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규모의 57년 닭띠 모임.
몇 년전, 어릴 적 깨복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반갑게 받았더니 이번 주말에 등산이나 가잔다.
"너랑 둘이?"
"아냐. 띠모임에서 가는거야"
"띠모임? 난 얼굴도 모르잖아"
"임마, 와 보면 알아. 잔말말고 수락산 갈거니까 어디로 몇시까지 와라."
그리고는 어쩌고 저쩌고 자세히 설명을 한다.
내용인즉슨 이랬다.
인터넷에 띠모임 카페가 있다. 꽤 오래된 카페다. 전국망이다. 하지만 서울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고 지방간 교류도 활발히 한다. 등산이 주된 프로그램이고 네트웤을 구성하여 이곳저곳 전국적인 지방원정도 간다. 이 친구가 회장이다. 모임의 특성은 처음 보든 말든 무조건 반말이고 무조건 친목질이다. 나이가 똑 같으니 그럴 수 밖에 ...
사실 궁금하기도 하고 솔깃하기도 하여 한번만 가보자는 요량으로 토요일 아침 일찍 약속장소에 갔다. 친구 빼놓고는 모두가 생소한 얼굴이다. 그런데 절반이 여성이었다. 놀랬다. 이런 낯선 모임에 여자도 참석하다니 ...
한켠에 뻘쭘하게 서있는데 친구가 나를 끌어내어 잠깐 소개를 하고는 서로 인사들 나누란다. "저, 아무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번갈아 악수를 청했더니 그 중에 어떤 아줌마 한분이 "얌마, 친구끼리 무슨 경어냐? 반말해 임마. 반말!" 초면인데도 너무 화끈하고 경쾌하다. 내가 황당해서 뒤로 물러설 지경이었다.
알고보니 나뿐만이 아니고 그날 처음 나온 사람이 절반이나 되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경계감없이 그저 몇십년지기 친구처럼 스스럼이 없었다.
지역도 장벽이 아니었다. 무조건 하나였다. 나이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 세상에 이런 일이 ... 대표적인 묻지마 집단인 고대동문회/해병전우회/호남향우회에 하나를 더 보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대단한 연대감이었다. 마치 동창모임에 간 기분이 들 정도로 ...
산에 오르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도 나누고, 혼자서 곰곰이 분석도 해보았다.
이런 모임이 과연 가능한거였나.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현실로 내 눈앞에 나타나고 있으니 어쩌랴. 인정할 밖에 ... 그렇다면 무엇이 이 낯선 사람들을 이렇게 십년지기 친구로 만들었을까. 그게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토록 진한 연대감을 갖게 하였을까. 나이가 같다는 것 때문에? 아니다.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정말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 놓여있는 건 엄연한 현실이었고 옳던 그르던 이것이 한국적 정서속의 교감방식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인터넷이라는 매개체가 큰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이게 가능할까 ... 혹시 어렵게 살아온 시대적 공감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닐까 .... 어쨌든 다른 세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아주 신기한 일임에는 분명했다.
외롭고 힘들게 자란 57~58년 쉰세대, 위 아래 설 곳이 없다.
 1970년 2월, 나는 머나먼 섬마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때 내 동네 친구들은 27명이었다.
그중에 1/3만 중학교 진학을 했고 나머지는 졸업식을 치루자마자 바로 상경해서 미리 자리잡은 선배들의 주선을 통해 철공소/공장/중국집 등등을 전전하며 인생을 시작했다.
또한 중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서울로 상경을 했고 ... 그중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는 나를 포함해서 고작 5명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내고는 이제 낼모레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다시 만나고 있다.
나는 고딩 졸업후 은행원이 되었다. 서울에서 근무했다. 마침 근무하던 곳이 수출공단내 지점이어서 구로동/가리봉동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곤 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어색해 했다. 안만나려 피하기도 했다. 그 때 나에게 보내던 그 시선, 별거 아닌 은행원을 부러워 하던 그 눈, 부러움과 질투의 교차, 하지만 친구니까 받아주었다.
나는 지금도 나를 바라보던 그 눈들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를 생각하면 마치 내가 죄인이라도 되는 기분이다. 친구들은 그랬을 것이다. 너는 부모 잘 만나서 ...
시골에서는 더욱 그랬지만 도회지에서도 반은 공장생활, 반은 잘해야 고등학교 정도까지만 다녔다. 그 당시 대학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어려웠던 시절이라 공부를 잘해도 국립대학을 못가면 사립대학은 엄두도 못내고 그대로 주저앉아,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아까운 인재들이 내 주변에는 수두룩하다.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아주 자존심이 강하다는 점이다. 즉, 내가 정상적으로 학교를 갔더라면, 내가 만약 대학을 갔더라면 너보다 낫다라는 의식이 항상 저변에 깔려있다. 그래서 상대할 때는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지금 어떠한가. 그 자존심에 대한 배려는 눈꼽 만큼도 없고 그저 관심 밖이거나 공격하기에 바쁘다. 이러면 도와주려다가도 안도와준다.(표를 주려다가도 자존심 상해서 안준다.) 물론 부유해서 잘 배우고 잘난 사람들은 애시당초 대상 밖이다
이러한 57~58년생을 중심으로 하는 쉰세대는 구세대와 신세대의 중간치기이다. 그래서 처신하기가 아주 어렵다. 위로는 케케묵은 공자왈 맹자왈 세대이고 바로 아래로는 386이니 486이니 하며 사고의 첨단을 자랑한다. 그리고 우리 이후는 웬만하면 대학들을 다 나왔다. 그래서 통성명도 학번으로 한다. 하지만 쉰세대는 학번세대가 아니다. 이거 말하면 곤란해진다. 쉰세대는 주민등록증 세대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낑낑대는게 57~58년 쉰세대다. 이 세대는 전후에 대거 출생했다. 그 구성인구가 엄청나서 우리가 흔히 58년 개띠하면 이젠 일반명사화 되어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이 세대들이 퇴직하여 서울에서 빠져나갈 경우 아파트값이 붕괴될거라는 예측까지 하겠는가. 이 엄청난 인구의 표밭. 이 소중한 표밭을 당신들은 지금 외면하고 있다. 이 소중한 표밭, 어찌할 것인가!
이봉수 후보를 보며 내 친구들을 떠올렸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정말 미안하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그 어리딘 어린 나이에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이봉수 후보. 한참 나중에야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은 아들과 함께 만학을 했다. 김해선거 운동시 식사할 때 숟가락을 집어든 오른손과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지지를 표시하던 그의 오른손에서 검지마디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나는 내 친구가 생각났다.
나에게 전화를 한 내 친구도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상경하여 그 어린 나이에 밥벌이가 된다는 것은 좋은 일 궂은 일 안가리고 마구잡이로 해댔고 잠은 남산 중턱 의자 밑에서 신문지 덮고 쪽잠 거지잠으로 자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나름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의 전형이다.
이 친구도 어찌된 사연인지 오른쪽 엄지마디가 없다. 물어보기가 그래서 이제껏 대놓고 물어보진 못했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어릴 적에 소 여물 썰다가 작두에 잘렸다는 말도 있고 서울에서 공장생활 하다가 파워프레스에 절단되었다는 말도 있다.
이 친구 뿐이랴. 순이 영이 ... 수많은 여자친구들도 떠올랐다. 부모 잘못 만나서 그 어린 나이에 봉제공장에서 잠 못자고 구로공단에서 문래동에서 수출공단에서 평화시장에서 동대문에서 눈물로 날을 세웠던 내 여자친구들 ...
난 그래서 이봉수가 이겨주기를 바랬다. 한없이 응원했다. 이봉수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내 친구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 마음이 조금은 홀가분해 질 거 같았다. 그러나 끝내는 패하고 말았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정말 미안하다.
내가 더 열심히 하지 않아서 느네들이 졌구나. 느네들의 꿈이 좌절되었구나. 소위 스펙이 판치는 이 사회, 언제쯤이면 슈퍼아줌마도 시장통 아저씨도 트럭운전사도 시골농부도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이 되는 사회가 올까.
국민참여당에서도 박봉팔닷컴에서도 쉰세대가 안보인다.
소속해 있는 참여당의 각종 모임에 가본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쉰세대가 그리 보이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오죽하면 내가 어른대접을 받고 있겠나. 박봉팔닷컴에서도 쉰세대는 아예 찌그러지던지 말던지 관심 밖이다.
봉파리가 반말을 쓰라고 하니까 막말을 쓰라고 오독을 한 것인지 상대 안가리고 대놓고 니냐 너냐 막 씨부려댄다. 쌍욕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디 욕뿐이랴. 서슬퍼런 비아냥으로 상대방의 가슴에 피멍을 만들어버린다. 그래놓고 웹상의 어쩔 수 없는 토론문화라고들 말한다. 참으로 슬프다.
우리가 토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사는 세상 만들자고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존엄이 먼저다. 그럼에도 목적을 위해 수단은 문제될 거 없다는 이런한 처사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피아간 대척점에 서있는 적군에게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아군끼리임에랴.
이러한 행위는 그나마 소수의 깨어있는 쉰세대마저 설자리가 없게 만듦으로써 급기야 기성세대간 극단적인 단절까지 불러올지도 모른다.
쉰세대와의 단절은 그토록 갈망하는 정권교체를 요원하게 할 뿐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연결시켜주는 고리는 깨어있는 소수의 쉰세대다. 이 깨어있는 소수의 쉰세대들마저 홀대하거나 소외시킨다면 기성세대와는 거리가 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곧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정권교체가 더욱 멀어진다는 의미다.
그리되면 세대가 바뀌어야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다시피 민주주의는 쪽수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똑똑하다는 당신들 스스로가 기회를 박차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자기 밥그릇 자기 발로 차는 격이다.
유시민은 외연확대가 지상목표이고 박봉팔닷컴은 그에 역행하지 말아야 한다.
박봉팔닷컴의 기본자산은 노무현과 유시민이다. 박봉팔이가 제 아무리 날고 긴다 하여도 노무현과 유시민이라는 기본자산 없이는 이 사이트는 한여름에 소붕알 덜렁거리듯 달랑 몇 명의 회원만이 축쳐진 채로 달랑거릴지 모른다.
아니다. 처음부터 개설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단시간 내에 사이트가 활성화된 것은 누가 뭐라해도 노무현/유시민이라는 자산을 등에 업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4.27보선도 한몫 거들었고 ... 이점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봉파리는 이 사이트를 어떻게 운영하여야 할 것인가가 자명해진다. 다른 건 몰라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유시민의 외연확대에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세대간의 촉매역할로서 쉰세대의 역할은 필수다.
아주 중요한 점은 쉰세대는 60~70대와 달리 공략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인원으로 봐서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는 세대층이다. 이 세대를 포기하거나 간과한다는 것은 선거를 아예 하지 말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라!
아들에게도 딸에게도 낼 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쉰세대 친구들에게도 정말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 생각은 없는가. 와보면 욕설만 난무하고 칼날보다 더 무서운 비수를 꼽아대는 언어들이 춤을 추고 있다면 이게 아무리 좋은 목표를 두고 하는 웹상 공간이라지만 어디 낯부끄러워서 추천이나 하겠는가 말이다.
봉파리닷컴은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회장은 물론 봉팔러들 모두가 제발이지 체면 상하는 일만큼은 안했으면 한다. 욕싸질러놓고도 상대방 얼굴이 안보이니 그리 마음이 편하고 좋던가. 배설하는 기분이라서 화장실 물내려가듯 진한 쾌감을 느끼니 혹여 그런 장소 뺏길까봐 두려운가. 또한 봉파리는 그런걸 빼앗으면 회원들이 너나 없이 잼 없으니까 다른 데로 또 몰려갈까봐 걱정스러운가.
중요한 것은, 향후 언론사를 지향한다면, 그러면서도 꼭 이런 문화를 지속하겠다면, 어떻든 공원내 화장실은 반드시 설치하되, 그 역한 모습과 냄새들이 화장실 내에서만 국한되도록 해야 하고, 화장실도 청결함을 유지하여, 그곳에서 배설도 하고 세수도 할 수 있는 상큼한 공간으로 만들되, 공원 전체를 화장실로 만들지는 말라는 점이다.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지금 상태로 느네들끼리만 낄낄대고 웃고 떠들고 배설하고 마스터베이션하는 지금 정도의 카페로 만족해야 한다. 언론사는 무슨 ... 엄감생심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유시민을 더욱 더 곤혹스럽게만 만들고 말 것이다. 이것은 원든 원치않든 유시민 개인과 역사에 대한 죄악으로 기록될 것이다. 박봉팔과 봉팔러들은 이점 분명히 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에게 관심을 갖고 왔는데 오자마자 질색을 하고 도망간다면 그래서 유시민이 더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한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눈팅냥 사장님에게 바란다.) 이 소중한 표밭, 쉰세대 표들을 어찌할 것인가!
눈사장님은 여기에 대한 대책을 염두하고 미리 방향설정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며칠 전의 일로 아직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편들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어느 님에게 단 댓글에서 끝까지 사장직을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눈사장님이 확고하게 의지를 천명하는걸 보면서 나는 이제부터 주저치 않고 그 강단진 우리 눈사장님을 믿기로 마음먹었다.
장유문제는 이제 이곳에서 금기어가 될 정도로 분란의 씨가 되었지만, 쉰세대에 대한 대책 또한 눈사장님이 제시한 장유문제와 동일하다고 본다. 즉, 장유에 쉰세대라는 말만 대입하면 똑같다는 의미다. 나중에 총선/대선에서 패배하지 않으려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봉파리닷컴의 외연을 확장해야 함은 필연이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론에서 많은 생각이 있을 것이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방향설정을 기대해 본다. 나중에 패하고 또 다시 패닉에 빠져 장유문제처럼 설왕설래 하지 말아야 한다. 진심이다. 쉰세대, 이 엄청나고 소중한 표밭, 그 많은 인원을 우리 표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컨텐츠와 아이템으로 꾸려가야할지 그 방향을 확실하게 설정했으면 한다. 이것에 대한 눈사장의 역할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 힘내시라. 그리고 굳건한 의지로 이를 앙당 물고 일로써 본떼를 보여주시라!
* 관련 참고글 : 예비꼰대들도 숨 좀 쉬게 해주라
http://www.parkbongpal.com/bbs/board.php?bo_table=B11&best=&wr_id=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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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