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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전우회. 특전사동지회.
그대들은 이런 모임에 속한 사람들과 한번 어울려 본 적 있어? 난 '어울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양반들 도움을 크게 받은 적 있었어.
몇 년 전 K시에서 일 할 때. 3일간 연인원 30만 명이 참가하는 큰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해야 했거든. 공원과 실내체육관이 어우러진 약 5천여 평 규모의 행사장에 70여개의 코너를 만들었지. 공연 무대, 스피커, 행사용 텐트와 장비.
가장 고민이었던 건 그 넓은 장소에 흩어져 있던 집기과 물품들을 사흘간 밤새 지켜야 한다는 거였어. 어쩔 수 없이 해병전우회 측에 전화했지. 당시 김 아무개 회장은 회원들 40명을 데리고 오더군. 사람이 모자르다고 하니 특전사동지회 멤버들까지 더 불러들였어.
이들은 군복을 착용하고, 호루루기와 야광 지시등을 갖춰서 2인1조로 팀을 짜더니 밤새 야간 순찰을 돌면서 안전하게 행사장을 지켰어. 그 뿐이 아냐.
당시에 인기 연예인들을 초청해서 무대에 서게 했는데, 첫날 밤엔 윤밴이 왔어. 난 윤밴을 열성적으로 쫓아다니는 소년 소녀 팬들이 수 백명씩 있고, 실제로 어느 장소이든 따라다닌다는 걸 그 날에서야 깨달았어. 윤도현이 타고 있던 검은색 밴을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아이들.... 정말 아찔했단다.
만약 한 아이라도 그 차에 치여 다치기라도 해봐라. 그 날로 행사고 뭐고 다 올 스톱되는 거야. 그 때 능숙하게 사람들의 물결을 막아서서 밴이 무사 통과하게 하던 해병전우회 회원들.... 그 땐 정말 고맙더라.
해병전우회 회원들 직업을 물으니 횟집, 세탁소 운영, 트럭 운전, 택배원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 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늦은 밤 군복으로 갈아입고, 야광 경광등 들고 나오면 집사람이 고개를 흔드는 적이 많다네. 한 회원은 "자기도 왜 이렇게 살아가는 지 때론 의아하다."면서 겸연쩍게 웃더군.
모든 행사 끝난 뒤에 나는 김 아무개 회장에게 전화를 해서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어. 그 이후 이런 저런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에 평소보다 더 정중하게 두 손을 잡고 인사를 했거든.
왜 이런 이야길 하느냐? 우리가 신문에서 자주 보는 <가스통 할배들> 이미지와 지역에서의 정치 조직 이야기를 연관 지어 해보려고 그래. 보수 극우파 집회, 그리고 민감한 이념적 사안이 걸린 관제성 집회에 어김 없이 가스통 들고 앞장서는 이들 극렬 집단. 사실 그게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는 것 전부야. 그런데 왜 해병전우회는 그렇게 끈질기에 잘 버티고 살아남는 걸까? 단순히 보수 우파를 지지하기 때문일까?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몰라. 하지만 군(郡)이나 작은 소도시 단위의 지방자치체에서는 이들이 지역에서 하는 '봉사활동'이 눈에 잘 띄어. 이들은 소방차도 못 들어가는 달동네 골목길 구석까지 여름철엔 방역을 해준단다. 등에 무거운 소독통을 메고 처마 낮은 집들 사이를 누비고 다녀. 이른 새벽 혼잡한 교차로에서는 교통 안내도 해주고. 지역에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면 안전 관리에 앞장 서. 동네에 응급환자 생기면 봉고차 운행까지 하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 시장, 군수, 구청장, 시의원, 군의원, 구의원은 물론 도의원이나 국회의원들도 해병전우회 측을 늘 신경 쓰면서 관리해야 되는 상황이 되더군. 여야 정치인을 막론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거나 적어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되는 정도가 되는 거야. 그들은 규율이 잘 선 조직이 있어. 게다가 지역의 궂은 일 있으면 앞장 서서 봉사를 해. 그러니까 그 양반들이 가끔 가스통 매고 서울로 올라가서 극우 반동 집회에 잠시 다녀온다 한들 지역에서는 별로 문제가 안 되는 거야.
이런 걸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냥 <가스통 할배>라고 치부해 버리고, 수구 꼴통들의 앞잡이 정도로 무시해버리면 되는 걸까? 봉팔러들아. 우리 한국 정치 바꾸기 위해 혁명할 거냐? 아니면 개혁할 거냐? 만약 개혁을 할 거라면 어디에서 무엇부터 할건대? 멀리 내다보면서 권토중래할 거라고?
지역을 바라보자. 지역에서 좋은 정치가가 나온다. 지역 사람들이 인정하는 정치가는 하루 아침에 못 만들어낸다. 노짱이 바라셨던 세상이 청와대와 국회, 정당 수뇌부 교체한다고 곧바로 등장하는 일 아닌 거, 그대들도 잘 알지 않는가?
나 행사 한 번 치르면서 해병전우회 덕 좀 봤다고 준 군사조직 같은 그들을 좋게 보자는 거 결코 아니다. 다만 그들의 뻘짓만 보지 말고, 그들 조직의 강점도 동시에 보자는 거다. 우리는 지역에서 가스통 할배들 반 정도 만큼이라도 조직을 탄탄히 만들고 있는가? 그 할배들 반 정도라도 자기 시간을 내서 지역사회에 봉사를 하고 있는가?
혹시 대답이 좀 궁색한 처지라면 지금부터라도 뭔가를 해야한다. 구체적인 것은 더 토론이 필요하겠지.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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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