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도 과학이 발전해야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인식한다. 그래서 어떤 나라든 그 나라의 능력이 허락하면 그 나라의 과학자들이 자기덜 맘대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려 한다. 즉 이건 공동체의 필요에 의한 것이고...과학 뿐 아니라, 수학이든, 예술이든 경제학이든 애시당초 '필요'에 의해서 발전한 것다. 물론 과학자덜 스스로는 그것을 잘 못보고 과학 자체의 정반합적 발전으로 착각하겠지만서두.
어떤 공동체가 과학을 포함한 어떤 학문이든 학문 그 자체로서 순수한 목적으로 육성하는 경우는 없다.(유사이래 없었다.) 당장 현재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적어도 미래를 위한 투자개념이 전제되었을 때 그 학문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하학은 측량을 위한 '필요'에서 발전한 것이다. 화학은 연금술을 위한 '필요'에서 발전한 것이다. 땅에서 낙서를 하기 위해 기하학이 나온 것이 아니고, 쇠붙이로 돌을 만들기 위해 화학이 나온 것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서구과학이 발전한 배경은 하느님의 원리를 설명하려는 필요성이다. 태고적에 인류가 야금술을 발견한 것도 금속장비가 돌로 만든 것보다 전쟁이나 생산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즉 과학은...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다. 물론 과학자들은 그런 시각을 가질 필요가 없고, 과학자 스스로는 윤리적 판단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그런 시각은 오히려 과학발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비과학자가 과학자와 같은 시각으로 과학을 바라볼 필요도 없다. 사실은 그래서도 안된다.
한 공동체의 인민이나 인민의 대표들은 과학을 저거덜 필요에 따라 과학을 북돋아 주되 그렇다고 과학에 끌려가서는 안된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과학의 척도로 세상만사를 재단하려 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보자. 과학자가 '지구의 공전 속도는 초당 얼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가 '연구결과 동성애는 비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동성애가 정상이냐 비정상이냐 여부는 예수쟁이덜 처럼 저거덜 신앙과 교리를 기준으로 판단해서도 안되지만 과학의 잣대로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
자손증식의 수단으로의 성욕이란 관점에서 이성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은 선악을 떠나서 '무소용'이다. 사람 뿐 아니라 자연계에는 그런 무소용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하느님 운운하면서 개입할 꺼리도 아니다. 반면 '동성애자의 두뇌를 다년간 연구한 결과 동성애는 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동성애가 정상이라고 과학자가 주장해서도 안된다. 동성애가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는 병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학(을 포함한 학문전반)에 대한 규제는 공동체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당연히 가능하다. 물론 과학연구 자체를 현실적으로 규제하는 힘들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단 그 연구 결과물을 현실사회에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당연히 과학 외부의 규제가 존재해야 한다. 또는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보다 수학의 예를 들어 보자. 최근 십수년간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전공 중에 하나가 수학이라고 한다. 금융분야의 파생상품을 개발이 수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급수학지식을 바탕으로한 파생상품의 남발이 결국은 거품붕괴를 더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런 경우에 드러나는 것처럼 비수학자인 정부가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정부의 규제가 대학에서 수학전공의 인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것이 수학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를 포함한 인민 공동체는 그런 것을 두려워서 필요한 규제를 망설여도 안된다. 결국 모든 학문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고 인민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학문이나 예술이나 심지어 신앙까지도 내부적으로는 자체 목적성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외부적으로는 오직 수단일 뿐이다.
"과학(을 포함한 학문전반)에 대한 규제는 공동체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당연히 가능하다. ...(중략)... 연구 결과물을 현실사회에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당연히 과학 외부의 규제가 존재해야 한다."
요 말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아마 밥솥이 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가 요게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결국 모든 학문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고 인민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요 말은 공동체 입장에서는 맞다고 해도, 개별 학자 입장에서는 안 맞는 경우도 많다. 개별 학자 중에는 필요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특히 일급의 학자일수록 그렇다. 무슨 과학의 정합성 따위도 연구하는 진짜 이유가 아니다. 그럼 뭘까? 유전자의 명령이다. 궁금해서 미치는 기다. 다 필요 없고 죽어도 이거는 꼭 알고 싶다는 그런 거 있다. 공자도 "조문도석사기이" 라고 했지...
섹스를 필요에 의해서 하는 거 아니고, 미치도록 하고 싶어 하는 것과 비슷하다. 진화의 역사에서 형성된 유전자와 호르몬의 명령이다. 예술가에게도 요런 측면이 있고...
인간 문명의 역사를 보면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서 특정 학문을 급속히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또라이 학자의 불필요한 연구가 '필요' 자체를 창조하는 경우도 있다. 없던 학문 분야를 새로 맹그는 긴데 요런 불필요한 연구에서 진정한 질적 전환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요런 것이 생각지 않았던 응용을 가져오고, 이후에 공동체가 필요를 절감하게 되며 경쟁적으로 그 분야 학문을 집중 지원하게 된다.
과학에서 그런 경우를 몇 번 봤기 때문에 요즈음은 '필요' 없는 순수과학 연구에도 공동체가 지원하게 되었다. 머 하나 걸리면 대박칠 수도 있으니까... 머 요것도 결국은 대박칠 '필요'에 의해서 지원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여간 공동체가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밥솥의 말에 별로 틀린 건 없다.
그러나 과학도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고 인간의 지적호기심 자체가 밑바닥 동력이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학 뿐 아니라, 수학이든, 예술이든 경제학이든 애시당초 '필요'에 의해서 발전한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필요'라는 것도, 뭐가 필요한지 알고 나서야 비로소 생긴다. 석기시대 사람들이 야금기술을 필요로 했을까? 아니다. 모르므로 필요도 못느낀다. 인간이 지적호기심으로 불필요한 짓거리를 이짓 저짓 하다 보니 청동기 기술의 필요성을 발견한 것이다. 불필요한 연구가 '필요'를 창조한다. 필요를 알고 나면 공동체가 지원하여 급속한 발전에 이른다.
양푼/
[인간의 지적호기심 자체가 밑바닥 동력]
<---사실 당연한 전제라서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지.
근데 예를 들어 동양인은 지적호기심이 덜한 열등 종자라 과학이 덜 발전했고 서양인은 우등종자라 더 발전했을까?
그런 건 아니지.
환경적으로 필요성을 덜 절감했기 때문에 뒤쳐졌던 것 뿐.
["결국 모든 학문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고 인민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요 말은 공동체 입장에서는 맞다고 해도, 개별 학자 입장에서는 안 맞는 경우도 많다. 개별 학자 중에는 필요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 이것도 마찬가지.
즉 당연하 옳지만 별 의미가 없는 얘기다.
개별 학자의 소신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그 학자의 성과가 어짜피 그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현실화되거나 제한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예를 들어 어떤 천재 수학자가 어떤 기가막힌 파생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
그건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
그러나 그거이 실제로 금융시장에서 팔리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는 전혀 별개.
지금은 현재 쓸데없어 보이는 과학적 창의력이라도 나중에 거기서 큰 쓸모가 나올 수 있다는 거 동서양을 불문하고 다 알지.
예를 들어 남한 정부가 그걸 몰라서 지원을 못하는 것 보다는 사실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지.
그 걸림돌을 극복해 나가는데 '과학의 순수목적성' 운운하는 시각이 그에 대한 해법이 되는 것도 아님. 그래서도 안되고.
지금 디어뉴스에서 이런 이슈가 거론되는 근본 이유는 한 마디로 철학이 병맛이기 때문임.
그래서 사실 이 문제는 과학에 대한 이슈가 아니라 철학에 대한 이슈임.
수세기 동안 서양철학은 과학의 따까리 역할이나 해왔고, 이걸 철학자나 과학자나 당연하게 생각함.
왜냐면 서양과학이나 서양철학이나 둘 다 신본주의에서 출발했기 때문.
그니까 신본주의가 흔들리니까 철학도 무너지고 과학이 옳다꾸나 신본주의를 대신하려는 흐름으로 감.
이게 과학자가 신을 믿냐 안믿냐 애기가 아님.
과학으로 철학(의 탈을 쓴 신앙)을 대치하려 한다는 애기임.
과학이 근본 해법이 안되는 건 산업혁명과 그 여파가 2백년간 수많은 생명들을 비참하게 한 데서 드러남.
그니까 또 쓰레기 서양철학(을 빙자한 신앙)에 필받은 한무리의 문돌이 쓰레기들은 과학의 대안을 찾아 보려고 헤메고 있음.
그게 왜 다 헛지랄이냐면 과학의 대안을 찾는답시고 신본주의를 벋어나지 못하고 힌두질 쪽으로 기웃거리거덩.
이 모든 건 철학을 제대로 정립하면 아주 간단한 문제임.
인간과 인간 공동체 자체를 목적으로 놓고 나머지 모두를 수단에 위치시키면 됨.
그렇게 새롭게 포지셔닝하는 것 자체가 바로 철학임.
과학이 외부적으로 수단이 된다고 해서 내부적 자체목적성이 부정되는 것이 아님.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이걸 이해하느냐 오해하느냐가 인본이냐 힌두냐의 갈림길.
갸앙/ 인간의 진리탐구 본능이 왜 형성되었는지는 아래 팔할이 쓴 글의 5번 댓글에서 내가 이야기 했지. 그걸 본능, 필요라고 한다면 갸앙 말이나 내 말이나 같다. 그러니까 '필요' 라는 단어의 의미를 나와 갸앙이 좀 다르게 썼다.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 수준이 전 인류를 먹여살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거야 뭐 꼭 계산해 봐야 아나? 그냥 주변을 둘러 보면 척 아는 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사람은 왜 과학의 발전을 더 원할까? 그건 인간이 왜 사는가 하는 질문과 관계가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이 사는 이유가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좀 이상하잖어? 먹고 살기 위해서 먹고 산다면...
인간은 먹고 사는 것 외에도 원하는 것이 있다. 상호작용의 총량을 늘리고 싶은 거다. 이왕 살다 죽을 거, 더 많은 거를 경험하고 죽고 싶은 거다. 더 맛있는 거 맛보고 싶고, 안 가 봤던 곳에 가 보고 싶고, 뜻 맞는 외국인하고도 친구하고 싶고, 몰랐던 거 알고 싶고, 그런 거다. 여기서 우리가 글질하는 것도 그런 기고. 인류의 역사는 개인경험의 총량을 늘려온 역사다. 조선시대 때 시골 사람이 일생에 한 번 한양에 다녀 왔다면 요즘은 어떤가?
이런 욕망이 문명의 발전을 추동한다. 그 욕망 자체는 아주 바람직한 것인데, 그걸 공동체가 적절히 통제해서 많은 인민들이 혜택을 보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것이 숙제이다. 밥 굶는 사람 당연히 없어야 하지. 과학발전이 밥 굶게 만드는 건 아니잖어.. 오히려 기아에서 해방시켜 줬지. 요새도 밥 굶는 사람이 있는 건 과학 외적인 문제다.
앞 뒤 관계가 뒤바뀐 거 같어.
부모도 자식을 어떤 넘(년)으로 낳을지 선택할 수 없고 자식들도 자기의 의지나 선택에 의해서 이 세상에 나온 게 아니잖아.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세상에 나왔고 자동으로 목숨을 부지하면서 살고 있지(물론 먹을 거 입을 거 제공 받다가 지가 조달하면서...)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말해버리면 참 재미없고 서글퍼질 수 있지만 가장 기본은 먹고 살아남기 위해서잖아. 그 후에 먹고 살아남기가 코꾸멍 후비듯 쉬워지면 이제 다른 데 관심 돌리는거고... 나는 뭘까? 이런 생각도 하는거고.
그래...근데 엄밀히 말하면 내가 있어서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상호작용이 곧 나이기 때문에 이것 또한 본능이자 필요라고 봐.
그 나와 너(인간, 자연, 우주)의 상호작용을 풍부히 하는데에 있어서 기왕이면 동류항인 인간끼리의 상호작용을 풍부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다른 상호작용을 써먹어보는 게 어떻게냐... 이 말이야.
과학발전이 밥 굶게 만든는 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 당장에 양푼이 앞의 여러 글에서도 말한 것 처럼 과학발전으로 인해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했잖여.
과학발전의 가치는 과학발전 그 자체만으로, 내부에서 결정지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역시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것이잖여.
"이왕 살다 죽을 거, 더 많은 거를 경험하고 죽고 싶은 거다. 더 맛있는 거 맛보고 싶고, 안 가 봤던 곳에 가 보고 싶고, 뜻 맞는 외국인하고도 친구하고 싶고, 몰랐던 거 알고 싶고, 그런 거다. 여기서 우리가 글질하는 것도 그런 기고. 인류의 역사는 개인경험의 총량을 늘려온 역사다. 조선시대 때 시골 사람이 일생에 한 번 한양에 다녀 왔다면 요즘은 어떤가? "
밥솥/
서로 비슷한 말을 하고 있지만, 좀 핀트가 어긋난 점도 있는 것 같다. 그 점이 뭔지 분명하게 드러내면 토론의 보람이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과학을 기술의 동의어 쯤으로 생각하더라. 물론 과학이라고 하면 광의의 의미로 기술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과학에는 관념구축(이론수립) 부분이 중요한 요소로 들어 있다. 내가 과학이라고 할 때에는 관념구축 부분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수학이나 이론물리학에 해당한다. 그리고 뉴턴 물리학 이후로 관념구축 부분이 과학의 핵심 역할을 한다. 과거에 경험의 축적으로 기술이 발전하던 것과는 질적으로 달라졌다. 경험하지 않았던 것까지 미리 알게 해 주어 기술의 발전속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일반인들 눈에는 이게 잘 안 보이나 보더라.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와트의 증기기관만 떠올릴 뿐 뉴턴역학이 원인이라고 하면 뜨악하더라고... 관념은 눈에 안 보이니까 당연하기도 하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과학은 뉴턴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 핵심은 관념구축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과학의 관념구축 부분은 공동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치 사상의 자유와 비슷하다. 관념은 그 자체로는 공동체에 이득도 주지 않고 해도 끼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관념구축 부분에 공동체가 관여할 정당성도 없다 (물론 특정 학문분야를 의도적으로 지원해서 발전속도를 높일 수는 있다).
밥솥은 과학이나 예술이나 외부적으로 수단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수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짚어 보자. 수단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통제하는 대상을 말하지 않나? 통제 되지 않는 대상을 수단이라고 할 수 있나? 내 주장은 과학의 관념구축 부분은 공동체의 통제영역이 아니므로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론을 응용해서 기술화 하는 단계에 가면 당연히 공동체의 통제대상이 된다. 여기서부터는 과학이 수단이다.
내가 '진리탐구 자체'는 수단이 아니라고 한 것은 과학의 관념구축 부분을 말한 것이고, '과학적 결과물의 활용'은 과학 중에서 기술부분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앞뒤가 안 맞는 게 아니다.
나에게는 오히려 과학의 자체목적성을 인정하면서도 무조건 수단일 뿐이라고 하는 밥솥의 말이 애매하다. 저 말이 뭔 말인지 모르겠다. 공동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오직 공적인 영역에 한정되어야 한다. 빨갱이 사상이건 무슨 사상이건 과학이론이건 관념은 보호 받아야 하며, 관념 자체는 공동체의 통제 대상이 아니다. 예술도 공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마찬가지고. 그런데 모두 (공동체의) 수단일 뿐이라고 하면 도대체 무슨 주장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인류가 철기를 발견하고 쓰게 된 과정이
석기시대 어떤 개별 인간의 탐구열이나
호기심때문에 시작되었겠나?
불을 지피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어떤 돌 또는 흙에서
이상한 물질이 열에 녹아 내려서 뭉쳤는데
그거이 내구성있는 물질이란 걸 알게 된 놈이
이게 뭐여하며 이거 저거 불에다 녹여봤더니
특정한 돌이나 흙에서 청동기시대를 열어갈 물질이 나왔겠지.
이 때만해도 이걸 따로 연구하는 걸
그 공동체가 인정하고 갸를 사냥이나 채집에서 열외시키지 않았을 것인데,
그 물질로 만든 도구나 무기가 생산성에도 기여하고 전쟁에서도
석기와 달리 큰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 공동체에는
대장장이라는 기술직을 인정하고 사냥, 채집, 작물재배, 전쟁에서
열외시키기 시작했을 것이고, 거기에 어떤 물질을 첨가하니 더 단단한
철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겠지.
과학이란 것도 지금에와서는 철학 그 이상의 세계를 독자적으로 확보했지만
처음 시작은 그 처럼 기술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독자적인 세계를 확보한 것도 그와 같은 기술진보와
그 보다 한단계 수준이 높아진 과학의 힘을 빌어 공동체들의 생산력이 증대하여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뭔 짓이든 해봐라가 된 것일테고.
예술은 또 안 그렇겠나? 반구대암각화는 어떤 석기시대 인간의 예술혼으로
시작되었겠나? 기록이란 것을 위해 시작되었을 것이고, 무용도, 음악도,
제사, 전승기념, 축제, 섹스의 필요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제와서 그 모든 분야들이 독자적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갸들이 생산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먹여살려줄 수 있고,
생산에 참여하는 인간들에게도 생산 외의 여가시간 활용이 필요하고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아이돌들에게 돈을 지출하게 된 것이지 않나?
즉, 인류사, 그리고 현재 인간일반, 공동체 일반이 아니라,
수없는 세월의 역사를 다 무시한 오로지 현재의 개별 특정분야 종사자의
입장에서 사회 각분야를 봐서는 정확하게 그 분야의 인류적 관점의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