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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물론 영이라고 그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지는 않는다. 말을 하자면, 오히려 영이 쪽이 할 말은 더 많을지도 모른다.
딴은 운동회에 구경을 간 것은 내가 잘못일지두 모른다. 하지만 그러헌 장한 구경에는 동네 사람들까지두 흔히 따라나서는 게 아니야. 친 동기간에, 제 동생이 운동회에 나간다는데 형 된 사람으로서 가 보고 싶을 것은 인정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물론 나는 네 말마따나 여급 노릇이나 허구 있는 그런 천한 계집년이다. 바루 양반댁 규수 아씨루 너를 알구 있는 학교애서 네 소문이라두 난다면 네 체면이 안될 것은 나두 생각을 했다. 그러기에 바루 여염집 부인네 같이 차려 보느라 반찬 가게 큰 며느리헌테서 긴 치마까지 빌어 입구 갔던 게 아니냐?
너는 또 내가 한 군데서만 가만히 앉아서 구경을 허지 않구 이리저리 너를 찾아대녔다구 그러지만, 너두 생각해 봐라. 어디 그 때 사정이 그렇게 되었느냐 ?
도보 경주에 너는 첨부터 첫찌루 뛰어가다가 결승번 앞까정 가서는 공교롭게두 엎드러지질 않았니 ? 어딜 몹시 다쳤는지, 금방은 넘어진 채 그대루 일어나지두 못하는 것을 남 선생님 한 분과 상급생 둘이서 달려들어 일으켜 가지고는, 사무실 쪽으로 데리구 가드구나. 그러고는 아무리 기대려 보아두 네 모양은 다시 볼 수 없으니, 그래 대체 형 된 마음에 으째 놀라구 근심이 안 되겠니 ? 그걸 네가 너 하나 생각만 하구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래 너는 그까짓 남의 모양만 흉하게 맨드는 형 같은 것은 없는 이만두 못하다구 말했지 ? 대체 뭐 그리 좋아서 여급 노릇을 하는지, 그 속을 모르겠다구 그랬지 ? 옳은 말이다. 참말이지 너보다두 내가 몇 곱절 더 지긋지긋한지 모른다. 하지만 너두 철은 날 나이니, 좀 사리를 캐서 생각을 해 봐라. 그래 내가 이나마 그만두구 말면, 집안이 어떻게 될 게냐 ?
늙으신 어머니가 아는 집을 찾아 대니면서 일을 거들어 주시구, 그래 겨우 담배값이나 뜯어 쓰는 거야 말두 말구, 한때는 세월두 괜찮던 아버지 집주름 벌이두, 요즘 와선 집 흥정이 토옹 없어, 잘 해야 달에 모두 주워 모아 돈 십원 될까말가하니, 그것으룬 집세두 못 낼 것쯤은, 아마 너두 짐작이 설 것이다.
그래 집안 꼴이 이런 중에 그래두 하루 삼 시 밥이라 지어 먹구, 더구나 나는 학교라군 보통 학교에두 못 들어가 본걸, 늬가 그렇게 바루 거드럭거리구 고등 학교까지 다니는 게, 그게 그래 뉘 덕인 줄 아느냐. 그렇다구 내가 뭐어 너헌테 고맙다구 사례 한 마디래두 받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건 그만두구래두 형의 신세가 가엾구 딱하다구, 그러한 생각쯤은 하여 주어두 마땅할 게 아니야 ? 그걸 너는 툭하면, 더러운 여자니, 천한 기집이니, 그렇게 함부루 욕하기가 일쑤니, 옳지, 옳지 워낙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란 저 밥 멕여 주구, 공부시켜 주구 한 사람의 은공은 몰라두 아무 상관이 없는 법이니라.
흥 ! 그래 아무리 어린애기루서니, 고론 년의 법이 어딨단 말이냐 ? 그래 내가 그렇게두 더러운 화냥년이라 하자. 그럼, 너 왜 이 더러운 화냥년이 더러운 짓을 해서 벌어 온 돈으루, 날마다 밥은 먹는 게구, 옷은 입는 게구, 학교 가는 게냐 ? 응 ? 그 더러운 돈으로 왜 그러는 게냐 ? 어디 네 대답 좀 들어 보자꾸나......
아아니예요. 어머닌 글쎄 가만히 기세요. 그저 어린아이라구 가만 내버려 주니까, 바루 젠 듯싶어서 못 할 말 없이......글쎄, 어머닌 잠자쿠 있으래두......무어, 내 입때 참아 온 것 오늘 새상스리 탄하자는 것두 아녜요. 하지만, 요런 깍정이 년의 기집애두 그래 세상에 있우 ? 그래 남의 은공은 모르구 밤낮 욕을 하면 욕을 해두, 그건 괜찮아요. 요건 고러다가두 지가 아쉬면 '언니 언니' 허구 살살거리니깐 고게 보기 싫단 말예요.
그저께 저녁때두 점에 있으려니까, 누가 와서 찾는다기에 나가 봤더니, 글쎄 요 깍정이로구료. 그래 밤낮 천하니 더러우니 하던 가후에루 이 신성한 아씨가 나 같은 여자를 왜 일부러 찾아왔나 했더니, 흥 ! 동무들하구 활동 사진 구경을 가게 됐으니, 돈 일 원만 곧 좀 달라는구료. 그리구 오늘은 제법 날이 추운데 외투두 없이 퍽 고생될 게라구, 인제 지가 내 생각을 하구 날 위해 주구 그랬다구, 바루 고런 소릴 다 하는구료. 흥 ! 고것두 다아 내게서 일 원 한 장 뺐어 가려구, 고 여우같은 생각에서 나온 말이지.
예이, 요 여우 같은 년 ! 구미호 같은 년 ! 난 너같이 밴 건 없어두, 그래두 고롷게 심보가 악하진 않다. 인제두 또 내게 할 말이 있니 ? 요 재애리 깍정이 같은 년아 ! ......
(계속)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