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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첫 구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무심코 지나가는 말이거나 심심풀이로 해본 말, 우리가 말하기 전에 말은, 제 빛깔과 소리를 지니고 있었다. 시의 둘째 구절은 무염수태(無染受胎), 교미도 없이 첫구절에서 나왔지만 빛깔과 소리는 전혀 다른 것, 시의 셋째 구절은 근친상간, 첫구절과 둘째 구절에서 태어났으니, 아들이면서 손자, 딸이면서 손녀. 눈 먼 외디푸스를 끌고 가는 효녀 안티고네, 말들의 혼례가 끝나는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도 우리는 정말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위 시는 이성복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오 이것은 존재치 않는 짐승'을 읽고 쓴 시라고 한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전에 여기 치매백신이 옮겨 놓은 적이 있었다. 1930년 조선 식민지 하늘을 걷는 지난 이틀 동안 생각 난 것들을 적는다.
1. 박태원의 성탄제,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밤이 처참하다. 요셉과 마리아처럼 즐거운 교미도 없이 아기를 얻게 되었다. 애비가 모르쇠 하는 자식을 가진 순이는 또 하나의 슬픈 메시아를 탄식하면서도 이튿날 아침에 먹을 짜장면 맛을 탐한다.
2. 교회당의 종소리와 無染受胎를 알리는, 천사들이 재잘거리는 수태고지가 있었다. 박태원은 자신을 '심심풀이로 만들어진 씨로 자학했는지' 큰바보(클 仇, 원수 甫), 구보로 이름을 바꾸었고, 김해경은 '以上 끝내겠다'는 音을 빌려 李箱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3. 이상은 그림 왼쪽 옆에다 <꼬리표 달린 요시찰 원숭이가 재우 울타리를 넘기 바라며> 결혼하는 신부에게 <면회거절 반대>라는, 말의 혼례가 끝나는 방명을 남긴다. 뜻대로 안될 것이다. 결국 뜻대로 안 되었다.
4. 구보와 이상이 태어나고 놀아 난 다음 세기, 그들이 쓴 글을 읽고, 그림과 사진을 찾는 이는 누구인가? 그이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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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