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다 돼 간다.그는 정치를 할 때도 사람들의 예측을 뒤엎는 용감한,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행동을 하더니 이 세상을 떠나는 것도 보통 사람은 상상할수 없는 방법으로 과감하게 떠났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서는,녹화 화면에 남은 마지막 뒷모습을 보며 그는 마치 동네 마실가는 사람처 럼 가벼운 걸음걸이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아주 씩씩하게 걸어갔다.가다가 담벼락에 난 풀 을 뜯기도 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습은 모두 같지만 죽음을 맞는 모습은 모두 다르다.태연자약하게 죽음을 맞는 사람은 드물고도 드문데,노무현 대통령은 참으로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 것 같다 남긴 유서는 간결하고 초연했다.소인은 죽음을 피해 보려고 끝까지 몸부림치지만 대인은 대인답게 죽음을 맞는다.바위처럼 죽음을 받아들인 두 사람의 대인이 머리에 떠오른다.
첫째,중국 한나라 무제 때 이광이란 장군이 있었다.
그는 말을 더듬고 말수가 적었다. 활쏘기를 즐겨했고,말을 타고 가면서 명중시키는 재주가 있었 다.그는 군사를 인솔할때 식량과 물이 부족하면 병졸들이 밥을 다 먹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밥을 먹었다.사람들에게 관대하면서 까다롭지 않아 따르는 병졸들이 많았다.
이광 장군은 평생 흉노와 싸워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그러나 늘그막에 흉노와의 전쟁에서 길을 잘못 들어 늦게 도착했다고 이광과 그의 부하들이 심문을 닥게 되었다.이광은 부하들에게 잘못이 없으니 책임을 묻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흉노와 70여 차례 크고 작은 싸움을 했다.이제 다행히도 대장군을 따라 출전하여 선우의 군사와 맞서 싸우려 했느느데,대장군이 내 부서를 옮겨 길을 멀리 돌아가게 했고 더욱이 길을 잃었다.이것은 천명이 아니겠는가.내 나이 예순이 넘었으니 심문에 답할수 없다." 그러고는 칼을 빼어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이광의 부하들이 모두 소리 높여 울었다.
이 소식을 들은 백성들도 그를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늙은이건 젊은이건 할것 없이 모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사마천은 <사기열전>에서 이광을 이렇게 평했다."전해오는 말에 '자기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 도 시행되며,자기 몸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고 하는데,아마 이장군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나는 이장군을 본 적이 있는데,시골 사람처럼 투박하고 소탈하며 말도 잘하지 못했다.그가 죽던 날 그를 알든 모르든 세상 사람 모두가 슬퍼했으니 그 충실한 마음씨가 정년 사대부의 신뢰를 얻은 것인가? 속담에 "복숭아나 오얏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밑에 저절로 오솔길이 생긴다"고 했다.이 말은 사소한 것이지만 큰 이치를 설명할수 있으리라
둘째,보다 가까운 시대 인물로 죽산 조봉암 선생이 머리에 떠오른다.죽산 선생은 젊은 시절 독립운동을 하다가 수년간 옥고를 치렀고,평생을 민주주의와 민중의 삶의 개선을 위해 헌신한 애국자 중 애국자였는데,이승만 정권에게 정치 보복을 당해 터무니없는 간첩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1959년 7월 31일 사형 집행 날 아침 죽산 선생은 당시 서대문 형무소의 사형장을 향해 걸어가다가 담벼락에 핀 코스모스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호송 간수에게 잠깐만 기다 려 달라고 부탁한 뒤 코스모스에 다가가 한동안 꽃향기를 맡은 뒤 돌아와서는 :이제 됐네.가세" 하며 사형장으로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죽기 직전 죽산 선생이 남긴 유언은 다음과 같다. "이 박사는 소수가 잘 살기 위한 정치를 했고,나와 나의 동지들은 국민 대다수를 고루 잘 살게 하 기 위한 민주주의 투쟁을 했다.나에게 죄가 있다면,많은 사람이 고루 잘살 수 있는 정치운동을 한 것 밖에 없다.나는 이박사와 싸우다 졌으니 승자로부터 패자가 이렇게 죽음을 당하는 것은 흔히 있을수 있는 일이다.다만 내 죽음이 헛되지 않고 이 나라의 민주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 이다"라고 지극히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도 죽산 선생은 명예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했다는 점,아래 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았다는 점,예순이 넘은 나이에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으면서 의심을 받고 심문을 받게 되자 그것을 거부하고 죽음을 택했다는 점이 이광 장군과 비슷하다.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대다수를 고루 잘 살게 하기 위한 정치를 했다는 점과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죽음을 맞았다는 점이 죽산 선생과 비슷하다.이광,조봉암,노무현은 모두 60대 초반의 한창 나이에 아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떠난 뒤에 발견한 그분의 진면목
노대통령은 세상을 떠난 뒤 비로소 우리 국민은 그의 진면목을 발견한 듯하다.2009년 5월,한국은 애도의 눈물이 바다를 이루었다.500만 명의 조문객은 우리 역사상 초유이며,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조문객 중에는 틀림없이 평소노무현 대통령을 미워하고 욕했던 사람도 많이 포함돼 있었을 것이다.
노대통령은 평소 지나치게 솔직한 어법 때문에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그리고 학벌사회 한국에서 그는 학벌 때문에 항상 푸대접을 받았다.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학벌 높은 사람들이 하지 못한 많은 일을 해냈다.그가 학벌이 낮은 것은 오로지 가난 때문이지 그의 지적 능력은 탁월하다는 사실을 그와 잠깐만 대화를 해보면 금방 알수 있다. 평소 독서를 좋아해서 많은 책을 읽었고,기억력이 좋아 책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했다.그의 지성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에서 그 는 여전히 이방인이었다.사람들은 그이 절학과 경륜을 묻기 전에 말실수를 문젲 삼았고,그가 추진한 정책의 정당성 여루를 따지기 전에 '가방끈이 짧아서...'라는 한마디로 일축하곤 했다.
이거야말로 배운 자들의 위선이자 오만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러나 학벌과 지성은 같이 가는 게 아니다.학벌이 높아도 지성이 부족하고 식견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그 반명 학교 문전에도 못 가 본 사람 중에서 우리는 깊은 인간애와 통찰력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많다.노무현 대통령은 학ㅂ벌은 낮았으나 지성은 높았고 인간애가 충만한 사람이었다.
역대 대통령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우리의 휼륭한 대통령이었다,그는 청나라 황제 옹정제처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지런히 일했고,세종과 정조처럼 국민을 위하는 일 말고는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정치인답지 않게 의외로 부끄럽을 타는 성격이 있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렷다. 다 알다시피 참여정부는 거품경제가 꺼지는 바람에 임기 내내 불경기에 시달렸다. 식당 주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솥단지를 내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우리 동네 단골 빵집 주인은 "노무현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고 노상 불평을 늘어놓더니 참여정부가 끝나고 난 뒤에 "그래 요즘은 장사가 좀 나아졌습니까?"하고 물어 보니 "전보다 더 안 돼요"라는 풀죽은 대답이 돌아왔다.
참여정붑 시절은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성장이었던것이 사실이다.경제가 어려울수록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악수도 하고 위로도 하는 게 좋겠다고 참모들이 권해도 대통령은 "그렇게 한다고 그 사람들 사는 게 나아질 게 뭐 있습니까. 그 시간에 그 사람들 실질적으로 도와 줄 정책이나 찾아볼랍니다"하면서 거절하곤 했다.그는
정직한 대통령이었다.그런데,국민들은 그런 앞뒤 사정을 잘 모르니 당장 경제가 어려운데 대통령이 좀 나와 보지도 않는다고 섭섭하게 생각해떤 것도 사실이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이를 대통령을 공격하는 기회로 이용했다.대통령에게 '경포대'란 별명을 붙여주었다.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란 뜻이다.실은 그는 경제를 포기한게 아니고 다른 어떤 문제보다 경제문제에 관심이 많았고,경제 정책 수립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그는 눈앞의 경기를 살리는 것보다는 굯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찾는데 전심전력 을 다했다.그러나 대통령의 진심은 보수언론의 거울에 가려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쓰고 싶었던 한권의 책
그는 인기에 죽고 사는 여느 정치인과는 많이 달랐다.그는 인기를 무시하는,어떻게 보면 대단히 비정치적인 정치인이었다.역대 정부가 애용했던 당장 반짝 경기를 살리지만, 장기적으로 큰 부작용을 낳는 소위 '인위적 경기부양'을 자제했다.부동산 경기부양은 우리가 익히 보던 단골 수법이 아닌가.노무현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경제 체질을 서서히 강화시켜 불황을 극복하는데 주력했다.그는 다음 대통령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그런 점에서 그는 책임감 있는 대통령이었다.
이런 태도는 장기적으로 국가,국민에게 득이 되지만 우선 당장 정치적으로는 인기 없는 방법이었 다.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가 별로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을지 모른다.그는 봉하에 내려간 뒤 지인들에게 "정치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리고 그는 책 쓰는 데 주력했다.아니 주력한 정도가 아니고,하루 종일 책 쓰는 데만 매달리다시피 했다.왜 그는 책을 쓰려고 했을까?
첫째,전직 대통령이 서울에 살지 않고 시골에 내려가 사는 우리 역사상 초유의 일이 생겻다, 이것은 노무현만이 할 수 있었던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한국에는 서울만 있는 게 아니고 지방도 있다는 사실,지방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보인 것이다. 정녕 지방을 사랑한 노무현만이 할수 있었던 일이다.대통령이 봉하에 내려가자 많은 사람들이 봉하를 찾았다.특히 주말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 대통령은 모인 사람들 앞에 나가서 연설을 했다. 하루에도 여러번 나가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좋은 노래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처럼 반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상투적인 인사말이 아닌 좀 더 내용 있는 이야기를 국민들에게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둘째,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은 책 읽고,글 쓰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는 점이다. 그는 대통령 임기 중에도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읽었고,책을 읽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청와대에서도 조금이라도 짬을 내어 책을 읽고 싶어 했다.그리고 토론을 좋아했다. 정책을 놓고 학자,시민단체,관료들을 모아놓고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을 계속했다. 대통령 산하에 12개 위원회를 설치하고 거기서 학자들을 배치해서 그들의 생각을 경청했다. 보수언론은 이를 가르켜 '위원회공화국'이라 비아냥 거렸지만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은 각종 위원회에서 오랜 토론과 숙성을 거쳐 나온 것들이었다.많은 개혁이위원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밀실 보고,소수에 의한 결정을 싫어하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자였고, 종전의 관례였던 정보기관의 주례보고마저 물리쳤다.그는 밀실 정치보다는 독서와 토론을 좋아하는 호학군주의 면모를 갖고 있었다.우리 역사상 비슷한 전례를 찾자면 집현전에 성삼문 등 최고 학자들을 모아 토론한 세종과,규장각에 정약용 등 개혁 학자를 모아 토론한 정조가 있다.
세째.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많은 생각을 한 듯하다.그 생각의 조각은 최근 나온 그의 저서 <진보의 미래>에 잘 나타나고 있다.그는 임기 중에 잘한 것을 내세우기보다는 잘못한 것을 반성하고 그것을 거울삼아 다음 전권이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임기 중 하고 싶었던 일을 못한데 대한 회한,앞으로 올 미래의 민주정권은 제대로 된 개혁을 해주기를 바라는 열망에서 책을 남기고 싶어 했다.그런 점에서 그는 겸손한 대통령이었다. 퇴임 후 읽은 책중 특히 두권의 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폴 그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와 제레미 리프킨이 쓴<유러피언 드림>아 그것이다.
대통령이 두권의 책을 밑줄을 그어 가면서 되풀이해 읽었는데,"거의 매 페이지마다 밑줄을 그을 정도"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정독하고 또 정독했다.만나는 사람마다 두 권의 책을 읽어 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노대통령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실정에 맞는 <미래를 말하다>,유럽이 아니라 한국의 실정에 맞는 <유러피언 드림>을 쓰고 싶어 했다.그는 '국민이 편하게 골고루 잘 살수 있는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한국은 어떻게 해야 그런 나라가 될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걸고 책을 쓰고자 했다.
그는 이 책이 뒤에 오는 정부에게 하나의 거울이 되기를 바랐고,국민들에게 우리나라를 좋은나라로 바꿀수 있는 것은 결국 진보 세력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했다.
그는 정치를 하면서 많은 시행착오 긑에 때로는 좌절했지만 그가 얻은 결론은 결국 한 나라의 발전수준은 국민의 의식수준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의 묘비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린 그의 어록이 새겨져 있지 않은가
2008년 말 겨울이 오자 노무현 대통은 날씨 때문에 방문객에 대한 인사,연설을 봄까지 중단하고 오로지 책을 쓰는데 주력했다.여러 학자들이 부름을 받고 2009년 2월.3월 봉하를 방문했을 때,노무현 대통령은 하루 종일 책 읽고,책 쓰는 것 말고는 다른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원래에 오랜만에 만난 학자들과 봉화산 등반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으나 대통령이 워낙 책에 관한 토론에 열중하시는 바람에 등반은 생략한 채 하루 종일 대화를 계속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짤막한 유서 가운데,"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라는 구절이 유난히 가슴을 찌른다.당시 그로서는 책을 읽고,글을 쓰는게 최고의 낙이자,필생의 과업이었던 것이다.그렇게 하고 싶은 독서,집필도 할 수 없을만큼 그는 쫒기고 있었던 것을 알수 있고,그 점이 정말 가슴 아프다.
노무현 대통령은 학자들과 함께 토론해서 책을 쓸 계획을 갖고 있었다.이 책의 장,절을 상당 부분 직접 만들었다.각 장과 절에 들어가야 할 내용도 다듬었다.2009년 가을 쯤 책을 완성할 계획이었다.책의 저자를 대통령 단독으로 할 것인지,아니면 학자들과의 공저로 할 것인지도 의논했다.
대통령은 여러 학자들과 대통령의 공동 저서로 하기를 바란 반면,학자들은 옆에서 집필을 거둘기는 하되 결국 대통령 단독 저서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 하고 생각하는 쪽이 많았다.
그 문제는 나중에 결로내리기로 하고 이런저런 의논을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운명의 그날 아침,청천병력 같은 소식이 들리고,이제 그분은 세상에 계시지 읺는다.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금방이라도 저쪽 모퉁이를 돌아 예의 그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을 활짝 지으며 나타나실 것만 같다.
39명의 지식인,대통령의 질문에 답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뒤 남은 학자들이 모여서 의논을 다시 했다.이 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그냥 포기하기에는 대통령이 남긴 장,절 구분과 메모가 너무나 생생하고,책을 쓰려는 그분의 의지와 열망이 너무나 강했기에 남은 학자들은 그 뜻을 도저히 그냥 묻고 지나갈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남은 학자들이 완성하기로 뜻을 모았다.집필자로는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학자들은 물론이고,참여하지 않았던 학자들과,적지 아니 참여정부를 비판했던 학자들까지 포괄하기로 했다.집필에 참여하는 유일한 기준은 대통령의 질문에 답할 만한 최고의 실력과 개혁성을 갖출 것,그것뿐이었다.그래서 39명의 저자,47개의 장을 갖는 방대한 책이 나오게 됐다.
이 책의 내용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제1부 '한국의 진보와 시민사회,제2부 '보수의 시대,진보의 시대'제3부 '보수와 진보의 쟁점' 제4부 '현실 정책의 쟁점' 제5부 '진보의 미랴ㅐ와 전략'이렇게 5부 47장은 주요한 이념적,정책적 주제와 쟁점을 거의 다 망라하고 있다.책의 분량을 고려해서 각 장은 될수 있는대로 짧게 쓰고,평이한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로 합의 했지만 과연 그 뜻대로 책이 만들어졌는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서 이 책을 보신다면 과연 뭐라고 말씀하실지,그 점이 가장 궁금하다.질책하실지,칭찬하실지,좀 더 다듬어 보라고 하실지?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책 보고를 하러 갈때마다 마음 한켠에는 늘 그런 중압감이 있었다.
책이 드디어 완성된 지금 꼭 그런 심정이 든다.대통령이 생존해 계셧다면,부족한 대목은 더 채웠을 것이고 의견이 다른 부분은 치열하게 토론했을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대통령이 안 계시니 이책을 평가할 몫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었다.아 일찍이 노무현 대통령은 말씀하셧지!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가차 없는 질정을 바라마지 않는다.
사람들은 곧잘 약속을 어겨도 세월은 어김이 없다,그 추웠던 겨울은 가고 벌써 꽃 피는 봄이다. 사람은 가고 없어도 꽃은 잘도 피는구나.작년 2월 이 책 쓰는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봉하에 찾았을때 차를 한 잔 하면서 대통령 내외분은 이구동성으로 경상북도 청도의 복사꽃이 아름답다고 하셧다.
기차를 타고 청도를 지나가다 보면 복사꽃이 아주 보기 좋다는 말씀이다.필자에게는 그 말씀이 아주 솔깃하게 들렸다.왜냐하면 마침 청도는 필자의 돌아간 모친의 고향이고,모친은 살아 계실때 열렬한 노무현 지지자였기 때문이다.그래서 "기차를 타고 가면 좌우 어느 쪽 복사꽃이 좃습니까?"라고 오쭈어 보니 "양쪽 다 좋습니다"라고 하셧다.
꼭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아직 청도에 복사꽃이 구경을 하지 못했다.올 봄에는 꼭 청도에 가봐야겠다.복사꽃 밑에 오솔길이 나 있는지도 보고,마음껏 꽃향기를 맡아보고 싶다.
2010년 4월 복사꽃 피는 봄날에
집필자들을 대신하여 이정우 삼가 쓰다
桐千年老 恒藏曲 梅一生寒 不賣香
(동천년노 항장곡 매일생한 불매향)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거문고 가락을 간직하고
매화는 한 평생을 춥게 살더라도 그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다.
月到千虧 餘本質 柳經百別 又新枝
(월도천휴 여본질 류경백별 우신지)
달은 천 번을 이지러지더라도 본질이 남아있고
버드나무는 백가지로 나뉘어져도 다시 새 가지를 낸다.
[이 게시물은 눈팅냥님에 의해 2011-05-05 19:51:30 자유게시판에서 복사 됨]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