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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7월 06일은 비오다 흐렸다... 구름도 많은 그런 날이었던 듯.
(책 뒤에 고렇게 쓰여져 있다)
김관식은 1934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여 고향에서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정인보, 최남선, 오세창씨등 당대의 대가들 밑에서 한학을 배웠다고 한다. 1955년 <연>, <계곡에서>등으로 현대문학에 추천을 받았으며, 이 무렵 서울상고에서 교편을 잡았고 잠시 세계일보에서 논설위원으로 재직한 적도 있으나 작고하기(1970년 8월 30일)까지 10년여동안 별다른 직업 없이 세검정 높은 지대에 널찍한 터를 잡고 시와 술과 병고와 기행으로 세월을 보냈다.
-편집후기 중 염무웅
신동이라 불리며 기행과 파격을 일삼았던 괴짜 시인 김관식 일화 소개
하나. 아내인 방옥례는 서정주시인의 처제로 김관식은 그녀를 보자마자 반해 바로 프로포즈를 하였다 한다. 그러나 그녀가 거절하자 그녀가 사는 이웃에 하숙을 하며 날마다 그녀를 보러 갔는데, 그래도 거절하자 마지막 수단으로 음독자살 소동을 벌였으며 목숨까지 버리려 했던 그의 순정에 결혼하게 되었다 한다. 주례는 최남선.
둘. 명함에 대한민국 김관식이라고 새기고 다니던 그는 4.19 직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출마지는 서울 용산 갑, 상대는 장면. 결과는 당연 떨어졌고 유산을 다 탕진하고 술과 기행으로 살다 36세에 세상을 등졌다.
무검(撫劍)의 서(書)
시방은
공원의 벤취 위에
팔 베고 돌아 누워
명상에 취할 때,
나무여,
바람에 흐느끼는 발가벗은 나무여.
그래도 너는,
한 해에 한 번씩은 제 마음을 가늠하여
자아의 혁명을 개운히 치르고,
무거운 침묵 속에 안으로 눈을 돌려
또 하나의 연륜을 굳혀 가건만......
원하여 이룬 바 없이
불혹의 나이에 도리어 의혹만 짙어
칼자루 어루만지며 휘파람 불어
세상 일 길이 탄식하노니
강물은 흘러도
구르지 않는 바위가 되어, 바위가 되어
부동심의 자세를 배워 줄란다.
비인 포키트에 손을 찌르고
스치는 시장기를 하품으로 달래며
어둠살 짙은
육조 앞 너른 길을 걸어가다가
문득, 이런 것을 생각해 본다.
정부는 배요,
인민은 바다, 바다는 뱃길이사 열어 주지만,
어쩌다 포효하여, 산악이 찢어지는 천지개벽의 그전날 같이 물
너울이 또로 공중에 치뻗히는 날에는 까짓거 사정없이 때려 부신다!
일껏, 호텔의 옥상에 서서
휘저은 골프 크럽, 저 멀리 손짓하여
아방궁에 도둑의 떼 불러들이고
누구의 피로,
헛되이 만리성을 쌓으려는가.
생강을 씹지 않곤
잠 못 이루던 공자의 괴로운 밤을
아하, 어떻게 새워야 하나.
소크라테스보단도 육신은 야웼는데,
독배도 내 차지는 없단 말이냐!
두룩저어지종 두룩돼지야
오래 오래 꿀, 꿀, 꿀 잠 잘 자거라.
높새가 불고 청노새 울어
지평선 너머 누른 해는 빠지고
쇠붙이 소리 서그럭거리는 고량, 수수밭에 서리 찬 달빛. ......기러기떼
우지짖으며 지나가는 그림자도 그리 반갑던 나의 형제의 즐거운 안행의
밤은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동화 속에나 묻어 버리고
눈이여. 어서 내리고 지고,
내리고 지고 눈이여. 우리
눈 속에 묻혀 눈을 씹어 눈물을 먹고
삼동을 하얗게 얼어서 살자.
<1968. 사상계>
몇몇 심우와 선배를 쬐끔씩만 믿었을 뿐, 아무도 믿으려 않고 욕만 퍼부으며 철저한 자존과 고독과 깡소주로만 살다가 완전히 폐가 녹아 사십도 못되어 스러져간 젊은 사내- 신동출신의 그 김관식이를 시인으로 추천한 것을 나는 한동안 후회했으나, 이제는 후회 안해도 되는가? 또다시 우리를 괴롭게 울리며 죽어갈 염려는 없어졌으니까...
- 시인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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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