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참여당과 유시민은 4.27 보선의 여파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움직일 곳이 없어졌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불가능하고 (참여당 당원의 반대로 인해), 진보진영과의 소통합 역시 불가능하고 (민노당의 반대가 가장 큰 요인) 독자 노선을 가려고 해도 총선, 대선 전략이 불투명하니 당으로서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것이 명약관화.
그래서 유시민은 당원들의 의견을 묻고 그 의견에 따라 방향을 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바둑에서 움직일 곳이 없으니 응수타진을 하는 수로 보인다. 사실 이 선언이 나오는 순간 국민참여당의 진로는 결정된 것과 다름이 없다.
독자노선을 가겠다는 말이다. 왜냐고 묻지 마시라. 당원들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이미 답은 나와있는 거다. 그런데 왜 유시민은 당원의 의견을 듣고, 통합된 의견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즉시 독자노선을 가겠다고 선언하면 폼도 나고, 비장미도 살릴 수 있는데.
큰 전투를 앞둔 장수는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해서 일당백 사기를 북돋아야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이 갈 길은 외통수다. 죽기 아니면 살기 밖에 없다. 그렇게도 욕질을 해대는 민주당, 노선이 다르다고 외면을 해대는 진보진영과는 통합도 연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길게 보면 어느 진영에 휩쓸려 들어가서 자기들의 정체성을 잃고 지리멸렬하게 되면 국민참여당이 내세우는 "국가는 정의롭게, 시민은 자유롭게"라는 슬로건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 2017년도 있고, 2022년도 있으니 급하게 갈 이유도 없다.
2012년 총선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10여개 선거구와 꼭 떨어뜨려야만 되는 인물이 출마하는 10개 내외의 선거구에 후보를 내고 사실상의 승부는 비례대표로 볼 것이다. 운이 좋아서 4-5석의 지역구 의원이 당선되고, 정당 지지율 10% 정도를 달성해서 5석 정도의 비례대표 의원을 당선시키면 약 10석 정도의 의석이 생긴다. 충분히 해 볼만한 숫자다.
게다가 보너스도 있다. 꼭 떨어뜨려야 하는 인물이 출마하는 지역구 10여 곳에 후보를 내면 호남지역을 제외하고는 야권에서 출마하는 후보는 누구든지 확실히 낙선한다. 분당을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누가 타겟이 될 지는 지금부터 천천히 정하면 된다. 사실 국민참여당 입장에서는 정치공학적으로만 볼 때 꽃놀이패다. "우리당에 못된 짓하는 자가 누구냐?"라는 호령 한마디에 내년 총선에 뜻이 있는 현역의원이든지 예비후보라면 섣불리 나설 수 없다.
2012년 대선은? 가능성이 적다면 유시민이 대선에 안 나가면 그뿐이기 때문에 별 안타까움이 없다. 손학규든, 이해찬이든, 누구든 대선에 나설 후보를 도우면 된다. 욕 먹을 일도 없다. 당원들의 성향을 볼 때 유시민이 대선에 나가지 않는다고 당내에서 욕할 사람도 별로 없다. (있기야 하겠지만 큰 영향력은 없어 보인다.)
민주당 또는 민주당과 관련이 있는 인사들 중에 앞에 나서서 국민참여당과 유시민을 욕하고 까대는 인사들은 정말 아이큐가 한 자리 수밖에 되지 않거나 아니면 총선에 정말 뜻이 없는 인물이다.
곤마를 잡으려고 몰다가 한 방에 역전되는 바둑을 수도 없이 봤다. 상대방의 곤마는 잡으려고 덤비면 안된다. 잡으러 가는 척 하면서 겁만 주고 내 동네에 세력을 쌓고, 집을 굳히는 것이 정수다. 이창호의 바둑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세돌은 예외다. 무조건 잡아 죽이려고 몰고간다. 수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고, 상대방이 이세돌의 이름에 겁을 먹고 있기 때문에 통하는 것이다. 민주당 또는 관계자들 중에 이세돌만큼 수읽기에 밝고 상대방이 겁을 먹을 만큼 실적이 쌓인 인물이 있을까?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