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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 세 번은 족히 읽어야 온전히 그의 생각과 정치적 비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 서평이 다소 흥분된 마음에 써내려간 <국가란 무엇인가>에 담긴 유시민의 정치적 도전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 서평은 유사한 맥락에서 <국가란 무엇인가>의 마지막 장의 베버의 책임윤리를 통해 유시민이 강조하고자 했던 그 지점에서 다시 참여정부의 존재를 무겁게 바라보려 한다.
참여정부를 돌아보기 전에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소개되고 있는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을 생각해본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독일 역사상에 처음으로 등장한 '공화국' 정부였다. 당시의 혁명은 독일의 황제를 폐위했고 사회민주당이라는 진보 정당을 정부의 최고의사결정권자에 등극시켰다. 그야말로 새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라는 멍에를 둘러쓰고 허약한 토대 위에서 시작한 이 민주적 진보정부는 곧 몰아닥치는 세계대공황이라는 파국과 함께 10여년의 집권기간이 허무하게도 나치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정작 자신들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숙청되고 말았다. 독일 국민들은 허약했던 민주정부보다는 밥 잘 먹여주겠다는 부국강병의 전체주의적 독재 체제에 열렬히 환호했다.
독일 바이마르 정부의 흥망을 지켜보면서 참여정부가 오버랩되어 떠오른다. 참여정부 이후에 휘몰아친 그 절망의 후폭풍을 2012년 지금의 우리는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중이다. 바이마르 이후의 나치 정권만큼이나 참여정부 이후의 이명박 정부는 역사의 반동이었다.
2007년을 끝으로 참여정부의 역사는 끝났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 나치정권만큼이나 권력의 폭력적 사용을 명민하게 휘두룰줄 아는 정부였다. 허약한 민주정부보다는 밥 잘 먹여주겠다는 부국강병의 독재를 선호했던 당시의 독일 국민만큼이나 2007년 겨울의 한국 국민은 이명박 정부를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그들의 정치적 비전을 계승할 적자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로의 이행을 통해서 자신의 역사적 입지를 다시 한번 재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면 참여정부는 이명박 정부라는 반동의 후속자를 맞이하면서 자신의 역사적 입지가 급격히 퇴행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명박 정부라는 반동의 역사를 살고 있는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정치적 숙청의 최대 피해자일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탄생이라는 참극의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칸트는 인간 행동의 도덕적 가치가 동기에 의해 좌우된다고 보았다. 친노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한 의지와 동기를 의심하지 않는다. 무수히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그의 여러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도 그의 선한 동기를 찾아내기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 또한 친노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베버는 냉혹하게 주장한다. 정치는 결과로 책임지는 일이라고. 그는 출범 당시의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가들에게 주장했다. "자신을 신념정치가로 여기며 혁명이라는 도취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과연 무엇이 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등골이 오싹한 어둠과 고난에 찬 극지의 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예언했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이를 자신들의 역사적 사실로서 입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전 세상 사람들은 그를 비판하고 매도했다. 특히 진보진영에서 그러했다. 그들은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토양을 제공한 것은 결국 참여정부였다고 주장했다. 정작 자신들은 항상 신념윤리와 칸트의 도덕법에 따라 행위하면서도 참여정부에게는 매정하게 책임윤리를 강요했다.
그러나 친노의 사람들은 참여정부에 쏟아지던 이러한 무수한 비난과 비판에 맞서 대체로 칸트의 도덕법에 입각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과거를 선한 의지와 동기를 들어 방어하고 변호하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베버의 책임윤리의 측면에서라기 보다는 칸트의 도덕법에 의거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이명박 정부의 반동 체제 하에서 2012년의 잔인한 봄을 힘겹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공화국의 한 시민으로서 생각컨데 참여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임은 여전히 무겁다. 그것이 베버가 정치가에게 냉혹히 요구하는 무섭도록 치열한 책임윤리의 요체이며, 그것이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유시민 그 스스로는 물론 대한민국의 정치에게 요구하는 윤리이기 때문이다.
진보대통합과 연합정치를 펼쳐나가야 할 그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는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무거운 시대적 책임성이다. 그가 참여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겨주고 간 무거운 역사적 유산과 책임을 딛고 다시 힘차게 일어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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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