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이 20대들에게 지지를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제공되지 않을까하는 마기자의 글을 읽었다.
추천을 누르고 생각을 거듭해보았다.
20대가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거다!"싶은 이유를 찾아내는 작업.
솔직히 쉽지 않더라.
봉팔러들이 올린 다양한 이유들...
자유의 상징, 저서를 통한 소통,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
모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유들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저것들 중 어느 하나를 20대가 유시민을 지지하는 결정적 이유로 제시하기란 만만치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여기에서 출발했다.
대한민국의 비정규직으로 28살의 하루를 살아가는 노근이가 보는 '20대가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유'.
내 대답은 "20대는 유시민을 지지하지 않는다."이다.
20대는 유시민도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는 접근을 잘못 하고 있었다.
20대는 유시민을 지지한 적이 없다.
지지한 적이 없는데 지지하는 이유를 찾으니 도무지 알 수가 없는거다.
유대표가 모르겠다고 말한 것도, 우리 봉팔러들이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것도 다 접근이 틀려서 그런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대는 솔직히 정치인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이들의 관심사에 정치인이 포함된다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먹고사니즘이라는 무시무시한 경쟁에 뛰어들기 직전의 벌거벗겨진 상황에 놓여 있는 젊은이들이 유시민과 참여당 지지자들 만큼의 열정으로 유시민을 지지하겠는가?
20대인 노근이가 답해본다면 형들이 지지하는 만큼의 지지는 이 세대엔 없다.
이 세대는 유시민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
정치인의 파편적 이미지들만으로 누가 누구인지 정도를 '들어본 적이 있을'뿐이다.
어지간한 네임벨류가 아니라면 20대에겐 정치인 모두가 듣보잡에 불과하다.
정치라는 행위가 어떤 방향으로 의사가 정해지는지에 따라 각 개인의 삶의 양식이 정해지는 아주 중요한 분야이지만 이들은 그에 대한 관심이 아주 미미한 상황이다.
나는 무관심한 20대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민주시민 교육의 부재와 정치에 혐오를 느끼게 만드는 기성의 수꼴들이 더 큰 문제라 생각되므로.
그리고 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에 현장 답사를 보낸 신발회사 직원 이야기 알지? 그 상황이라고 보면 20대는 참여당에게 신대륙이자 기회이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아무도 신발을 안 신고 다닌다고 사업성제로라 보고한 사원은 '20대 개새끼론'을 이야기하는 기성세대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아무도 신발을 안 신고 다닌다고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시장이라 보고한 사원은 "20대들에게 참여당의 가치와 슬로건을 설득시켜 나감으로써 외연 확대에 신나게 임할 수 있겠네!"라 생각하며 손뼉 치고 있을 바로 당신에 비견할 수 있지 않겠는가?
20대들이 유시민 뿐 아니라 정치 전체에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측면이 매우 큰 것이 현실이지만 내가 볼 때 이 세대가 옳고 그름의 판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할 정도의 수준은 결단코 아니다.
오히려 교육수준이 매우 높고 개인의 삶의 질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진보가 밥먹여준다'는 경험적 근거들이 타당성있게 제시되고, 보수 언론들이 차단하고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언로'만 제공된다면,
20대는 공화국의 주권자로서 유의미한 정치적 선택을 내릴 공산이 아주 큰 세대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20대가 유시민을 지지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해왔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마기자의 제안으로 20대인 내가 며칠을 고민해보고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되새겨 본 바에 의하면,
20대는 유시민을 지지한 적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20대는 우려스러울정도로 정치에 무관심하며, 그들이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지기에는 정치가 자신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영역인지를 교육받거나 정보 제공을 받은 적이 없다.
즉 민주시민 교육이 학교와 시민 사회에서 제대로 실시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처하게 되는 너무나 팍팍한 현실들
이 20대가 그들의 관심을 토익과 스펙쌓기 등이 아닌 정치에 기울어지도록 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나는 '감히' 해본다.
그럼 우리는 왜 유시민이 2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착각해온 것일까?
유시민 말고 모두가 삽질하는 현실
20대들에게 정치란 '무관심 영역'이다.
거기에 관심을 쏟아야 할 이유에 대해 학습한 적이 없고 관심을 쏟기에는 팍팍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유시민에게 20대들은 관대한 편이다. 아니, 상당히 우호적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무엇때문에 우리가 20대들이 유시민을 지지한다는 착각까지 하게 된 것일까?
내가 볼 때 이유는 두 가지 정도인 듯 싶다.
첫째는 유시민 말고는 모든 정치인들이 헛소리나 해대고 삽질이나 하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유시민이 '정치인 유시민' 뿐만 아니라 '지식 소매상 유시민', '트위터리안 유시민' 등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이유의 경우,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유 따위 없다. 그냥 지지한다.'는 것과 통하는 맥락이다.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다수는 유시민을 그냥 지지한다.
이유가 없다. 유빠라는 조롱이 나올 법한 모습이고, 실제로 자제하자는 소리들도 들린다.
그치만 이들 지지자들의 이유없는 지지가 다른 어떤 정치인과 비교할 수 없는 유시민만의 특별함을 형성한다.
(실제로 이것 때문에 유시민을 두려워하는 모습들이 종종 보인다)
이들 지지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확신이 있다.
유시민과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서투르고 힘이 들지만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
내가 볼 때는 이게 유시민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이다. 다른 어떤 정치인도 가지지 못하는 것을 유시민이 가지고 있는거다.
바로 지지자들이 유시민이 내게 이득을 줘서 지지하는게 아니라 '믿음과 신념'을 공유하는 지지를 한다는 것.
옳음의 차원으로 유시민을 지지하는 경우 - 이 케이스가 가장 무식해보이지만 가장 유시민을 잘 설명할 수 있으며, 20대들도 이들 맹목적 지지자들과 비슷한 맥락에서 유시민에게 우호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20대의 눈으로 정치판을 바라보면 이건 뭐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다.
19년을 독재해먹은 놈의 딸내미가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란다.
집권 여당의 대표들은 보온병을 폭탄이라고 하질 않나, 서울시 버스 요금이 70원 아니냐고 하질 않나. 말인지 막걸린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다.
국회의원의 입에서 대구의 밤문화에 대한 감상이나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따위의 성희롱이 쏟아진다.
20대 거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국방의 의무를 부과 받지만 돈있고 빽있는 넘들은 안 간다는 불신도 팽배하다. 행방불명으로 면제가 된 코미디도 정치판에 존재하는 둥 아무리 보아도 정치에 재미있는 점들이나 제대로된 점들을 찾아볼 수가 없는거다.
20대의 눈에 비친 정치판은 그야말로 안습 그 자체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을 기대하는 것도 웃긴다. 얘네들의 성향이 옳은지 아닌지를 따지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 얘네같은 젊은 세대에게 저런 요지경 정치판에 관심을 안가진다고 꾸짖는 짓은 20대의 반감을 극대화시키는 전형적인 꼰대 짓거리이다.
오히려 그런 꼰대들보다 20대가 정의의 문제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이다.
20대는 자신의 권리를 포기해버리는 쿨함을 선보여 어른들을 당황시킬 수는 있지만 적어도 경제를 살려준다는 한 가지 이유로 전과 14범에게 주권을 양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생활에 안정을 찾아가면서 보수화되는 연령대의 어른들보다 20대 학생들이 저런 난센스적인 정치판과 관용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틀린 범주의 부정의한 사안들에 대해 훨씬 더 분노하고 바로 잡아보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20대의 눈에는 유시민이 다른 어떤 정치인들보다 더 옳아 보이고 틀리지 않아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는 삽질에 비견되는 발언이나 행보를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삽질과 병신 짓이 넘쳐나는 정치판에서 그와는 반대의 이미지를 젊은 세대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한 상황이다.
20대의 눈에 비친 불신 가득하고 부정의 팽배한 정치판에 유시민 같은 사람이 온갖 비난과 조롱을 받아가면서도 옳은 길 가보겠다며 꿋꿋이 걸어가고 있으니 20대는 그를 우호적으로 볼 수 밖에 없는거고.
그리고 여기에 두 번째 이유가 끼어든다.
여러 가지 스펙트럼을 가진 유시민이라는 브랜드.
20대의 정치 불신과 냉소는 심각한 수준인데 20대의 눈에 유시민은 기존 꼰대들과는 달라 보이는거는 그가 정치인이자 지식 소매상이자 트위터리안으로서도 어색함이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데에 기인한다는거다.
'어. 저 아저씨는 좀 다르네.' 이 생각을 본능적으로 20대가 가지는거다. 20대들은 재미가 있는 것, 없는 것을 구분하는 감각이 동물적이다.
유시민에게 불리한 언론 환경과 제대로 민주시민 교육을 받은 적 없는 20대임에도 불구하고 20대들은 동물적 감각으로 여타 기성 정치인들과 유시민이 다름을 캐치해 내는 것이다.
그가 트위터나 강연, 책 등을 통해 정치인 유시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모습의 유시민으로 활동해온 것도 20대들이 유시민에게 '특별함'을 느끼게 한 큰 원동력이었다고도 평가 가능하다.
다른 정치인들에게는 없는 '재미'있는 요소들. 그걸 20대들은 그 세대만의 감각으로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있으며 그 재미있는 요소들에 맞는 재치있는 강연이나 토론프로에서의 센스 있는 발언들. 저서에서 느껴지는 유려하고 지성미 넘치는 감각 등이 유시민을 20대에게 우호적인 정치인일 수 있게끔 하는 종합적 요인들로 작용하는거다.
정리하며
실제로 유시민이 20대들이 열광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의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희망적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고립무원의 상황으로까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나는 이것이 20대가 유시민을 열광적으로까지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하여 본 잡설의 논지를 전개해 나갔다.
저번 선거에서 희망적인 생각들에 우리 발목이 스스로 잡히는 우를 범했던 만큼 지나친 낙관은 경계하자.
마기자의 유의미한 토론 제시로 인해 시작된 이번 사안의 경우에서 노근이 개인적으로 주장하고 싶은 것은 20대들은 유시민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그들은 단지 유시민에게 우호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관과 절망을 할 필요가 없는 게 유시민만 지지하지 않는게 아니라 정치인 전체에 대해 20대 전반의 관심이 부족한 형편이다.
우리는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이들이 정치가 더럽다고 고개 돌리지 않게끔 독려하고 관심도 기울일 수 있게 삶의 무게도 덜어주며 응원해줘야 한다.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면, 20대가 유시민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기본적 성향과 시너지를 일으켜 폭발적인 외연확대의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유시민의 재미있는 요소들과, 옳음의 범주에 서 있는 그의 태도와 스탠스. 다양한 매력들. 여기에 관심사가 더해지면 참여당의 미래도 충분히 희망적으로 설계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너희 어른들은 이 지점에서 너희들의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너희 어른들은 20대 개새끼론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20대가 참여당의 주역이 될 수 있게끔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들 20대의 성향이
재미를 추구하며 그것에 대해서는 열광할 줄 알고,
옳음이라는 가치가 바로서야 함에 공감할 줄 알고 틀린 것에 대해서는 분노할 줄 안다면,
20대들은 박정희-전두환 독재를 경험하며 살았고 그 시대에 물질적 성장에 호의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는 꼰대들보다 훨씬 더 우리편이다.
20대들은 전체 유권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꼴통들보다 훨씬 더 우리 편에 서줄 수 있는 현저한 가능성을 지닌 세대이다.
그동안 민주시민 교육의 부재와 바른 언론에 의한 정보 제공의 부족으로 이들 무관심 영역의 20대 참여가 상당히 낮았던 것을 반추해 볼 때, 시민 교육을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하게끔 압박도 가하고 직접 교육에 참여하거나 독려도 하는 활동들을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 곳 박봉팔닷컴과 같은 바른 언론을 지향하는 사이트의 성공 추구 등을 통하여 똥 닦는데 쓰기에도 아까운 쓰레기가 언론이라 불리는 현실을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
이들이 참여할 마음을 갖게 만들고 진보가 밥먹여준다는 인식을 가지도록 도우며 유시민 우호에서 유시민 지지의 수준으로 갱생시킬 수 있을 때.
바로 그 때 우리는 노무현이 쓰러진 그 지점에서 비로소 한 걸음을 유시민과 함께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20대들은 무관심한 상태일 뿐 개새끼들은 결코 아니며 잠재적으로 유시민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그리고 역시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미래 세대의 주역이다.
이들의 가능성에 배팅하지 않으면 우리가 꿈꾸는 사람사는 세상도 없다는 것이 노근이가 내린 결론이다.
뺑이 함 쳐보자!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