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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풀기에 앞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부터 내가 쓰는 글은 절대 어떤 ‘당위성’에 입각해서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여당에서 당의 진로를 놓고 당원토론을 개시한지가 열흘 좀 넘게 지난 것 같다. 올라오는 반응들은 대체로 감정적이다. 투박한 생각이나마 이러이러해서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한다, 라는 정도의 논리적인 이야기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당내에서 명망 있는 몇몇 인사들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자신의 소망을 풀어놓는 이상의 영양가 있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발로가 되어 국민참여당에 입당하게 된 당원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너희들 왜 그래, 라고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좀 할 말이 많으나 지난 글에서 어느 정도 풀어놓은 듯 하여 그냥 지나가도록 하겠다.
내가 혐오하는 인간의 부류는 딱 두 가지다. 무식하면서 부지런한 것, 대책없이 긍정적인 것. 정치권에서 무식하면서 부지런한 부류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아니, 여기에도 꼭 집어 말해줘야 알아먹는 사람이 있는 관계로, ‘이명박’이라고 말해주겠다.
대책없이 긍정적인 것은 대한민국의 진보나부랭이들이다. 지들끼리 알아듣지도 못할 말 열심히 지껄이다보면 그게 언젠가는 사람들한테 먹힐 거라고 믿는 것. 그런데 진로토론방을 훑어보면 당원들이 점점 그런 경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좀 우려스럽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지난번 글에서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좀비’라는 더러운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다.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당의 진로토론방에 올라온 글들 중 가장 쓸만한 글은 박무 최고위원의 글인 것 같다. 4.27 재보선이 끝나고 박무 최고위원이 당 일반토론게시판에 ‘참여당에 쏟아지는 비난이 너무 가혹하다’는 투로 글을 올렸을 때에는 그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았으나, 이번에 당이 처한 현실적인 상황과 그에 따른 우리의 한계점과 타개책 등을 최고위원스럽게 잘 정리해줬다. 그래, 책임 있는 사람이면 맞든 틀리든 그 정도 분석과 이야기는 해줘야 하는 거다. 다른 최고위원들의 진취적인 분석도 기대해보는 바이다.
박무 최고위원은 자신의 글을 통해 진보소통합을 현재의 우리당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선택한 것 같다. 독자생존은 외부의 압력이 너무 거셀 것이고, 민주당과의 통합은 당원들이 찬성하지 않을 것이고, 백만민란은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특히 진보소통합 중에서도 참여당+민노당+일부시민단체 등이 결합한 형태에 밑줄을 쳐놓고 부연설명을 곁들여 강조한 것으로 보아, 참여당의 지도부도 그런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조심스러운 짐작을 해본다. 만약 그런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 참여당 독자적으로 논의를 전개할리는 없기 때문에 민노당 내지는 통합의 대상이 되는 시민사회단체와 상당히 깊은 교감이 이뤄지고 있을 거라는 짐작 역시 가능하다.
사실 나는 NL의 뻔뻔함과 무식함 때문에 그들을 이명박 패거리만큼이나 싫어한다. 가능하다면 그들을 비무장지대로 보내 맨발로 북한에 가게 하고 싶다. 가다가 지뢰 밟고 죽든지 말든지. 스마트폰으로 길거리에서 뽕질하는 세상에 NL이니 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게 참 우습지만, 실제로 민노당에 속한 일부 종자들의 대가리 속에는 레닌과 스탈린, 마오쩌둥이 김일성, 김정일과 나란히 뛰어다니고 있다. 걔네들, 솔직히 말하자면 정신병자들이다. 걔네들과 먼저 함께할 생각을 하니 좀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박무 최고위원이 앞뒤를 다 재본 결과, 가장 적합한 대안이 진보소통합이라고 한다. 나도 일부분 동의한다. 어쨌든 독자생존은 그냥 죽는 길이니까. 그런데, 만약 그 방향이 틀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지난 글에서 나는 국민참여당이 Plan B.의 부재함에 대해 성토한 바 있다. 그런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 온전히 당의 한계라면, 당의 바깥에서 그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게 어떨까라는 것이다.
우선 독자생존이 왜 그냥 죽는 길인지에 대한 내 견해부터 말해야겠다.
야권연대라는 프레임은 우선 모두가 알다시피 유시민이 만들어낸 것이다. 비록 발안자는 유시민이었지만, 민주당은 그 프레임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존재감을 굳힐 수 있기에, 민주노동당은 전향적인 태도를 통한 이미지 쇄신, 현실적인 정치적 지분 확대, 국민참여당은 신생정당으로서 이슈주도라는 각자의 시너지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했던 것이었다. 그 와중에 진보신당은 지네들 존재감 확인한다고 똥고집 부리다 사회당하고나 쿵짝이 맞는 급으로 몰락한 거고.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이게 발목을 잡는다. 야권연대가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그 프레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각인이 됐냐, 그게 문제인 거다. 조금 솔직히 말하자면, 야권연대와 연합, 그리고 통합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국민참여당은 야권연대연합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 민주당은 줄곧 야권통합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말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교묘하게 야권연대연합과 야권통합을 등치로 놓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합치자는 얘기인데 연대연합이니 통합이니 구분할 필요 뭐 있냐는 식이다. 이건 민주당이 한층 세련되게 접근하는 거다. 이전 같으면 그냥 무식하게 분열주의자네 이런 이야기를 할 텐데 분열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않는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어차피 합칠 건데, 조금 늦고 빠름의 차이인데, 연대연합하고 하는 거나, 그냥 지금 통합하는 거나. 그리고 정권심판,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 기다리는데 뭘 재고 있나. 줄기차게 쏟아내는 메시지가 이런 거다. 이 프레임 안에서 통합에 주저하거나 다른 말을 내뱉게 되면 자연스럽게 분열을 지향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래서 봉회장이 카테고리 구분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민주당 하는 짓이 이렇게 카테고리를 교묘하게 뭉개버리는 거다. 하여튼 이게 지금 먹힌다. 이게 참여당을 고립무원으로 몰고 간다.
연대연합이라는 프레임은 분명히 유시민이 먼저 던졌지만, 민주당이 지금 교묘하게 그 틀을 바꿔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틀어버렸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지금 민주당은 난닝구 운운하기에는 너무 영악해졌다. 차라리 우리를 분열주의자로 몰았을 때가 상대하기는 더 수월했다.
이런 프레임이 김경수의 출마포기와 유시민의 순천무공천 발언과 겹쳐져 고착화 됐다. 이번 4.27재보선에서 갈등의 단초 제공과 몽니를 부린 것은 분명히 민주당이었지만 민주당은 모든 영광을 안고, 참여당은 모든 오욕을 안았다. 민주당의 프레임에 그대로 말려든 것이다.
여기서 독자노선을 걸을 경우, 그대로 분열세력이 되는 것이다. 함께 하자고 자기들이 먼저 말해놓고는 통합하자고 친절하게 대하는 이들을 매몰차게 뿌리치는 모양새가 되니까. 그래서 지금은 민주당에서 개나소나 통합을 말한다. 아주 대범한 자세로.
그리고 김경수의 출마포기. 이건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것과는 좀 다른 개념이다. 김경수의 출마포기 선언을 보면서 우리쪽에서 쾌재를 부르는 사람들을 보며 좀 섬뜩했다. 아마 지금 박봉팔닷컴을 눈팅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사람들 중에도 김경수 출마 얘기가 떠돌 때 사람사는세상 게시판에 달려가서 김경수를 비롯한 친노들을 거론하면서 온갖 분탕질을 친 적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참여당 대변인은 참여당을 죽이려는 음모라면서 기름을 붓기도 했었다.(이와 관련된 논평은 현재 참여당 브리핑룸에서 사라진 상태다)
지난 이야기 자꾸 꺼내서 기분이 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그 때 김경수를 그냥 뒀다면 우리는 한 석을 잃었을지는 몰라도, 친노를 아우를 수는 있었을 것이다. 처음 참여당을 창당하며 민주당에 남은 친노들을 구태적인 인물들로 만들어버리는 반작용을 일으켰는데, 김경수 건으로 인해 그들에게 신뢰를 많이 잃어버렸다. 그래서 유시민이 점점 외로워진다.
이해찬 총리가 참여당 창당에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이 주창한 시민주권이 유야무야로 끝난 게 참여당의 창당 때문이라 여긴다는 풍문도 들린다. 나도 이해찬 총리의 지난 행보를 보면서 많은 불만을 가졌다. 너무 꼰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마치, 내가 말하는데 니들이 안 들어 하는 식이었다. 그 외에 한명숙 총리라든가. 한 총리는 너무 조용했다. 한총리가 뇌물수수 혐의로 고초를 겪을 때 유시민은 쉴 새 없이 한 총리의 무죄를 호소했다. 그런데 돌아온 결과는 유시민에 대한 외면이었다. 그런데 이게 지금 우리를 바라보는 친노의 시각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과 우리의 관계가 소원해지면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어르신들, 잘 달래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나씩 털어내면서 우리 홀로 섰을 때, 그 때 나는 참여당이 5만명의 ‘상종도 못할 놈들’이 되는 것이 두렵다. 그런데 우리가 이 사람들의 신뢰를 잃으면 나아갈 길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들과 함께하는 길을 분명히 가장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리하자면, 민주당이 만든 프레임으로 인한 국민들로부터의 외면, 친노들로부터의 고립. 이 두 가지로 인해 우리는 현재 독자노선을 걷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나머지 방향에 대해서 글을 좀 더 쓰려고 했는데 독자노선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나머지는 새로운 본글로 세우겠다.물론 먹고 살기 바쁜 관계로 언제 쓸지 장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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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