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 3일이면 어김 없이 비가 온댄다. 60여년 세월이 흘렀어도 그 날의 울분과 슬픔은 아직도 씻겨지지 않았나 보다. 제주뿐이랴. 조그만 반도 어디에도 억울하고 한맺힌 원혼들이 없는 곳이 없다. 금구에서 죽어 간 동학도들의 시신은 골짜기를 메우고도 남았고 지리산에서 숨진 파르티잔들의 원혼들은 지금도 구천을 헤메고 있을 것이다. 광주는 또 어떠한가. 삼천리금수강산이 온통 원귀들의 땅이 되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무심한 역사는 세월따라 흘러가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그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 코트디부아르에서 1,000여명이 학살당한 소식이 전해졌지만 무감각한 것과 마찬 가지다. 내 손가락 작은 상처의 아픔이 더 클 것이다. 실존적 아픔이다.
노무현대통령이 분명히 사과했다. 국가권력의 잘못이었다고.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이는 제주 4.3사건의 뜻을 잇겠다고 말했지만 취임후 그의 국방부는 제주 4,3이 대규모 좌익 반란사건이라고 규정해 버렸다. 근데 오늘 김황식총리가 위령제에 참석했다고 한다. 뭐하자는 건 지 대충 짐작은 간다. 꼴통들 눈치는 봐야겠고 내년 에 총선과 대선이 있으니 제주도민 심기도 살펴야겠고 이래저래 엉거주춤이다.
<제주4.3특별법>에 의해 밝혀진 내용은 이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알려 주고 있다. 사망자14,000여명(진압군에 의한 희생:10,955명.무장대에 의한 희생:1,764명밎기타) 진압중 사망한 군인 180여명, 경찰은 140여명이다. 하지만 실종자까지 합치면 실제 희생자는 3만여명에 이를 것이란 추측이다. 당시 제주 인구의 1/10 이다. 중요한 것은, 전체희생자 가운데 여성이 21.1%,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5.6%, 61세 이상의 노인이 6.2%를 차지하고 있다. 이 통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미국의 비밀문서에서 밝혀진 좌익무장대는 250여명, 우리측 조사 에서는 350여명에서 많아야 500여명으로 추산되는데 이걸 토벌하겠다고 3만여명의 제주 양민을 여성, 어린이, 노인 안가리고 무차별 학살한 사건이 4.3이다.
지금 제주에는 이승만 별장이 있다. 가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가봤다. 보존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별장에 20억원을 들여 이승만기념관을 짓겠다고 한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다시 죽이자는 것인가.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