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감성, 만약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어떤 것을 선택할 때 더 인류를 이롭게 할 것인가. 물론 철학적으로 이성과 감성을 분리시키는 것은 아주 무식한 짓이다. 하지만... http://umz.kr/03Ydw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그저 두 가지 중에 하나만 택하라면 어떤 걸 택할까로 고민했다. 뒤에 붙은 '인류를 이롭게 할 것인가'는 제껴두었다. 난 뜨거운 감성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한테 지나치게 논리적이라고 말해준 사람도 있었고, 세상일은 논리로만 되는 게 아니다라는 말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봉회장 답이 날라왔다. [저기서 뜨거운 감성 택한 새끼들은 다 보수꼴통 아니면 무지랭이라고 스스로 판단하면 된다.]
으악... 그런데 별로 기분 나쁘진 않았다. 내가 꼴보수는 아닌가보다.ㅎㅎ
최근 대한민국은 '오디션 천국'이 되어 버렸다. 왜 그럴까란 의문도 품어 보지만 그 사회현상을 설명할 능력은 안되고 그것이 이 글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기획된 상품에 식상했겠지 정도로 넘어간다. 사람들은 과정을 보고 싶어 하고, 진실된 땀과 노력을 보고 싶어하나 보다 생각할 뿐.
내가 주목하는 것은 MBC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대한 투표의 결과이다. 그들은 '위대한 투표'라고 명명했는데 과연 현재 그 투표는 위대한 걸까? "그래, 시청자의 힘은 위대했다."고 말할 때는 위대한 투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자 투표에서 시청자의 힘이 발휘되어 예측 불가의 결과를 얻었으니까.
애초 김태원은 다른 멘토들이 꺼려(?)하고 포기한 사람들을 멘티로 받아들였다. 그 자신도 생방까지 올라온 10명 안에 든 3명의 자기 멘티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그대들은 이미 미러클(miracle)입니다."
그랬는데 매주 경연을 마치고 지금 4명이 남은 가운데 김태원 멘티는 3명이 그대로 남아있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것은 경쟁자를 떨어뜨리는 룰이 크게 작용한 탓이라 생각한다. 심사위원의 점수는 30% 밖에 적용되지 않고 일반 시청자들의 문자 표가 당락을 가른다는 것.
심사위원들로서는 불만일 것이다. 아무리 높은 점수를 줘본들 시청자 투표에서 표를 받지 못하면 떨어져버리니까. 그렇다고 심사위원의 평가가 절대적이란 건 아니다. 그래도 한사람이 아닌 여러명이 평가를 하고 해당 멘토는 평가에서 제외시키는 등 나름의 객관성을 갖추고 진행시켰는데도 심사위원 평가와 최종 결과의 크나큰 괴리를 볼 때 뭔가 개운치 않고 삐그덕댄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좋은 인재를 멘티로 뒀음에도 의외로 빨리 모든 멘티가 탈락되는 아픔을 맛본 멘토는 이은미와 방시혁이었다. 이은미는 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었다.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고! 그래서 또 시청자들을 화나게 만들었었다.
위대한 탄생을 하면서 이은미와 방시혁은 '독설가'로서 이름을 날렸었다. 전 국민이 보는 오디션 참가자에게 하는 말이 아닌, 방송이 아닌 곳에서 자기가 가르치는 제자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그것은 그 제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었을 것이다. 毒이 아니라 藥이 되는 말이란 거다.
하지만, 그것은 전국민이 지켜보는 방송이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불편해 했다. "넌 얼마나 잘났냐?" 심리가 생긴 거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기가 아끼는 제자에게로 돌아가 버렸다.
정말 그랬을까? 정말 그랬다. 방송이 있는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위.탄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 중 몇개를 읽어보고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세상에, 댓글 중 많은 부분이 이은미와 방시혁 얘기로 채워져 있었다. '니들 잘난 체 하는 거 보기 싫어서 니들 제자한테 표를 안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독설을 퍼부은 참가자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거다.
이것이 우리나라 국민성이다. 난 이미 이렇게 될 줄 알고 탈락자를 점쳤었다. 하지만, 지난 주 정희주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다. 이제는 김태원 멘티 중 한사람이 떨어질 때가 되었다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아니었다. 무서운 시청자의 표 심리다. 이건 김태원의 저력이라 볼 수 밖에 없다. 고생 많이 하다 최근에 빛을 발하고 있는, 감동적인 그의 삶에 대한 시청자의 응답이라고 볼 밖에. 그러나 감동도 타이밍이 딱 맞을 때라야 극대화 되는 것이지 이제는 김태원 팬덤이 냉정을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여기서 배울 것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성을 거역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이은미와 방시혁이 김태원 팬덤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결과는 그의 애제자들이 모두 탈락했다는 거다. 우리가 보수 꼴통들이라며 지역주의에 물든 유권자들을 비난하고 욕할 수는 있지만 결과는 우리 선수들이 낙선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4.27 김해 재보선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생각키에는, 아무리 이봉수 후보가 인물론에서 뒤진다 하더라도 그런 비리 인물을 찍어줬다는게 이해되지 않지만 유권자들은 달리 생각한다는 거다. 우리나라 국민성이 냉철한 이성보다는 뜨거운 감성에 더 지배되기 때문이다.
"너 잘못했지?" 하니까 "네, 무조건 잘못했습니더. 다시는 안 그랄겁니더. 한번만 봐주시고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라며 납작 엎드려 큰 절을 하는 김태호를 동정의 눈으로 보면서 '국무총리까지 할 뻔한 사람인데 안됐네..'라는 감정을 갖는 것이 우리나라 유권자라는 것이다. 이런 유권자를 욕만 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가 위탄에서 배울 점은 바로 이것이다.
적(敵)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겸손해야 한다.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들은 그 똑똑함을 칭찬하지 않는다. 그 똑똑함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면.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