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알아. 제목만 보고 너희들 그랬을 거야. '이거 왠 뒷북?' 별 이유는 없고, 마음 먹었던 생각을 그냥저냥 글쓰기로 바꾸는 걸 미루다보니 그리됐다. 어쩔래?
지역구에서 후보 사퇴하는 거 생각만큼 쉽지 않다. 듣자하니 이종웅 전 후보가 분당에서 지지율 15%쯤 되었다고 하던데, 짧은 시간 안에 그만큼 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야.
지역 돌아가는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알아.주민들에게 자기를 알리려는 정치가는 엄청나게 바삐 움직여야 하거든. (선거철이 아닌 때라도 지역 정치가 한 명을 한 2주간만 쫓아다녀보렴. 아마 너거들 몸살 나서 드러누울 거야.)
시장이(혹은 군수가) 참석하는 행사에서 지방 공무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게 뭔지 알아? 즉, 그 행사의 성패가 결정 나는 핵심 의제 말이야.
* * * * *
바로 "의전"이야. 이거 잘 못 하면 담당 공무원들은 높은 분들에게 두고두고 욕 먹고, 지역의 기름종이들(즉, 유지들)과는 원수지간이 되고 말아.
의전이 이뤄질 때 참석자들에게 내빈 소개를 하거든. 그때 대략 소개 순서가 있어.
1. 시장(혹은 군수) 2. 경찰서장 3. 지역 교육장 4. 지방의회 의원들 5. 정당의 위원장이나 주요 당직자들 6. 그밖의 기관 단체장들
간혹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 참석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위의 소개 순서에서 1번과 2번 사이에 배치된단다. (도의원이 왔을 경우엔 3번과 4번 사이). 그럼 이런 의전은 언제 이뤄지나? 우리 생각보다 엄청 많아.
- 시민(군민) 체육대회 - 시민의 날 행사 - 새마을부녀회 주관 바자회 - 지역 복지관(청소년회관/장애인 시설) 개관식 - 지역에서 주관하는 전국 단위의 축제 행사 - 각종 종교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등등등.
이런 큰 행사 외에도 사람이 스무 명 이상 모이는 행사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게 좋아. 가능하면 각종 단체의 대표나 총무 정도의 이름은 외우고 있으면 더 좋고.
지역의 기관이나 단체에서 행사를 주관하는 측은 자기들 행사를 더 돋보이게 하려고 초청장을 발송하는데, 이땐 가능하면 위의 1~6번 사이에 해당하는 모든 정치인, 기관 단체장들 명단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보내는 게 일반적이야.
(에고~ 에고~, 처음으로 글질 하려니 숨이 차다.)
아무튼 이종웅 전 후보처럼 분당에서 15% 정도 지지율 확보하려면 아무도 관심 보이지 않을 때 밑바닥에서부터 열심히 발품 팔며 다녀야 했을 거야. (정말 그런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랬을 거라 추측은 가능해.)
예를 들어, 가스통 할배들은 밉지만, 그래도 지역에서 해병전우회나 특전사동지회 같은 단체에서 지역 결식 아동을 돕기위한 어떤 행사를 벌인다면 가급적 참석해서 축사도 해줘야 한단다. 비록 그눔들 얼굴 보는 거 속이 뒤틀려도 행사장에선 그걸 얼굴에 드러내서는 절대 안 돼. ㅎㅎ
지역 여론 주도층들은 지역에서 열심히 뛰는 후보가 누구인지 세심하게 관찰한단다. 정말 저눔이 지역을 위해 일 할지, 아니면 저만 출세하고 나중에 혼자 튀어버릴지 ..... 마음 속에서 판단을 하는 거야. 은밀히 귓속말로 자기들 생각도 주고 받겠지. 지역 일꾼에 대해 일종의 테스트를 하는 거여.
혹자는 김문수를 계속해서 3선이나 시켜준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민들의 정신 구조가 과연 어떨까 궁금한 적 있었을 거야. 그런데 모든 지역에는 그 나름대로 지역의 정서가 있는 것이거든. 김문수의 지역구 관리는 그만큼 눈물겨운 것이었다고 알려져 있지. 지역민의 정서에 복종하려는 노력 말이야. 그러니까 그 이가 계속 뽑히는 거야.
그런데......
이종웅 전 후보는 짧은 시간에 분당을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었어. 그건 그동안 그가 발품 팔아가며 무지하게 노력했고, 절치부심하면서 뛰어다녔다는 걸 의미해. 그러니까 아무리 대의를 위해서라지만 국회의원 후보 위치에서 선뜻 물러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거야. 용단 내린 정치가들에게 이런 건 좀 알고 박수 쳐주자는 말이야, 내 말은.
그리고 가까운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종웅 같은 정치가를 잊지 말고, 잘 지켜주자는 거야. 다음에 기회가 왔을 때 꼭 그를 밀어주도록 하자꾸나. 물론 이종웅 전 후보도 큰뜻을 품었다면 앞으로 이 지역에서 더 빡시게 굴러야 해. 다른 방법은 없어. 그게 지역 민심이거든. 보수 꼴통보다도 더 눈물겹게, 더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봉사를 지역에서 꾸준히 해줘야 조금씩 표심이 움직이거든.
이걸로 나의 첫 데뷰 글 마칠게. 봉팔러들아, 스크롤 압박 심했을텐데, 허접하고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늬들 글 눈팅하면서 나 많이 기뻤단다. 감동도 많이 먹었고. 그래서 나도 쬐끔씩 글로 외상값 갚으려고 해. 종종 만나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