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솔직히 그다지 기분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그 내용이 틀렸다거나 그래서가 아니라, 그게 무슨 말인지 알듯 말듯했기 때문이다.
난 이게 싫다.
내가 노무현을 좋아하고, 유시민을 좋아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구어로 이야기하는 유이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정치인들의 말에 늘 따라다니는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가식이 없다. 난 그런 소통방식을 좋아하는 걸 넘어서서, 갈구해왔다.
즐거우면 마음것 웃고, 슬프면 울고, 기쁘면 좋다고 말하고,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정치인이어야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나의 명제는 민주주의 시대에 결코 거짓일 수 없는 일이라 나는 믿기에, 단순한 단어의 나열이나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언어를 구사하는 자들에게 나의 바쁜 시간을 조금이라도 할애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대화할 때 우리가 가장 기분 나븐 게 무엇인가?
'내가 알아봤는데, 분위기 좀 이상하다. 조심해라...'
이런 말 듣고 기분 좋으면 나는 그게 비정상이라고 믿는다. 나는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모든 말에 화를 내지 않지만, 이렇게 소통에 장애가 생기게 만드는 이야기에 화가 난다.
나는 많은 걸 알고 싶지 않다. 일반인들에 비해서 나름대로 긴 교육과정을 충실했는지는 몰라도 이수한 교양인이 듣고, 보고, 읽어서 알아들을 수 있는 메시지여야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기에, 그걸 넘어서는 일들에 대해서 쓸데없는 공상이나 상상을 즐겨하지 않는다. 하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
참여당과 유시민의 앞날에는 언제쯤 탄탄대로가 열릴지, 이곳에 오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종착지가 어디라도, 우리가 주어진 매 순간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이 최선이라 믿는 일에 부끄럽지 않게 충실하는 것보다 더 우리를 밝은 곳으로 인도해 줄 무엇도 세상에 없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런 편안하고 담백하지 않은 방식으로 나를 내모는 모든 것들이 싫다. 우리 아이에게 부끄러워 이야기해 줄 수 없는 결정들이 싫고, 기록으로 남기기에 참담해서 숨겨야 하는 일들이 싫고,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을 감추기 위해서 이런 저런 궤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싫다...
나는 복잡한 계산 안 좋아한다. 할 줄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그런 복잡한 방식으로 대중을 설득하기도, 역사와 대화하기도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 김해을을 비롯 재보선 선거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일화 협상을 둘러싼 온갖 추문들이, 그래서 나는 불편하고 싫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던 서프 신상철의 잡글을 읽고 해석하는 게 싫었듯이, 여기 저기 장막 속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듯한 알듯 모를 듯한 말들이 싫다...
비록 그것이 세상을 잠깐 흔들 수는 있어도, 매 순간 순간 역사와 조응하며 최선을 다해 선택해 온 이들이 언제나 진정한 승리자로 남은 것이 역사라는 걸 나는 알기에,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 횡행하는 흐름이 아무리 대세처럼 보인다고 해도, 끝까지 휩쓸리지 않고 내가 가야할 바다를 향해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가려 할 뿐이다... 내 대신 마키아벨리가 되어 주는 순결한 영혼들에 잔뜩 빚진 채 말이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