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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하필왈리잇고

글쓴이 :

노근 날짜 : 2011-03-30 (수) 16:24 조회 : 12676

노근 기자 (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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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첫 구절이다.

모든 사상은 처음이 소중한 것이다. 원시반종지도라 하여, 처음의 출발이 조금만 어긋나도 끝에 가서는 엄청난 차이를 낳기 때문이다.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듯.

그래서 논어의 경우도 학이시습지 부분이 대단히 유명하고 가치있는 것이다.

맹자의 첫 구절도 가입 기념으로 공유하고 싶다.
나는 이 구절이 너무 너무 좋다. 2500년 전에 맹선생이 이렇게 통렬하셨단 게 빨아주고 싶어 미칠 정도로 까리하다.

맹자가 왕도정치를 실시하고자 열국을 주유할 때, 양나라 혜왕은 자신의 나라에 맹자선생이 오신다는 소리를 듣고 멀리까지 직접 마중을 나왔다. 맹자는 당시 아주 유명한 사상가였으니까. 아마 양혜왕은 머 건덕지 없을까 싶었겠지.
맹선생을 통해 천하통일을 꿈꾸었을지도 몰라.

양혜왕이 맹자선생을 대면하자마자 말한다.

"이제 선생님께서 오셨으니 우리 나라에 큰 이익이 있겠습니다."

그러자 맹자선생이 조용히 답한다.

"왕이시여. 왜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

아... 폭풍간지...

전국시대의 상황이 오늘날 대한민국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애들한테 제일 좋은게 머냐고 물으면 100이면 100 모두 돈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해주곤 하지.

돈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물질만 추구하고 정신은 추구하지 않는 작금의 물질 만능주의가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라고.

말빨로 싸바싸바하면 애들이 동의는 해준다. 그리고 나도 물질을 100만큼 추구하면 정신을 70이나 80까지는 추구하는 훌륭한 시민이 되거라~ 이런 식으로 타협하고 ㅠㅠ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지만 우리는 공맹의 시대에서도 한 발자국도 도를 향해 나아가지 못한 듯 싶어 무쟈게 안타깝다.

돈을 추구하면서, 이익을 쫓으면서 함께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그렇게 미련하고 어렵고 무의미한 일인가??

우리는 여기 게시판은 물론이고 살면서 이익도 말해야 겠지만 인과 의 같은 도덕적 가치도 얘기하는 어른으로 살자.

인은 사랑이고 의는 정의임. 아마 유대표님 새 책에도 맹선생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의라는 가치 때문에. (청춘의 독서에는 나오던데...)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익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인과 의라는 가치관이 넘치는 세상을 물려줘야 하지 않겠나?

나는 솔직히 사람이 먼저 되어야 경제전문가도 나오고 대통령도 나오고 프리미어리거도 나오고 회사원도 나오고 환경미화원도 나온다고 생각해.

먼저 사람이 되지 않고는 아무 소용 없다는 걸 나라 밖에 모르는 바보 가카께서 단디 일러주고 계시자너...

오늘 날 작금의 개사태는 사상의 부재에 기인한 바 대단히 크다고 생각되며 우리는 부단히 진보자유주의의 가치를 공부해서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나가자. 그렇게 노력하면 유대표도 자연히 사람들에게 각인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사상의 부재를 메울 수 있는 것은 민주시민 교육을 통해 주권을 스스로 찾도록 돕는 것! (근데 왜 교육부가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일까. 가카가 취임하면서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통합시켜버렸다. 교육에도 과학타령이다. 지긋지긋하다. ㅠㅜ)

나는 젊은 애들 투표 안하고 놀러가는거 보면 미치고 팔짝 뛰겠다..

이건희 손자랑 지랑 유일하게 평등하게 타고 태어나는 주권을 그렇게 속절없이 포기하면서 부자되기는 바라는 그 심보는 대체 뭘까?

유대표가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말한 것 중 기억에 나는게 있다.

자유 민주주의는 인류가 창안해 낸 가장 진화된 형태의 정치 제도라고.

리버럴임을 언제나 커밍아웃하는 유대표의 성향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적극적 자유가 이제는 100프로 보장되고 공산주의식 결과적 평등이 아니라 복지를 통한 불평등을 정의롭게 교정하는 형태의 롤즈식 정의론이 평등의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면...
자유 민주주의의 이상도 점점 보완을 거듭해 좋아지지 않겠는가??

자유 민주주의는 우리 시민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제도임이 확실하다.

이건 5%와 95%의 싸움이다. 1인 1표거든.

이탈하는 95%의 시민들에게는 시민의식과 부재한 사상을 채워넣을 수 있는 노력들을 각자 최선을 다해서 해나갔음 좋겠다.

만고 무식한 나으 생각임!

글쓴이 :

노근 날짜 : 2011-03-30 (수) 16:24 조회 : 12676

[1/12]

만주개장사

2011-03-30 (수) 16:27

만고 무식한줄 알면 됐다.
-만개오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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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노근

2011-03-30 (수) 16:32

만개오빠 감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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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공원

2011-03-30 (수) 16:34

으윽!
노근선생 뜨셨다. 36계 줄행랑=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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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노근

2011-03-30 (수) 16:47

엇 혹시 시민광장에서 본 적이 있는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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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묵사발

2011-03-30 (수) 16:56

좋은 글 잘 읽고 있어염.^^
궁금한 게 하나 있슘.
"먼저 사람이 되어야"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인지?
<인 : 사랑>과 <의 : 정의>를 행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예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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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밥솥

2011-03-30 (수) 18:13

으음....
이게 너무나 전형적인 해석의 오류인데...

亦 -> 이 글자는 오직(only)이 아니라 또한(and)임. 옥편 찾아보셈.
그니까 "하필 이익만을 말씀하십니까! 또한 인과 의가 있습니다." -> 이게 옳은 해석이얌.
본문에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 -> 이거랑 하늘과 땅차이거덩...
멋모르고 본문처럼 애기했다가 당하는 수가 있다는...

유학은 절대적으로 '이익'에 기초한 철학이얌.(물론 사익이 아니고 공익)
주역 첫머리가... 乾元亨利貞 이렇게 시작하거덩. 건은 크고 형통하고 이롭고 곧으니라.
義가 저절로 튀나오는게 아니고 바로 利에서 나오는 거임.
'인.예.의.지'라는 개념이 각각 건괘의 '원.형.이.정.'에서 도출되거덩.

利者義之和也 .. 이는 의로움의 화함이다.
利物足以和義 .. 사물을 이롭게 함이 의에 화함에 족하다.

이익없이 의로움 없다는...

뭔소리냐면..
하늘이 천하에 이로움을 주고, 군주가 백성에 이로움을 줘야 하고...
근데 양혜왕은 자기 사익을 추구하니 맹자한테 까인거지, 맹자가 이익을 부정하는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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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밥솥

2011-03-30 (수) 18:32

만일 '이익'을 부정하고 오직 '의'만 논하면 유학은 또라이스틱한 형이상학으로 변질되거덩.
실제로 그렇게 변질된 것이 바로 조선후기의 '성리학'이고..
백성들의 삶과 유리된 의리논쟁으로 흘러갔고...
내가 그래서 문예방에서 형이상학을 졸라게 까댄 것임.

의로움이 딴게 아니라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의로움임.

맹자의 진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같은 양혜왕편에 언급되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無恒心)까지 같이 묶어서 봐야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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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

노근

2011-03-30 (수) 20:52

밥솥/
주역도 아신다니 대단히 반갑슴다 ㅋㅋㅋ 또 역자는 밥솥님 말대로 또한이라고 직역하는게 가장 자연스럽겠지만 저는 한문학 전공하신 분들이 해석하는 수준에 도달도 하지 못했고 사상공부로 이해하는 정도라 애교로 봐주심 고맙겠슴다~ (물론 굉장히 큰 곡해가 이루어진다고 보셨다면 죄송함. 저는 크게 상관없다고 보았음여)
그리고 원형이정은 제 은사께 배운 내용이 제가 아는 전부인데, 다소 다른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건은 원하고 형하고 이하고 정하다. 이케 이해해서 하늘이 원->형->이->정 이런 식의 자연 순환으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利는 가을에 해당되는, 결실을 맺게 하는(이익으로 봐도 충분히 통하지요) 뜻으로 압니다. 저는 물론 소학이나 사서 깔짝이는 수준이라 가장 어려운 주역은 아주 공부가 부족함다. 그리고 동중서 아저씨나 도교 삘이 많이 나서 많이 관심을 기울이지도 못했구여. 그래도 내공이 느껴지는 답글이라 기쁘게 답을 남겨용!
항산항심도 무지하게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위 제글의 이익을 물질만능의 현 세태에 대입시켜 생각했구여. 양혜왕이 쳐까인게 패도를 하려하니 맹자가 깐거라는 밥솥님 말씀에도 이의가 없구여. 항산해야 항심하는 저같은 사람이 이익을 싫어할리 있겠슴까. 그냥 아주 일상적 의미에서의 황금만능의 利를 경계하자는 의미구요. 맹선생의 크나큰, 주역 첫구절에도 등장하는 利를 까내린 것은 아님다. 오해 엄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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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

노근

2011-03-30 (수) 20:57

그리구 형이상학에 대해 저는 그렇게 나쁘게 보진 않슴다~ 형이하와 형이상은 엄연히 영역이 다른 것으로 이해되어질 수 있다고 보거든여.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해야 한다고 한 것과 칸트가 자신의 신앙을 위해 과학의 영역을 설정하듯이 형이상은 인간이 말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가치를 가진다고 봐요. 철학의 분과로 형이상학이 역사가 수천년이나 되잖아여 ^^ 인문학도 비슷한 놈이라 이런 생각을 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상은 현실논리가 배제된 형이상학이 지배사상이 될 수도 없는 세상이니... ^^ 우려는 하지 않습니다~ ㅎ 앞으로 밥솥님 제가 모르는거 많~이 가르쳐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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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노근

2011-03-30 (수) 21:00

묵사발/

저는 仁을 정의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것은 그냥 사람다움이라 하는건데요. 인을 정의하는 자들은 대게 서양철학의 방법으로 공자사상을 재려 하기에 인은 충이니 서니 이런 말을 하곤 하는데여. 그냥 우리 상식 수준에서의 '사람다움'. 요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ㅋ 현실에 치이며 울고 웃지만 기본적인 도덕성과 상식을 지닌 사람이 되는게 중요한 것 같아여.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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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밥솥

2011-03-30 (수) 22:10

누굴 가르칠 주제는 못되구여...

우쨋든...
뭐든지 인간 위에 군림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학문이 되어야 하겠져.
특히나 개개인이 아닌 너,나,우리 모두를 위하면 더 좋겠져.
그져 그것 뿐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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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노근

2011-03-31 (목) 06:35

밥솥 /
맞습니다. 인간 위에 군림하는 학문, 인간 위에 군림하는 자본.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주범 아님미?
암튼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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