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사 테러 사건을 접한 순간, 지금이 중요한 선거철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치열하게 겨루는 중이라면, 이 사건으로 유동하던 표의 상당 정도가 비합리적인 심적 압박과 불안에 떠밀려 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저런 놈들은 도대체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다. 그가 활동하며 주장하는 바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일정 부분 옳은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에 있어서 <옳은 것>이란 독점적인 게 아니다. 그리고 자신의 옳음을 내세우기 위해 상대에게 테러를 가하는 일은 상식적인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용인되지 않는다. 테러는, 기존하는 체제를, 더 나아가서는 체제라는 것 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다. 기존 질서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주어진 그 질서에서부터 시작하여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개선 방식일 것이다. 이것이 다수의 시민들이 생각하는 변화와 발전의 행로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토론과 비판의 토양이 얕은 편이다. 그래서 저런 테러가 발생하면 금세 국가주의적 성향 세력들, 공안 통치 세력들이 힘을 얻게 된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행될지,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번의 이 테러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자기들 턱밑까지 올라온 새정치연합의 지지도를 떨어뜨리기 위하여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그들은 합당한 비판 세력들에 대해서도 반국가적이라고 은근히 압박하여, 이에 화가 난 새정련의 과격파들이 걸려들기를 기다릴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혹은 성질 때문에 미국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게 되면 이때다 하고 한 덩어리로 묶어서 공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선 후보 문재인의 지지도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과연 누가 걸려들게 될까? (사족으로) 이부영 씨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밝힌 비화를 생각하게 된다. 그는 열린우리당 시절 왜 보안법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지 가르쳐 주었다. 현실적으로 보안법 폐지는 힘들다고 보아서, 보안법의 독소조항만이라도 폐지하기로 여야 합의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극렬 반대 때문에 그것조차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보안법은 손도 못 댄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때 결과적으로 보안법에 손대기 싫어한 한나라당을 도와준 그 광신적 이상주의자들이 그 일에서 무엇을 배웠을지 궁금하다. 아마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