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 하는 노릇이라니! 알곡 벼를 쥔 손 위로 낫질... 농사꾼들이 보면 낫으로 목을 그을 일이다. 일 년 전 초등 아들놈하고 중앙박물관 가서 발견한 것. 이동주 <우리나라 옛그림>, 유홍준의 <화인열전2>를 봐도 여기에 알맞은 해설을 하여 놓은 것이 없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심사정이 보기 드물게 농촌 풍경을 잘 그렸다는 되도 않는 말들을 써 놓았다.
손을 움직이지 않고 주둥이를 움직이는 삶, 선비 화가들이 창조적 지평을 열지 못하고 벼슬아치와 부호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 피안이 문예방에 담아 놓은 에이킨스 해부학교실이나, 렘브란트 인체해부 광경은 아주 특이한 케이스라 해도, 들판 그림을 그린 불란서 바르비종파 사실주의에 못 미치는 타성이다.
아래 시는 독일에 가서 한국말을 잃어 버린 시인, 함 빨아봤음 했던 허수경이, 방년 약관에 내 던진 절창이다. <안녕들하십니까?> 절규하는 젊은이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옮겼다. 우리 세대가 오래 잘난 척 하는 끝에 많이 아파했을 젊은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지만 위안이 될리가 없다고 믿는다. 죄송하다.
사식을 먹으며
그리 모질게 매질을 당하고도 솟증이 돋아 입탐을 하네 돼지비계 두둥실 떠 있는 순대국이나 한사발 가슴에 녹여내고 들이키고 싶으이 방아냄새 상긋한 개장국에 밥을 말며 장정들 틈에 끼여 앉아 주는대로 탁주도 뿌리치지 않고 싶으이 제 아무리 매질 오질토록 닥쳐봐라 내 입맛 하나 온전히 다칠 수 있으랴 두레 마을 아낙으로 살점 일구어 내고 연애도 달덩이 같은 아들도 낳아
이보시게 아들도 이녁들에게 매질 당하게 키우것네
시1, 오규원 <<사랑의 감옥>> 수록, 문학과지성사 1991
시2, 허수경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수록, 실천문학사 1988
**허수경 시는 행을 임의로 바꾸었음. 앤드 댓글 이후 원상 회복함.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