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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현장소식을 기다리던 중 깜박 잠이 들었다.
문득 깨어나 이리저리 TV채널을 돌려대다가 순간 어느 화면에서 눈과 손이 멈췄다.
크게 줌업처리된 검고 하이얀 피아노 건반, 그 위에서 춤을 추는 왼손 다섯손가락과 그 옆의 뭉툭하게 잘린 오른쪽 팔꿈치. 그렇게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가 연주되고 있었다. 줌인되자 비로소 모습을 나타내는 앳된 소녀, 중학교 3학년 혜연이었다. 이 소녀는 교통사고로 오른쪽 팔을 잃었다고 했다. 모 방송국의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때가 때인지라 이봉수가 생각났다.
그렇지, 이봉수! 맞아, 이봉수도 검지손가락 마디가 없었어.
아냐, 내가 잘못보았을 수도 있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바로 이봉수 후보 사이트를 클릭했다.
그간 무심코 지나쳤던 출생년도/학력/경력부터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떤 일류 중/고/대학을 나왔는가 소위 스펙을 알아보기 위한게 아니다.)
1967년 금동초등학교 졸업.
1995-1996년 중/고등학교 검정고시.
초등학교 졸업후 공백이 크다. 아, 제도적인 교육은 초등학교가 마지막이었구나. 그 사이 가정형편으로 직업전선에 뛰어들었고, 그 과정에서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잃었으며 ...
이봉수의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
없다. 오른쪽 검지손가락 마디 하나가 없다.
순간, 박노해의 시, <손무덤>이 생각났다.
올 어린이날만은
안사람과 아들놈 손목잡고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
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
잘은 모르지만 손가락 마디가 날아가는 거라면 내가 알기로는 프레스작업을 하다가 당하는 사고가 일반적이다. 거대한 파워프레스의 기아벨트가 덜컬덜컹 돌면서 윗 가다가 아랫 가다(금형)을 찍고 올라가는 사이, 그 잠깐 사이에 손을 넣어 작업을 해야한다. 그 때 미리 손을 넣거나 뒤늦게 손을 넣으면 바로 손이 잘리거나 손목이 잘린다. 아니다. 잘리는게 아니라 그대로 짓눌려져 으깨져버린다. 마치 쥐포처럼.
그래서 일까.
박노해는 또한, <졸음>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전생에 일 못하고 잠 못잔 귀신이 씌웠나
꼬집어도 찔러도 혀를 깨물어도
고된 피로의 바다 졸음의 물결에
꼴까닥 꼴까닥
눈앞에는 프레스의 허연 칼날이 쓰을컹 툭탁
어리디 어린 나이, 남들은 학교다닐 때, 이봉수는 그렇게 손가락 마디를 잃었다. 그리고는 평생을 그 잃어버린 손가락을 보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끝내 그는 이겨냈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 사이 독학으로 중/고등학교를, 대학까지도 마쳤다. 이것은 단순한 졸업장이 아니다. 스펙이 아니다. 지금 세대는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자기혁신의 길인지 도무지 이해하기도 척도하기도 힘들 것이다.
스타킹에서 나를 더욱 감동시킨 사람은 다름아닌 혜연이의 멘토이신 정은현 선생이셨다. 그는 오디션을 보러온 혜연이를 보고는 처음엔 무척이나 당황했었단다. 정상적인 사람도 힘든 피아노 연주인데 ... 그러나 흔쾌히 받아들이고는 혜연이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오른쪽 손을 주먹을 쥔 채 같이 연습을 한다고 했다. 혜연이의 어머님은 그 동안 휼륭하신 선생님이 많이 계셨지만 특히 정선생님의 경우, 손으로 연주하지 말고 영혼으로 연주하라고 했다면서 눈물로 무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은현 선생은 한쪽 팔이 없는 아름다운 연주자 혜연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You are so special !
(너는 참 특별하구나)
이 말은 나에게는 혜연이 뿐만 아니라 마치 이봉수 후보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더불어 이 말은 더 특별하셨던 그 동네 그분, 그 분을 생각케 하는 그런 말로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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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