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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한국 기자(이하 슬 기자)와 스나이퍼 기자(이하 스 기자)의 장하준 비판에 대한 글을 잘 읽었다. 배운 것도 많고 새로운 시각도 알수 있게 되어서 고마웠다. 특히 척박한 인문사회분야에 좋은 책을 출간해 준 슬픈한국에게는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사실 장하준의 책들은 <나쁜 사마리안인>이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선정된 사실에서부터 <23가지>에 이르기까지 보수진부 양진영으로부터 활발한 논쟁을 일으킨 하나의 레퍼런스와 같은 존재였다. 더욱이 많은 시민들이 그의 책에 많은 호응을 보임으로써 더 나은 경제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출발하는 지점에 되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밑에 현봉 기자의 글과 다소 중복이긴 하지만 덧붙여본다.
1. 장하준에게는 민주주의가 없다?
스 기자는 제목으로 "장하준에게는 민주주의가 없다"를 뽑았다. 그리고 "그가 만들고자 하는 국가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으며, 오히려 그가 '선한 독재'를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을 이렇게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부분이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나도 그의 책을 몇번씩이나 읽었지만 그가 독재를 옹호하고 민주주의를 경시한다는 느낌을 단 한번도 느낄수 없었다. 오히려 <23가지>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어렵고 위압적인 경제정책의 문제에 대해 주눅들지 말고 경제 시민으로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것을 촉구하는 그의 모습에서 민주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았다.
장하준의 최대 덕목은 어렵고 난해한 경제정책 분야의 결정들이 사실은 힘세고 돈많은 집단들의 이기적 관점으로 인해 얼마든지 왜곡되고 신화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적나라하고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는 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만큼의 그의 책에 민주주의가 결여되어 있다는 주장은 너무 과도하다.
장하준의 정치적 정체성
사실 그의 정치적 정체성은 참으로 모호하다. 많은 인터뷰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그의 정치적 입장은 보수에서 중도 그리고 진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다. 스스로도 딱히 자신의 정치지향성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특히 그의 국내정치에 대한 이해는 많은 부분 정말 문제가 있다. 그가 조선일보에 칼럼을 기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최근 두 저작에서 그는 자본주의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가 자본주의에 대해 글을 쓸 때 민주주의나 정치영역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할애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를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적-시대적 인식이 결여되었다고 비판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본다.
2. 장하준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폄하한다.
슬 기자의 경우 그가 장하준을 싫어하게 된 계기가 장하준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단 이 부분은 그의 최근 저작을 염두에 둔 비판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장하준의 책은 대부분 영어권 독자를 염두에 두고 출간되었고 그의 대표적 저작인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23가지>에는 한국정부에 대한 비판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도 않다.
아마도 그의 책중에서 2004년 한국독자를 대상으로 직접 쓴 <개혁의 덫>과 2005년과 2007년에 각각 출간된 인터뷰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전에 읽었던 기억에 의존하자면 이 책들에서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상당한 비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책에서 "인도에 대한 중국의 우위론"이라거나 "좌파정권이 반기업정책펴서 한국이 망한것"이라는 등의 주장까지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아직 슬 기자의 두 번째 책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정확히 어떤 주장을 펴는지는 책을 읽어봐야겠지만 슬 기자의 비판이 다소 두서가 없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국내의 많은 시민들이 읽고 호응한 책은 그의 과거 저작이 아니라 최근의 두 저작에 집중되어 있음을 상기해 본다면 몇년전 그의 인터뷰 집 등에 의거해 그가 참여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하했다는 주장은 조금 더 조심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장하준을 보면 이런 정치적,역사적,문화적,인문학적 고찰이 별로 없다는것이죠. 그저 얌생이처럼 노무현 씹고 fta반대하면서 진보류 인심사고,국가주의 빨아주면서 좆선류 인심사는 식이라는겁니다. "라는 대목에서는 그의 장하준에 대한 반감이 대체 어디서 연유하는지 잘 이해가 안간다. 이 부분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3. 현대차 노조의 교조진보? 이민정책?
슬 기자는 한미FTA에 대한 현대차 노조원들의 모순적 태도를 거침없이 비판한다. 자기들은 이익을 보면서도 교조적 진보주의 논리때문에 FTA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자들이 FTA를 반대하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물론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차이가 정몽구, 이건희가 FTA를 통해 얻을 이익과 현대차 노조원들이 급여인상으로 누릴 이익 만큼의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일까.
정몽구, 이건희와 같은 거대자본이 FTA를 통해 얻게 될 이익과 대기업 노조원들이 얻을 이익에는 거대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FTA로 당장 월급이 오른다면 얼마나 오르겠는가. 심지어 현대차의 미국 수출물량 상당 부분은 이미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지 않나. 게다가 FTA 체결을 했다고 해서 해외로의 공장이전이 줄어든다는 보장도 없다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일반 노동자들이 FTA에 반대하는 것이 꼭 교조진보주의에만 입각한 것일까?
그리고 진보들이 이민정책의 확대를 옹호한다고 비판하는 대목은 조금 의아하다. 국내 노동자들 중에 이민정책의 확대를 옹호하는 측이 있을까? 대기업 노조가 그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난 잘 몰랐다. 그리고 국내 진보주의자들의 경우 이민자체를 확대하자는 것 보다는 이민자 또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보다 평등한 권리를 주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데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라 추가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레퍼런스로서의 장하준
장하준의 책들은 경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많은 시민들에게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밑에 개곰 기자가 잘 지적했듯이 장하준의 눈은 기본적으로 세계의 눈이다. 그가 자본주의를 바라보고 비판하는 지점은 위싱턴, IMF, 세계은행 등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그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대학 시절 이후에 그는 사실 영국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그의 주장 중에서 한국에 적용될 부분은 우리들의 시각과 철학에 입각해 취사선택을 하면된다고 본다. 보수에서도 진보에서도 그리고 진보자유주의에서도 그를 적절히 이용하면 그만이다. 그에 대한 비판과 토론은 유시민의 연합정치를 염두 두었을 때도 여러 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그의 대한 불분명한 이유에 근거한 과도한 폄훼나 비난은 생산적이지도 못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을 수 많은 시민들 중에는 장하준의 책들을 그 많큼이나 많이 읽었을 것이고 <국가란 무엇인가>와 <23가지>는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줄수 있는 조화로운 커플로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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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