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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어 짐작했을 때 이번 선거에 오세훈이 등판한 것은 내년을 바라본 것이다. 예전에 누구처럼 멋지게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하고 행복 가득한 지원 사격으로 누구라도 서울시장을 만들어주고, 탄력을 받아서 내년 대선을 먹는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간 오세훈의 인생을 보면 이 정도 행운은 그에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오세훈은 별 스펙 없이 잘 생긴 외모와 훤칠한 스타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그리고 멋지게 그 자리를 차고 나온다. '국회의원 같은 거 이제 안 해' 스스로 계획을 세웠는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 시기가 맞았는지 모르지만 2년 뒤 서울시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한다. 그때 그의 나이 고작 46세이다. 별 어려움 없이 재선까지 승승장구한다. 미루어 짐작건대 이때 오세훈은 로또 1등 당첨도 여러 번 경험했으리라. 그만큼 오세훈은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손쉽게 가졌다. 가진 능력에 비해서 너무 커다랗게 주어진 행운은 오히려 저주가 되기도 한다. 오세훈은 2011년 무상급식 반대를 걸고 서울시장직을 건다. 그리고 사퇴한다. 그의 사퇴로 박원순 체제가 서울에 들어선다. 역사에서는 의도치 않게 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를 바꾸기도 한다고 가르친다. 오세훈 이전에 이인제라는 분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꾸기도 했었다. 우리는 어쩌면 오세훈에게 나름 커다란 빚을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정치판을 떠났지만 그는 홍정욱 같은 인내심은 없는 사내였다. 끊임없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문재인 하야'같은 상식적이지 않는 피켓을 들고 전광훈 병풍 역할을 하며 판을 기다린다. 드디어 그가 등판할 '판'이 벌어졌다. 서울시장 선거. 이거야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다. 서울시장을 역임한 사람이 오세훈밖에 더 있던가? 모두가 그를 목 빠지게 기다릴 줄 알았으나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어느새 60이 넘어 쭈글쭈글해진 그가 설자리는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아직 탱탱한 피부를 앞세운 여인이 그를 가로막고 섰다. 이때를 대비해서 고액 관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여인은 그를 매섭게 몰아세웠다.(짜장면 가격까지 맞추면서 말이다) 세상이 이렇게 자신을 매몰차게 대할 줄 전혀 몰랐었다. 서울시장하면 오세훈이고, 그러면 그 자리를 안철수에게 양보하면서 대세남이 되려던 그의 계획은 일단 어렵게 되었다. '안철수에게 양보'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저 시키 또 사퇴질하네. 저 시키 때문에 서울시장 뺏기고 우리당 엿 됐는데, 또 저 지랄이네" 마치 우리 편에서 김두관을 욕하듯이 그에게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이제 그는 '양보'는커녕 안철수에게 패배만 해도 역적이 되는 그림이 되고 말았다. 아 오늘도 우리 오세 후니는 잠 못 드는 밤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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