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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났고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솔직히 문재인을 지지하지도 않았고 안철수와 민주당 꼬라지가 뵈기 싫어 ‘차라리 박근혜’했던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욱하는 순간은 항상 짧았고 ‘욱’하고 돌아서면 또다시 판단이 흐려져 버리고 ‘어쩔수 없이 문재인’이 되고 마는 엿같은 날들 이었다.
막바지엔 어차피 둘 중에 하난데 박근혜보단 문재인이 덜 쪽팔릴 것 같다는 게 ‘어쩔수 없이 문재인’이 되고 말았던 중요한 이유였다. 그리고 어제, 오늘 올 것이 왔다. 그렇지 않아도 똥 씹은 얼굴로 일하는 척이나 하고 있는데 (좀 모른척 해줬으면 하면서) 여기저기서 대한민국 새 대통령에 대해 한 마디씩 건넨다. 첫 물음은 대걔 ‘여성’대통령에 대한 의아함과 놀라움에 대해서다.
심하게 무식한 것들은 대한민국 여성인권이 불운한 이슬람국가쯤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렇다쳐도 좀 안다는 것들도 잘난척 대마왕인 미국에서도 없던 여자 대통령이 대단해 보인다는 오해까지 (개인적으론 박근혜가 여권신장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혹은 할 수 있을 지가 여전히 의문이고, 심지어는 여자로 보이지도 않는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들이다.
호기심을 보이는 소수 몇몇은 좀 심도있는 기사를 보고 박근혜의 배경이나 정치적 입지같은 걸 묻는 경우도 있지만 ‘독재자의 딸’이었단 사실을 노골적으로 비웃거나 하는 건 아니고 내가 어떤 멘트를 날리나 슬슬 눈치를 보면서 간이나 보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하…쪽팔리다. 시종일관, 하루 종일 쪽팔린다. 나의 수치심은 이미 설명했듯 누구의 손가락질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나는 새로 당선된 대통령의 아버지가 역사와 인권을 어떻게 유린했는가에 대해 배웠고, 그 아버지의 후광안에서 왕족같은 소리나 하고 있던 첫 여성 대통령 당선자의 역량을 보았고, 또 이젠 그녀의 뒤에 숨어서 도적질같았던 지난 5년을 묻고 가려는 놈들을 본다. 어쩐지 너무 많은 걸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후회가 되지만 이긴자도 진자도 모두모두 협력하고 미래로! 하하하!! …는 못하겠다. 그렇다. 난 워낙 쿨하지 못한 사람이다.
당분간은 인사치레든 뭐든 말을 걸어 오는 그들을 피하고 싶다. 내 쪽팔린 심정을 설명할 수도 없고 왜 쪽팔린지를 주구장창 설명하는 건 더 쪽팔리니까 그 쪽에서 알아서 빨리빨리 잊어줬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쪽팔림을 안고 아주 곰곰히 그리고 열심히 생각해 보겠다. 어떻게 하면 악몽같은 쪽팔림으로 부터 나를 구해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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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