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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읽고 읽고 있는 책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호밀밭의 파수꾼>인데 이 책을 읽다 눈을 돌리고 싶을 때 펴서 보는 또다른 책이 오늘 소개하는 시인 안도현의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이다.
이 책은 안도현시인의 시집은 아니고 그가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라는 부제처럼 시인이 읽어서 좋은 시를 노트에 늘상 베끼던 시인데 작가의 말처럼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애매해서 도무지 안개 같은, 암컷과 수컷 간의 사랑 일색인 연시풍의 시에 식상한 독자'가 예뻐해 줄만한 시가 실린 시집이다.
시인의 말에도 동감하면서 디어뉴스에 소개하는 또다른 이유는 시집 곳곳에 실려있는 흑백의 사진들이 시와 함께 이야기거리와 겪어보지 않았던 시대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또다른 작품이 함께 수록되어 시와 함께 상상력을 배가 시켜주는, 그리고 처음부터 시작해서 읽을 필요 없는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은 편한 시집이기 때문에~ (해가 갈수록 소설 보다는 시가 좋아지는 사적 이유도 포함)
책에 실려 있는 시도 한편 감상합시다
수문 양반 왕자지
이대흠
예순 넘어 한글 배운 수문댁
몇 날 지나자 도로 표지판쯤은 제법 읽었는데
자응 자응 했던 것을
장흥 장흥 읽게 되고
과냥 과냥 했던 것을
광양 광양 하게 되고
광주 광주 서울 서울
다 읽게 됐는데
새로 읽게 된 말이랑 이제껏 썼던 말이랑
통 달라서
말 따로 생각 따로 머릿속이 짜글짜글 했는데
자식 놈 전화 받을 때도
옴마 옴마 그래부렀냐? 하다가도
부렀다와 버렸다 사이에서
가새와 가위 사이에서
혀와 쎄*가 엉켜서 말이 굳곤 하였는데
어느날 변소 벽에 써진 말
수문 양반 왕자지
그 말 하나는 옳게 들어왔는데
그 낙서를 본 수문댁
입이 눈꼬리로 오르며
그람 그람 우리 수문 양반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왕자거튼 사람이었제
책에 실려있는 사진은 김기찬(1938~2005)의 작품으로 동양방송국 영상제작부장과 한국방송공사 영상제작국 제작1부장을 역임했고 1988년 이후 '골목안 풍경'을 테마로 개인전을 여섯 차례 개최했으며, 같은 제목의 사진집 시리즈를 6집까지 출간했으며 <역전 풍경>, <골목안 풍경 30년>등의 사진선집이 있다. 제3회 이명동사진상(2002)과 제3회 동강사진문화상(2004)을 수상했다.
위 시를 읽으면서 팔순을 훌쩍 넘기신 울셤니가 떠오른다
가끔 어뚱한 말로 자식들 웃게 만드시는 울엄니의 모습이기도 하고, 고향 촌동네의 다른 할매들 모습도 겹치고... 시인의 언어는 짧은 단어, 시 속에 이야기를 한껏 품고서 기억의 언저리를 넘나들게 주문과 같더라~
*쎄: 혀의 전라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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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