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오빠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얼마 전이다. 처음에는 PTSD에 시달린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힘들었다. 지금껏 PTSD라는 것은 본 오빠하고 전혀 상관 없는 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사실 시도 때도 없이 치솟는 분노와 무력감으로 많이 힘들었다. 물론 여기 있는 사람 대부분도 그랬을 것이다. 사소한 일에 쉽게 흥분하고 분노를 억제하는 방어기제가 무너져 감정통제가 안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게 바로 PTSD의 전형적인 증세란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치료 받을 정도로 심하다는 말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약간의 PTSD증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본 오빠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일 봉하마을에 내려가서도 끗끗히 울지 않았다. 오빠 눈물 터진 것은 시청 앞 광장 노제부터다. 앞에 서있는 머리 허연 40대 사내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것을 보고 오빠도 한참을 하늘을 올려다보다 결국 복 받치는 설움에 눈물 쏟았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그날 이후 혼자 있을 때 진짜 많이 울었다.
지금도 이승철이 부른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를 들으면 괜스레 눈물이 쏟아진다. 그래서 그 노래 mp3 파일을 컴퓨터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이미 지나간 일을 너저분하게 신파조로 읊어대는 것 같아 미안하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여기 박봉팔닷컴에 들어오는 사람 중에도 본 오빠 같이 마음의 깊은 상처(PTSD)를 갖고 있는 회원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곳 박봉팔닷컴을 치유의 난장(亂場)으로 여기고 가꿔 나가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봤다. 본 오빠처럼 마음의 상처 입은 영혼을 위한 따뜻한 치유의 난장(亂場)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선전 문구처럼 지지고 볶고 까불고 개기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스스로 치료해 가는 한판 거나하게 벌어진 그런 난장 말이다.
그렇다고 원칙도 대책도 없는 난장판을 만들자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근본 목표에서 벗어나지 않고 이 사이트의 존재 목적에도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흥겹게 놀며 쌓인 응어리를 배설하는 난장으로 여기자는 말이다. 노무현이 추구하던 가치와 유시민이 만들려던 세상을 쫓다가 상처 입은 영혼에게 박봉팔닷컴이 치유의 장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우리는 의도했던 안 했던 한국사회에서 소수가 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 길이 비록 험하지만 올바른 길이기에 가는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고통스런 일과 상처 입을 사건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그래서 박봉팔닷컴에 이런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따뜻한 난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사실 상처 받은 영혼을 위해 따뜻한 닭고기 수프 같은 글 쓰고 싶었는데, 본 오빠 능력이 안돼서 이렇게 다 식은 개밥 한 그릇 대접하는 거. 이해해라.
PS) 회장에 대한 아첨&아부성 구호: 글을 쓸 때 생활글은 생활방에, 정치글은 정치방에, 문예글은 문예방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