈련받아 왔던 우주산보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중엔 지금같은 예제, 즉 부분시야결손 같은 것은 기억에 없다. 나는 커다란 수동드릴로 캐나담2 ( Canadam2)의 볼트들을 다시 죄어 본다. 하지만 내 발은 안전장화에 부착되어 있으며 내 몸은 우주정류장에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에, 절박한 불안감은 애써 떨쳐지는 듯하다. (1부 끝)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3-10-27 15:25:11 생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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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