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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仇甫는 장춘단으로, 청량리로, 혹은 성북동으로......그러나 요사이 구보는 교외를 즐기지 않는다. (박태원 聖誕祭 277 쪽, 을유문화사)
나라 없는 식민지의 아들, 자격 없는 애비의 자식이었던 구보, 스스로를 큰웬수(원수 仇, 클 甫 )라 불러 경성의 거리, 반도의 하늘 아래를 거닐던 구보. 그런 구보가, 염상섭 삼대 주인공 덕기처럼 황금정 청요리 집에서 빼갈 독구리를 홀짝이거나 까페 여급과 삐루를 놓고 수작하던 구보가, 강화 전등사 아래 동네 여관에 볼모로 잡힌 악극단 여배우의 몸을 훑던 구보가,
그러던 仇甫가 요즈음 교외를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짜장면 때문이었다. 영이와 순이가 알려 준단다.
쉿 ! 이야기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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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이가 이렇게 큰 시련을 받는 동안, 순이도 역시 그 생활에 변화를 가졌다. 그는 이내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다. 그 때 영이가 그렇게 발악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저도 학교가 그만 시들하여진 모양이다.
학생 적과는 달리, 순이는 마음놓고 유난스러웁게 화장을 하였다. 그리고 인제 유명한 여배우가 된다고 떠들며 돌아다녔다. 한 번 밖에 아가면, 대걔는 밤이 제법 들어서야 들어왔다. 간혹 집에 붙어 있는 날은, 으례, 영이가 듣기 싫어가는 소리를 한두 마디씩은 한다.
사실, 무슨 각본 속에 그러한 구절이라도 있어, 그 소임을 맡은 순이는 부지런히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나 싶게,
" 저는 결코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제 제게로 돌아오실 날도 있겠지요. 오즉 그것을 한 개의 희망으로 저는 애가와 함께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애기를 위하여서는 여급도 그만 두었습니다. 만약 저의 어머니가 그러한 일을 한다고 알면, 애기는 필연코 슬플 게니가요. 저는 집에서 외로이 있습니다. 외로이 들어앉아 삯바느질로 그날 그날을 지냅니다......"
사실 영이는 바느질을 맡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과 같이 순이 하는 말에 말대꾸를 하려 들지 않았다. 또 그의 하는 일에 전혀 간섭을 안 했다.
그러면서 다만 영이는 그를 한시도 쉬지 않고 관찰만 하였다.
어디 좀 두구 보자. 나는 벨벨 짓을 다 하다가 이 꼴이 됐지만, 어디 너는, 그래, 을마나 잘되나, 좀, 두구 보자. 흥 !......오늘 밤두 또 늦는구나. 크리스마스라구, 그래, 교회당에 간다구 초저녁에 나갔지만, 자정 넘어까지 뭣 하러 게들 있겠니 ! 흥 !
내일 아침 일찍이 꼭 입게 하여 달라는 교하부다이 저고리를 끝내고, 마침 잠을 깬 갓난아이에게 영이가 젖꼭지를 물렸을 때, 그제야 순이는 눈을 맞고 돌아왔다.
그는 그러나 곧 마루로 올라오지 않고, 잠깐 앞창 미닫이 밖에가 서서 망설거리는 모양이더니 마침내 방긋이 미닫이를 열고 그 틈으로 안을 엿본다.
영이는 모든 것을 눈치채고 반짇고리를 한옆으로 치웠다. 아이를 안아 들었다. 머리맡 벽에는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코웃음을 치고 영이는 안방으로 건너갔다.
전에 나는 그런 때마다, 네 이부자리를 안방으로 날랐다. 이번에는 마땅히 네가 내 이부자리를 나를 차례다. 흥 !
순이는 형의 이부자리를 매우 거북스럽게 들고 건너왔다.
흥 ! 나는 널더러 월사금을 해 달라진 않았다. 아니야, 호옥 어머니가 집세 말이래두 했는지 모르지. 그러냐 ? 순이야......
영이는 아우에게 그 동안 지녔던 원한과 증오를 이 기회에 그대로 쏟아 놓고 싶었다. 참말이지 속이 시원한 듯이 느꼈다. 내일 아침에 순이가 일어나는 길로 그 얼굴을 빠안히 치어다보면 좀더 속이 시원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잠깐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건넌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 오지 않았다. 불은 벌써 아까 끈 모양이다.
나는 언제든 그 이듣날 아침이면, 사내를 졸라 식구 수효대로 짜장면을 시켜 왔다. 참말이지 이 동리 청요리집에서 시켜다 먹을 것은 그것 한 가지밖엔 없다. 하건만, 너는 그것을 더럽다고 한 번도 입에 대려 들지 않았다......나는 그러나 내일 아침에 어디 한 번 맛나게 먹어 볼 테다......
영이는 생각난 듯이 곁에 드러누운 어머니와 또 아버지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물론 지금 건넌방에서 순이의 몸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고 있을 게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놀라지 않고 또 슬퍼하지 않는다.
---이것이 인생이라 것이냐 ?
갑자기 몸이 으시시 추웠다. 영이는 베개를 고쳐 베고 눈을 감았다. 어인 까닭도 없이 운동회 날 본 순이의 모양이 눈앞에 서언하다. 이윽히 그것을 보고 있다. 영이는 한숨을 쉬었다.
---너마저 집안 식구들에게 짜장면을 해다 주게 됐니? 너마저 너마저......
영이의 좀 여읜 빰 위를 뜨거운 눈물이 주울줄 흘러 내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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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