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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아 채현국/ 기록 김주완(경남도민일보 국장)/ 피플 파워(175쪽) 채현국(1935~) 양산 효암학원 이사장과 도민일보 김주완 국장과의 4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묶은 것이다. 김국장은 지역 신문기자로서 이곳 양산의 어른을 서울 매체보다 먼저 알리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짧게는 2시간, 길게는 6~7시간 인터뷰를 통해 그의 삶을 기록했다. 채현국 이사장은 인터뷰 조건으로 '절대 훌륭한 어른이나 근사한 사람으로 그리지 말것'을 내걸었다. 그래서 들은 이야기 그대로, 조사한 내용 그대로, 사람들이 그를 언급한 그대로 풀었다. 
효암고 강당(사람 크기보다 훨씬 큰 위인들 사진이 눈을 사로 잡는다)
김주완 기자 :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 오시면서 후회스러운 일은 없습니까? 채현국 이사장 : ... "나이 육십 대여섯되어서 사명감 상관없어지게 되니까 그 빌어먹을 어느 놈이 명령한 것도 아니고 빚진 것도 아닌데 왜 그놈의 사명감 때문에 살아온 게 왜 그 모양인지, 제일 후회스러운 게 사명감이에요. 그냥 솔직한, 순박한 마음으로 한 게 아니라 그래도 배운 놈으로 나라 덕으로 학교도 많이 다니고 했으니 해야지 왜 이 따위 마음이 드는 거요 인간이." ... "인생이라는 게 잘하는 일이 하나면 못하는 일은 아흔 아홉 가지인데, 밤낮 비틀거리고 사는데, 술 먹기 좋아하고 친구들 좋아하고 개소리는 밤낮 하고, 큰 소리 친 죄로라도 해야지 이런 마음이 자꾸 드니까." 김주완 기자: 남은 인생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채현국 이사장 : "좀 덜 치사하고, 덜 비겁하고, 정말 남 기죽이거나 남 깔아뭉개는 짓 안 하고 남 해코지 안 하고.... 그것만 하고 살아도 인생은 살 만 하지." <채현국 이사장의 우리말에 대한 가설> 채현국 이사장 : "우리나라 말로도 우리 나라 이름이 있어. '조선'이라고 그 글자를 발음한 적이 없어. 왜냐하면 표의 문자를 표음 문자의 고정관념으로 당연히 음가가 따로 있는 줄로 아는 것은 그냥 엉터리없는 오해야. 표의 문자는 단어나 구나 절이나 문장으로 그냥 읽지 그 기호를 음가로 읽을 필요가 없어." "어느 틈에 모든 표의 문자는 그 언어를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서 다시 그것이 표음 문자화 돼. 지금의 중국 한자를 보면 얼마나 표의가 아니고 표음 문자화 됐어. 따라서 그 문자를 만든 사람들과는 달리 말을 몰라가지고 그걸 음가로 매겨서 사용한 것뿐이야." "표의 문자는 단어나, 구나, 절이나, 문장이 되는 전체 말로 읽지, 음가로 읽지 않는다."(표의 문자는 음가가 결코 있을 수 없고, 말로만 소리를 읽는다) "지금 한자라고 불리는 그 고문자는 만든 민족이 우리말을 하는 동이족이더라. 상나라가 동이족이고 그 동이족이 우리말을 하더라. 말이 이래야지." "상나라가 갑골문자를 만들었으니까. 갑골문이 우리말 발음으로 되어 있더라 이말입니다. 상나라는 제후국가 이름이고, 통일국가 이름이 그 글자(조선)를 썼는데 우리는 그걸 '가라'라고 하고 '아라'라고 했지 조선이라고 우린 읽은 적이 없어." "우리나라의 원래 국호는 '가라'고 글자는 '조선'이었고, 주몽의 나라 이름은 '고려'인데 글자의 발음은 '고리'지만, ...'고마'라고 읽었습니다." ('조선'이라 쓰고 '가라'라 읽었고, '고려'라 쓰고 '고마'라 읽었다.) 채현국 이사장은 중국 전체가 '가라'이며, 만주에 단군을 따로 만들어 봤자 헛일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김주완 기자 : <죽은 시인의 사회>는 어떤 점에서 좋은 영화입니까? 채현국 이사장 : ... "평범한 시민의 가능성을 열어 보이는 영화이기때문에... 잘못된 생각만 고정관념이 아니라 옳다고 확실히 믿는 것이 얼마나 험악한 고정관념이고 과오인지를... 이게 중요합니다. 그냥 잘못된 것만 우리는 고정관념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천만입니다. 확실하게 아는 것 전부가 고정관념입니다." 김주완 기자 : 나이먹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왜? 채현국 이사장 : "농경사회에는 나이 먹을수록 지혜로워지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혜보다는 노욕의 덩어리가 될 염려가 더 크다는 겁니다. ...농경사회의 노인네는 경험이 중요한 시대가 되어가지고 결국 경험이 지혜처럼 될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경험이 다 고정관념이고 경험이 다 틀린 시대입니다. 먼저 안 건 전부 오류가 되는 시대입니다. 정보도 지식도 먼저 것은 다 틀리게 되죠. 이게 작동을 해서 그런지 나이 먹은 사람들이 지혜롭지 못해지고 점점 더 욕구만 남은 노욕 덩어리가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김주완 기자 : 이사장님도 아예 어릴 때는 일본이 조국이 아니라는 것도 몰랐다고요? 채현국 이사장 : "전혀 몰랐어. 그걸 아는 놈은 아주 뛰어난 상류층 지식인 집안이거나 아니면 지식 있는 중상류층에서 아이가 가서 말하지 않을 확신이 있었던 집에서만 일본이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말을 해줄 수 있었지, 어디서도 일본이 우리나라 아니란 말은 못했습니다." 김주완 기자 : 그걸 자각한 게 언제쯤이었습니까? 채현국 이사장 : "해방되자 마자였죠. 놀랐죠. 이 놀라움이라는 것은 세상이 옳다고 가르쳐준 게 전부 거짓말인거야...아, 어른들이 옳다 하던 건 전부 거짓말이네 하는 것을 그 때 알았어요. 내가 신이 없다는 건 모르지만 있지 않다는 건 안다고 하는 것도 그런 영향일 겁니다." 김주완 기자 : 가치관이 한 순간에 전도되어버린 거네요. 채현국 이사장 : "가치관이 정도가 아니라 모든 생각이지.... 그래서 오죽하면 해방된지 한 2년이 지났을 무렵 엄마한테 '엄마는 남자도 아닌데 왜 일본이 우리나라 아니라고 말 안했노?'라고 물었어. 그랬더니 '야, 이 자슥아. 쓸데없는 소리 마라. 그런 걸 알아서 뭐 하노. 그런 말은 입에도 담지 마'라고 해. 지금도 겁이 나가지고.우리 모두가 우리 엄마처럼 '가만히 있어''내버려 둬' 하는 게 현실에서 지혜였던 거야." "지금도 민중들이 잘못 뽑아가지고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연달아 경험하고 있지만, 이런 민중은 나는 다음에도 별로 지혜로워질 것 같지 않은데? 자기 살기 위해선 지혜도 아니고 기본권인데, 반기문 따위나 예비후로로 삼으려는..." 김주완 기자 : 누구요? 채현국 이사장 : "반기문 또 울궈먹겠다는... 제일 중요한 것은 웃대가리 만이 아니라 그 웃대가리를 이용해 처먹는 집단. 조선조에는 선비라는 집단.... 또 이승만이 밑에서 그대로 해쳐먹고, 북쪽은 북쪽대로 김일성이한테 붙어서 그대로 해 쳐먹고. 이승만이 쫓겨나자 박정희한테 붙어서 그대로 해먹습니다." "불특정인인 것같이 보이지만 실제로 이것들은 지식과 지역과 학연과 혈연, 혼연까지 맺은 집단입니다. ... 앞잡이 해먹고 이용해먹는 이 집단을 언론이 다루지 않는 한 위에 보이는 그것들에게 또 협조합니다." 김주완 기자 : 그런 집단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채현국 이사장 : "앞잡이 집단이죠. 모든 권력의 앞잡이들. 지식과 학연, 혈연, 지역으로 뭉쳐있는 이익집단인 동시에 앞잡이 집단. 이놈들은 대표자만 희생되면 자기들은 살아남는다는 이익집단. ... 우리나라의 주인은 우리 민중이 아닙니다. 그 이익 집단, 앞잡이 집단이 주인이죠." 채현국 이사장은 마지막에 "세상에 정답은 없다. 틀리다는 말도 없다. 다른게 있을 뿐이다. 정답은 없다. 해답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책 말미에 채현국 이사장의 말이 가슴에 사무친다. "얼라(어린 아이) 때 사탕 하나를 남한테 못 주던 애예요. 한 입 빨아 먹으라고도 못했던 앱니다. 아까워서 나 혼자 먹었지. 그랬던 놈이 세상을 살면서 요만큼이라도 되었으니 나만 수지맞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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