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에 함께 일한 동료가 맨하탄 워싱턴 스퀘어 근처에 살았더랬다. 워싱턴 스퀘어는 뉴욕대 근처에 있기 때문에 항상 젊은 뉴욕커들로 북적대는 곳인데 날씨 좋은 날엔 기타 하나 메고 나홀로 공연하는 거리 악사, 초상화 그려주는 가난한 예술가들, 어리버리 관광객들 구경하면서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근처에 살았으니 내 옛 동료도 금요일 오후나 주말에 가끔 워싱턴 스퀘어를 산책하곤 했는데 녀석이 광장을 어슬렁대거나 벤치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으면 종종 낯선 이들이 다가와 나즈막히 묻는단다. "got stuff? (있어요?)" "good stuff? (좋은것 좀 있어요?)" 이미 많이 익숙해진 내 동료는 입 여는 수고도 아낀 채 손모양으로 그저 꺼지라고 만 했다나? 낯선 이들이 찾던 건 고급스럽게 얘기해 '향정신성 의약품'이었고, 워싱턴 스퀘어가 시내에서 대마를 구하는 곳이라는 얘길 나도 듣긴 했었다. 내 동료는 나중에 이런 얘길하면서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하면서 푸념을 했는데 나를 포함한 다른 동료들은 그를 더욱 놀려대며 한바탕 웃었다. 녀석은 파키스탄 이민자 2세여서 까무잡잡한 피부을 가졌고 시카고 출신에다 깡마른 체구, 게다가 언제나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었거든. 나라도 약파는 애로 오해했겠다 하면서... 현재 미국에서 대마초의 사용은 대부분의 주에서 불법이다. 그러나 법률의 문제를 떠나면 미국인들에게 대마초는 (조금 과장을 더해) 담배만큼이나 익숙한 것도 현실이다. 내 동료가 종종 오해을 받았던 이유도, 헤프닝을 두고 웃고 떠들수 있었던 것도 대마초의 불법성보다 현실의 접근성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마초가 가진 의학적 효과와 향정신성 약물로서의 중독의 폐해등은 담배에 비교되면서 지난 몇해 공방을 거듭하더니 마침내 워싱턴 D.C.를 포함, 현재까지 18개주에서 의약품으로서의 사용이 합법화되었다. 거기에 더해 지난 해 말에는 기호품으로서의 사용도 워싱턴주와 콜로라도주에서 합법화되었고 이에 동참하거나 합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주는 캘리포니아, 오레건등 7개주가 더 있다고 한다. 중요한 건, 여론의 동향이 대마초가 합법화돼야 한다는 데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해 롤링스톤지는 미국인 58%가 대마초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지미 카터 전 미대통령도 정부 관리를 받는 대마초 합법화을 찬성한다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여론이 합법화의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된 이유는 첫째, 현재처럼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마초는 가격상승을 부채질했으며, 불투명한 거래 판매자 (혹은 밀수꾼)들의 배만 불려 왔다는 것이다. 둘째, 음성적 거래이다 보니 거래이익에 대한 막대한 세금이 역시 불법으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약물의 남용을 막는 것이 근본적인 불법화의 취지인데 불법화된 이후로도 대마초 흡연자의 인구는 전혀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관리 비용만 늘어났을 뿐. 시간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미국에서 대마초가 슈퍼에 진열될 날이 곧 오게 될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돈 냄새를 맡는 데 월스트리트 투자자만큼 월등한 후각을 지닌 사람들이 또 있겠는가? 솔솔 분위기가 심상챦다 했더니 이번 주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흥미를 끈다. 자산관리 회사 'Pravateer Holdings'의 CEO인 Brendan Kennedy는 대마초의 시장성을, 아니 대마초 합법화의 시장성에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그에 따르면 모든 사업의 기초는 크게 자라날 잠재적 시장이 있냐는 것인데 그가 몇년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대마초 시장은 연간 5천억 달러 규모란다. 더구나 이 시장은 이미 있는 시장이다. 새로이 개발하는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문제는 그 동안 불법이라는 태생적 한계때문에 생산과 판매의 제 1선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자원등이 구심점이 없이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 각 주정부마다 관리와 행정의 차이도 많아 어느 장단에 춤을 출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으로서의 표준안의 개발, 또 상품으로서의 다양성에 관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양성화된 사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게 이 프론티어들의 시각이다. 이들의 첫 투자는 'Leafly'라는 웹사이트로 사용자에게 다양한 종류의 대마초와 성분에 따른 효능, 판매처에 대한 리뷰를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 서비스는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앱서비스로도 개발이 되었다고 한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