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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노당 대표의 미래의진보 권두언 전문, 뉴스페이스에 실린 것을 발췌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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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참여정부-진보진영 실패 동전 앞뒷면” “유시민, 종종 날카로운 눈매…놀라운 힘으로 끌어당겨” 민일성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06.30 12:12 | 최종 수정시간 11.06.30 12:32
(상략)
다음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의 <미래의 진보> 권두언 전문
정치인이 말하는 것은 책임이기도 하거니와,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기 때문이며, 말 한 마디로도 큰 풍파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른 당의 정치인과 여러 분야의 현안은 물론 왜 정치를 하며 어떤 정당을 만들어가고 싶으지까지 대화한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나아가 부담스러운 일이기까지 하다. 만난다는 것 자체에 눈이 동그래지는 분들도 계시니, 공연한 추측이 생겨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것이 나은 처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바쁘디 바쁜 정치의 일상에서 매우 많은 분야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 무엇인가 오가며 모아지기도 하고 차이가 분명해지기도 하며 그것을 특정한 문제에 대한 판단의 자료로 사용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들 여긴다. 유시민 대표와 나의 대화에 대한 앞서가는 말들도 그 나름으로는 “이 바쁜 사람들이 괜히 만날 리 없다”는 합리적 추론에 따른 것이리라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실제로, 유시민 대표와 대화를 시작한 이유는 이른바 요즘 말밥에 오르는 정치적 동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 도대체 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이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현실의 정치에서 보여주는 인상과 책을 통해 전해지는 인상이 참 다르다고들 말하는 유시민 대표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지가 나로서도 궁금했다. 경기도지사를 하겠다고 나섰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그의 생각의 깊이는 정말 어디까지인지 궁금했다. 야권연대는 합의한 정책을 함께 실현하자는 약속인데, ‘유시민’이라는 자연인으로 대표되는 국민참여당에 대해서는 이 합의를 이행할 의지와 준비가 되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기에,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럼 다른 정당 다른 정치인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더란 말이야, 물으실 분도 있겠다. 솔직히, 그랬다.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과 인상에 별다른 불일치나 호기심 유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궁금증이 있었다. 나에게 호감을 전해오는 분들, 그것도 매우 적극적으로 표시해오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유시민 대표에 대해서도 강한 호감을 표했다. 유대포와 나는 다른 정당에 속해 있고, 같이 한 일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며, 밖으로 드러나는 인상으로도 크게 다른데, 이분들은 왜 두 사람을 함께 좋아하나. 내가 유 대표와 무엇이 비슷하기에. 그 점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마지막 궁금증은, 참여정부 시절 사안마다 잘게 갈라졌던 시민사회와 진보운동, 그리고 정부의 간극을 이제 다음 정부에서는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참여정부가 시도한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진보진영이 참여와 비판의 방법을 고루 활용하며 정부가 개혁과 진보의 길을 강력하게 밀고 가도록 해야 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것과 마치 동전의 앞뒷면처럼 전체에서 잇닿아 있다. 2010년 이후 나의 고민과 관심은, 이런 면에서 앞으로 진보진영이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것에 줄곧 집중되어 있다. 참여정부의 공적이 아닌 부채만을 승계하겠다고 선언한 유시민 대표이기에, 그 방법을 찾았는지 듣고 싶었다.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는지를 유 대표의 말과 표정을 통해 알아내고 싶었다.
궁금증이 풀어졌나?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이 나에게 바로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먼저, 나 스스로도 이 궁금증이 정치지형 급변의 시기 중간 즈음에 이루어진 짧은 대화를 통해 완벽하게 풀어지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말해둔다. 이 정도 수준의 궁금증은, 공동의 실천을 통해 함께 땀흘리고 나서야 완전히 풀릴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얻은 것은 앞으로 궁금증을 풀어갈 수 있겠다고 여기게 하는 약간의 단서들일 뿐이지만, 작지만은 않다.
첫 번째 궁금증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풀어나갈 단서를 찾았다. 2010년 가을, 북의 권력승계에 관련해 “나와 민주노동당의 선택은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댓가로 나와 민주노동당이 받아야 했던 상처는 2008년 대규모 탈당 사태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차라리 진보라고 인정받는 것을 포기하겠다고 맞섰다. 2011년의 진보정치대통합 과정에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6.15 공동선언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을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당론으로 인정하기로 하였으나,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있는 선까지 합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최종합의에 도달하였고, 상처도 채 치유되지 못한 채 봉합되었다.
민주노동당은 6.15 공동선언의 관점에서 남북관계의 현안들을 본다. 권력승계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보기에 체제인정이라는 남북이 합의한 선을 지키기 위해 말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북을 비판하지 않으면 이른바 종북주의자로 몰아 매장시키는 마치 형벌과도 같은 분단의 이분법을 우리 스스로 뛰어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설명했다. 그러나 유 대표가 수긍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지식인들 가운데 북한 체제 문제를 6.15 공동선언에 입각해 보는 인물이 많지 않고, 6.15 공동선언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이분법의 극복 문제를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현재 우리 사회의 하나의 과제로만 두어도 문제는 쉽게 풀려나갈 텐데 여기에 수긍하는 사람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 흑백논리의 폐해는 이미 막걸리 국가보안법 시대를 지나온 것으로 극복되었다고들 보는 것만 같다. 북의 체제에 대한 경멸감이 보수언론을 통해, 때로는 이른바 진보언론을 통해서까지도 끊임없이 퍼져나가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유 대표도 처음에는 이 주제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내가 딱하다는 어투로 말을 꺼냈지만, 말을 주고 받으면서 미묘한 변화를 내비치더니, “문제는 이런 진지함, 흑백논리를 거절하는 철학적 성찰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또 오해를 받는다는 것”이라며 “좀 더 연구를 해서 유권자들이 가진 오해를 풀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몇 마디의 대화 끝에 이 지점까지 오는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유 대표는 이 대목에서 지식인이 의거해야 할 타당한 논리구조가 무엇인지를 자신의 기존 관념에 앞세워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식인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논리의 함정에 빠지는 때이다. 아무리 현실로 올라올 동아줄을 내려도 거절하고 스스로를 계속 함정에 가두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식인이 빛나는 순간은, 타당한 논리라는 생각이 들면 두말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때이다. 이해력과 함께 합리성 앞에 승복하는 자세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진보진영 내의 매우 복잡하고 오래된 논쟁에 대한 합리적 토론과 이해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 순간을, 나는 오래 기억할 것이다.
“제 고집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오래된 인물평은, 나와 나눈 대화에서는 현실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이 인물평이 어느 시점의 유 대표에게 맞는 것이었다면 유 대표 스스로 바뀌어가는 중일 수도 있고, 대화에서 차이가 확인되는데도 불구하고 맞물려 돌아갈 정도의 접점이 생겨날 만큼 둘 다 아니 사회자까지도 포함한 모두가 개혁의 실패를 안타까워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실패의 경험은 모두에게 성찰을 요구했고, 이것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조금은 더 겸손하게 만들어놓은 것은 분명하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우리는 잘 알면서도 한 길 사람 속을 알기 위해 애쓰고, 그 판단에 따라 관계의 깊이를 만든다. 속을까 두려워 이용될까 염려되어 어떤 관계를 맺을지 의논해보는 것조차 삼가야 하는 위험지대는 아니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덧. 책을 통해 보는 유시민에 비해 현실의 유시민은 더 유쾌했으나, 현실의 유시민에는 책 속의 유시민보다 짙은 그늘의 흔적이 비꼈다. 그의 인생 가운데 최근의 몇 년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일지 모른다고 짐작할 뿐.
두 번째 궁금증, 어떤 사람들은 왜 나와 유시민 대표를 모두 좋아한다고 할까. 유 대표는 자주 유쾌하지만, 종종 눈매가 몹시 날카로워진다. 재벌대기업의 횡포에 못 참아할 때, 위선의 논리를 가차 없이 동강낼 때, 나를 앞에 놓고도 그러했다. 그 눈매는 매우 놀라운 힘으로 ‘같은 편’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나도 날카로워질 때가 있다. 평소 무척 부드러우나, 이거 뭐야, 하고 한 번 끓어오르면 사정 없이 밀어붙인다. 그런 모습을 보신 분은, 두 사람이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겠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나와 유시민 대표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비슷한 것이 한 가지라면, 다른 것은 스무 가지를 훨씬 넘는다. 예를 들어, 유 대표는 타고난 스피커다. 나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좋아한다. 이 책에서 종종 내가 말한 분량이 유 대표의 그것보다 짧은 것은 그 때문이다. 정책에서 다른 점도 여럿 드러났다. 유 대표는 국군의 해외파병에 대해 보낸다 안 보낸다를 미리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인도적 개입이라는 명분의 무력사용마저도 이미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판단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해외파병은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유 대표는 임대료 상한제에 대해 인위적인 최고가격을 설정하면 신규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지금 눌러 놓으면 나중에 터진다고 말한다. 내 생각은 이 부분 대담이 이루어진 행사의 진행상 따로 밝힐 기회가 없어 책 본문에는 실리지 않았는데, 나는 상가 임대료 상한제가 이미 실시되고 있으며 그 이후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점으로 보아, 또 전월세값 인상폭이 너무 커 임차인들의 고통이 큰 만큼 주택 임대료 상한제를 못할 바 없고 오히려 시급하다고 본다. 세세한 정책에서 이런 차이를 일일이 좁혀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고 나니, 나는 나, 유시민은 유시민,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은 국민참여당이므로, 각자 서로 더 많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 애쓰는 사람으로서, 서로의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둔 대화도 그 자체로 유익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말 조국 교수님과 함께 한 두 사람의 대화를 보러온 청중들의 표정에서 나타났듯, 유시민 대표와 나의 대화를 궁금해하는 분들은 두 사람이 의견을 나누면 무엇인가 서로 보완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계신다. 그래서 세부적인 정책의 차이가 확인되는 순간 순간들까지 진지하게 지켜봐주셨던 것이리라. 차이를 그대로 남겨둔 채 다른 주제로 넘어간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차이가 좁혀지는 것도 있었다.
한미FTA에 대해 유시민 대표와 내가 서 있는 입장의 차이는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왔다. 4.27 재보궐선거 승리 직후 한EU FTA 처리과정에서 민주당의 태도가 정책연대를 기본으로 하는 야권연대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왔던 것을 떠올리면, 각 야당이 앞으로 남아있는 한미FTA비준동의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지 어떻게 공동행동할 것인지는 이후의 야권연대에서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또 진보진영 대표가 연석회의에서 한미FTA 반대와 호혜적 공정무역체제 수립에 기여하는 통상정책을 20대 정책과제의 하나로 정한 만큼, 진보진영대통합에 참여하겠다고 했던 국민참여당과 관계에서 이 문제는 말 그대로 중차대한 것이다.
진보의 길에 함께 하겠다고 나서려면 먼저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이 한미FTA를 추진했던 과거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한미FTA 추진과정에서 단순한 의견의 대립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 요구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온당하다. 하지만 나는 현재에 서서 미래의 협력의 가능성을 서로 찾아보는 자리에서는, 과거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지 않는다. 성찰은 미래를 함께 가야겠다고 결심할 때 스스로 우러나오는 것이지, 먼저 반성문부터 써내라고 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런 생각에서이고, 이는 내가 동료 또는 동료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을 대할 때 늘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유 대표는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한미FTA로 가자는 결정은 못 했을 것”이라는 말로, ISD에 대해 관계부처장관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표현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에둘러 밝혔다. “제가 책임이 있어요. 미안한데 미안하다고 말만 해서는 안될 것 같고 ‘악착같이 갚아야지’ 그런 결심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유 대표는 말한다. 반성은 누군가 요구하는 것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책임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일이다. 성찰이 깊이는, 미래를 함께 열기 위한 공동 행동의 정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보장되지 않겠는가.
이제, 마지막 궁금증에 대해서다. 나의 잠정결론은, 유시민 대표는 참여정부의 많은 시기 동안 계속되었고 때로 유 대표 자신이 직접 괴로움을 느끼기도 했던 진보진영과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단서를 그 자신으로부터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임지는 자세로 정치해야 한다는 것을 새로이 깊이 자각했다는 것을, 유시민 대표는 “사람들이 기대하고 원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이전에는 ‘집에 가야지’하는 생각만 했다는 것이다. 상황의 한계를 말하기에 앞서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 사람이라면, 상황을 바꿀 가능성을 갖고 있다.
2002년 우리는 두 번째 민주정부가 만들어지는데 주목했을 뿐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해서는 정부와 진보진영, 시민사회 사이에 어떠한 약속도 이렇다 할 밑그림도 변변하게 없이 다시 5년을 시작했다. 좀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 진보진영, 아주 조금 나아가는 것조차 이렇게 어려운데 왜 그것조차 하지 못하게 비난하며 더 어렵게 하느냐 항변하던 정부 여당. 한나라당과 보수언론, 권력기관은 그 사이를 정확하게 파고들어 진보진영을 편협하고 고루한 근본주의자로 만들어 국민의 관심과 지지로부터 떼어내고 개혁의 추진력을 급속도로 떨어뜨렸다.
책임을 다하는 정치는 우리 편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된다. 함께 하기 위한 규칙을 새로이 만들어야 하고 그것 자체로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공동의 행동준칙을 만들어내는 어려움을 감수하는 것이 극악한 보수세력에게 지는 것보다 백배는 낫다. “정치는 무한책임”이기에, 지금 져서는 안 되기에.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 어떤 행동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유 대표에게도, 나에게도, 국민참여당에게도, 민주노동당에게도 그러하다.
이 기획에 응한 이유는 서두에 쓴 것처럼 궁금증이었고 2010년 겨울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의 관계는 야권연대라는 고정된 것이었지만, 출간을 준비하며 6개월이 지나자 궤도에 오른 진보정치대통합에 국민참여당도 참여하겠다고 하니 양당관계의 변화가능성을 둘러싼 뒷말들이 여럿 생겨나게 되었다. 연대를 위해 진행한 대담을 무슨 통합비밀계획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추측이다. 진보정치대통합의 진전과 함께 대담을 마무리지으면서, 나는 이 책이 2011년 이 시점에 각자의 생각을 정확히 밝힘으로써 당원들과 국민들이 과거의 기억과 앙금에 머물기보다 현재로 옮겨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기초자료로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내는 것이 대표의 공식적인 당무는 아니지만, 이 대화의 전체를 통틀어 나는, 민주노동당 대표로서 당의 입장을 정확히 밝히고 진보의 방향으로 생각을 모아가고자 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다르면서도 공유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입장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밝혀둔다. 이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정치세력의 미래설계에 있어 원칙 고수의 단호한 명분 아래 생각조차 차단되는 답답함에서 나 스스로 벗어나고 싶었다. 또한 정치권의 향방이 음습한 골방의 이합집산에서 사적 친소관계나 자리 배분의 절묘한 절충에 따라 결정된다는 인상도 지워내고 싶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햇볕과 바람 속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정치인이라고 하여 금지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유시민 대표가 온 길은 내가 온 길과 달랐다. 이정무 편집국장이 대담자리에서 우리 둘을 모두 웃게 한 표현에 따르면, 나는 종종 색깔론으로 덧칠해지는 민주노동당의 대표이면서도 온건하며, 유 대표는 자유주의자이면서도 불온하다. 유 대표는 저술가와 시사평론가로, 나는 변호사로 한편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 지식인으로서 인생항로를 걸었으면서도 인생을 바꾸는 정치적 선택의 시점에는 다른 길을 택했다. 유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며 발랄한 시민들을 이끌었고, 나는 거칠다고 여겨져 온 노동자 농민 민중의 거리로 나갔다. 각자가 택한 이 길은 변함없을 것이다. 그 길이 같은 진보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두 길 사이에 야트막한 꽃길을 꾸며 서로 떨어져 걸으면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갈 수도 있을 것이고, 아예 꽃길을 밖으로 내고 길 폭을 넓혀 함께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이든, 진보의 길이 미래를 연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길에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대화를 기획하고 이끈 민중의 소리와 이정무 편집국장께, 말 그대로 고군분투하며 진보의 길을 헤쳐 온 동료에 대한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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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