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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겐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하나 있는데 쀨이라는 게 그것이다. 내 경우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의 선택은 쀨이 도맡아 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뭐, 몇 번인가 머리를 굴려보긴 했는데 그때마다 결과가 신통찮았던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뒤로는 머리가 무슨 일을 작당해내도 하찮게 여기는 버릇이 생겼다. 이걸 근사한 말로는 가슴이 느끼는 대로 한다고 하고 조금 후진 말로는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하는데 의외로 이 습성이 밥벌이 하고 맞아 떨어졌다. 베타캠으로 촬영하던 시절엔 출연자의 동선과 인터뷰 예상 질문까지도 출연자는 물론 모든 스탭과 공유했었는데 이때는 쀨(냄새)보다는 부지런함이 프로그램 퀄리티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그러던 것이 방송프로그램을 6mm 캠코더로 촬영하면서부터는 최대한 연출이 배제된 리얼한 현장을 담는 것이 목표가 되었고 이때부터 본인 특유의 쀨의 작동이 각광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성격상 현장에서의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데다가 출연자로부터 듣고 싶은 답변을 듣기 위해서는 순간순간 던지는 질문을 아주 용의주도하게 할 필요가 있기에 프로그램을 연출하면 할수록 쀨(후각)은 동물의 본능처럼 돼버린 것이다. 지금이야 후배들 가편집 봐주는 게 대부분이지만 한번 장착된 쀨이 어디 가는 건 아니라서 언제고 조금의 손질만으로도 최상의 쀨이 작동될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이 아직도 안쪽 호주머니에 빵빵하게 자리하고 있다.
쀨에 대해 사설이 길긴 했는데 중요한 것은 이 쀨이 지난해에는 참여당을 선택했고 다음 대통령감으로는 일찌감치 유시민 대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왜 참여당인지 왜 유시민인지 이 쀨을 설명하려면 아마 책 몇 권을 써도 부족하지 않을까. (아, 자뻑이긴 해도 나으 쀨이 삑사리 난 적이 없었다는 점만은 자부하고 싶다.)
그런데 최근의 친노 논쟁에서 이 쀨이 다시 작동되었다. 처음엔 친노 논쟁의 점화와 서프에서의 유까들의 준동이 공교롭게도 어슷비슷한 시기에 맞아떨어졌다 싶었다. 그러나 서프 시스템 변경에 기댄 관리행태(삭제와 아이피 차단, 대문글 편집), 울분의 찬 서프 대표의 시리즈 글, 친노 원로에 해당하는 분의 뜨듯미지근한 글들이 어우러지면서 이런 일련의 일들이 전혀 우연인 것만은 아니라는 쀨이 느껴진 것이다.
조금 아까 서프를 보고 왔는데 가관이다. 참혹하다. 지금의 모습을 서프가 원했다면 서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서프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고 있지 않나 하는 노파심이 인다.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이 분명 오버이긴 한데 한때나마 애정을 가졌던 사이트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니 맘이 편치 않은 것도 인지상정이리라. :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최근의 서프 사태에서 필자는 ‘시대정신’의 문제라며 완곡한 글을 서프에 올렸었다. 그 글의 요지는 친노 논쟁은 시대정신에 뒤처진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친노로 다음 대선에 이길 수 있을까? 아니다.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포인트는 ‘사람 사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믿음을 주는 데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분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이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국민은 없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이 ‘사람 사는 세상’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그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으며 그 일의 적임자는 누구인가를 알리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민주당의 기득권이, 참여당에 대한 압박이, 유시민에 대한 비난이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지난 참여당 서울시당원대회에서 유시민 대표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을 더 나은 국가로 만들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가 나온다면 그 사람을 돕겠다고 했는데 유시민 대표의 이 말씀은 지금의 시대정신과 정확하게 부합하고 있는 것이다. “나 아니면 안돼!”가 아니기에 시대정신에 맞는 것이고 이에 반해 민주당은 “나 아니면 안돼”하고 있기에 시대정신에 어긋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나 아니면 안돼”라는 심리는 기득권에 기대게 되고 그러기 위해서 지역주의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이 강박관념이 외연을 넓히는 파트너 참여당과 유시민을 공격하게 하는 주범인 것이다.
이번 김해을 보궐선거는 참여당이 승리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구태의연한 민주당의 행태와는 차별화된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참여당은 뭔가 다르다. 가만 보니 뭔가 제대로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생활정치라는 개념도 재밌다. 저렇게만 하면 우리 정치 싹 바꿀 수 있겠다. 뭐 이런 생각들이 국민들의 마음에 불러 일으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들은 내가 참여당에 입당원서를 내게 된 심리적 변화의 과정들이다. 희망을 잃어버렸던 시절, 나를 참여당으로 불러 세웠던 이 힘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 국민들에게 심어질 때 국회의원 1석 못지않은 엄청난 애정이 참여당에 쏟아지리라는 쀨이 느껴진다. 그러니 결과도 좋지만 멋지 플레이로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참여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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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