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에 정치철학을 강의하는 박효종 교수라고 있다. 뉴라이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각종 교과서를 집필하고 있으며 토론 프로그램에 페널로 참가하는 등 왕성한 삽질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폴리페서학자 중의 한 분이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집필진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계신다. -_ -;
이 사람이 쓴 책 중에 여러 상을 휩쓸고 일반 대중에게도 호평을 받은 '국가와 권위'라는게 있다.
이래 보여도 무지 두껍고 방대한 분량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책 후속으로 나온 '민주주의와 권위'라는 책도 있다.
나는 유대표께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집필하신단 소식을 듣고 박효종의 '국가와 권위'는 무조건 잡는 저작물이 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다.
국민참여당 대표로 활동하는 정치인의 저서 '국가란 무엇인가'가 엇비슷한 싸이즈로나마 뉴라이트에서 활동하는 서울대 교수의 저서 '국가와 권위'에 비벼볼 수 있을만한 결과물로 뽑혀진다면 올해와 내년 전개될 정치적 국면에서 최소한 '국가론'에 대한 담론에서는 해볼 만 하지 않을까란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 따위가 유대표의 책이 '국가와 권위'에 비벼볼 수 있을만한 결과물로 뽑혀지길 기대한 것이 발칙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권위'라는 책이 상당히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 읽고 나서 기우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유대표의 '국가란 무엇인가'는 박교수의 '국가와 권위'에게 내용면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고, 결론의 설득력 면에서는 완벽하게 이긴 저서임이 틀림없다는게 내 판단이다.
'국가란 무엇인가'와 '국가와 권위'는 두 책 모두 저자 개인이 생각하는 국가관이 담긴 책인데, 두 책 모두 국가론들을 살펴보고 저자가 생각하는 국가론을 제시하며 결론짓는다.
전개와 도입에서 제시되는 지식의 방대함이나 전문성에서는 박효종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책은 유려하게 고전의 국가론들과 현대의 국가론들을 다루고 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는 쿨한 노근)
그러나 누구라도 두 저자가 책의 결론을 제시한 부분에서는 도저히 박효종이 내린 결론이 유시민이 내린 결론을 앞지를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유대표 저서의 경우 읽어본 봉팔러들은 다 아시겠지만 자신은 자유주의 국가론에 목적론적 국가론이 결합한 진보 자유주의 국가론을 지지함을 명백히한다. 그 이유와 근거들은 책을 사서 보시길 권한다.
박효종의 '국가와 권위'는 책 전개 과정에 있어 '국가란 무엇인가'와 상당히 유사한데, "도대체 인간이 왜 국가에 복종해야 하는가?"란 질문에서 출발하여 서양 철학사에 존재했던 수 많은 국가론들을 하나 하나 짚어보며 국가에 복종할 이유가 있는지를 세밀하게 체크해 나간다. 그에 의해 소개된 국가론들(목적론적 국가론, 자유주의적 국가론, 동의론, 무정부주의론, 합리적 공공재이론 등)은 하나 같이 일장일단을 가지고 있어서 박효종의 관점에서는 이 중 어떤 이론도 국가에 복종해야할 명백한 이유를 제시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서술된다.
그런데 박교수의 책이 안드로메다로 가게 되는 것은 그가 마지막 장에 내리는 결론에 책임의 소재를 물을 수 있겠다. 그가 내린 결론은 바로 "국가에 복종해야하는 명백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불확실성에 좌우되지 않고 국가에 복종한다면 그것은 칭송받을만한 덕목이 아니겠는가!"이다.
시민들이 반드시 국가에 복종해야 할 명백한 이유는 찾을 수 없지만 그래도 국가에 복종하는 (일상적 칼뱅주의에도 비견할 수 있는) 덕목을 실천해 나간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시민의 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자라면, 아니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을 그는 내리고 있는 것이다.
유시민이 자신의 신념에 비추어 국가를 고찰하였을 때 진보 자유주의의 국가론이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충분히 있을 수 있을거다.
그런데 박효종이 내린 '복종해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지만 닥치고 복종하자. 그게 아름다운겨'라는 주장은 도저히 민주주의 공화국에서는 나올 수 없는 주장이 아닌가.
나는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야 저 책이 내린 결론이 박교수의 뉴라이트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이었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학부생 시절 저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서양의 모든 국가론이 총망라되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고, 논문 형식이지만 딱딱하지 않은 문체로 전개되는 스타일에서 정말 존경할만한 학자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저 책의 결론이 뭔가 주권자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을 함의하고 있다는 걸 안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후에 쓴 '민주주의와 권위' 때문이었다.
나는 뉴라이트에서 활동하는 교수가 쓴 '민주주의와 권위'를 읽고 내가 공화국의 주권자라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 아이러니다. 참말로...
어쨌든 '민주주의와 권위'를 읽고 나서 '국가와 권위'를 다시 보니 그 결말의 황당함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다 박효종교수같은 방대한 지식의 소유자가 '민주주의와 권위'와 '국가와 권위'라는 서로 다른 모습의 두 책을 시리즈물로 내놓게 된 것인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이유야 무엇이든 그가 쓴 '국가와 권위'는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를 질적으로 이길 수 없는 책이다. 그걸 확인하고 나니 내 마음이 너무 안심이 되고 다행스럽더라.
그리고 혹시 봉팔러 중 '국가와 권위'를 읽어볼까 싶은 사람은 비추니 안 읽는게 좋을거다. 유대표가 책의 전반부에 할애하는 국가론에 대한 소개가 몇 백쪽이 넘어간다. 그런데 '민주주의와 권위'는 900쪽 정도 되는 책인데 추천하고 싶다. 저 책을 읽으면 사회계약론과 왜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의가 중요한지, 로크의 대리인 모델과 소크라테스적 시민성 등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나의 우려를 완벽하게 종식시켜준 유시민 대표. 역시 그는 베른슈타인처럼 역사 속에 승리한 정치인으로 기록될만한 사람이다.
p.s.1 베른슈타인 설명하는 부분에서 유대표가 노무현 대통령님에게 바치는 글인듯한 느낌이 좀 안 들었나? 나만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대통령님께 유대표가 바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p.s.2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충돌할 경우 유대표는 책임윤리를 고려하는 정치인이 되실 것이다. 그 때 우리가 그를 지켜야 한다. 나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살려달라는 그의 메시지를 읽었다.
유시민대표가 국가란 무엇인가 책에 소개된 사상가등 중 J S 밀과 베른슈타인을 좋아한다고 말했다.(트윗 대담에서)베른슈타인에 특별히 애정이 있는 것 같더라. 글구 난 신념윤리와 대비하여 책임윤리를 강조한 것이 진보정당들에 대한 외침이라 생각했다. 함께 선한 국가의 이상을 실현 하자는...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