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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나는 회원으로 가입은 되어 있었지만 서프에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더욱 갈 일이 없어졌고 관심도 없는데 이런 저런 소리가 들렸다. 아무개 반장이 어떻고 시민광장 대표를 했던 누가 어쨌다는 소리가 들렸으나 내 마음 다치지 않으려고 찾아가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아서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자료를 찾던 중 서프라이즈까지 가게 되었고 그들의 최근 글만 찾아서 읽어봤다. 5.18 아침에 참으로 충격적인 글을 접해야 했고 하루 종일 마음이 안좋았다.
그들을 생각하면서 내겐 오버랩되는 인물들이 있었다. 이재오와 김문수. 진보쪽 사람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그들이 왜 떠올랐을까? 과연 이 넷은 같은 이유로 배신자가 되었을까?
솔직히, 나는 정확히 2004년 1월에 유시민의 가치를 발견하고 정치에 눈을 뜬 사람이라 그 이전의 정치 역사를 잘 모른다. 오로지 '유빠'였을 뿐이었다. 해서 먼저 이재오와 김문수는 왜 한나라당의 전신인 정당에 투항했던 것인지가 궁금했다. 당시의 배경도 궁금했고.
2. 이재오와 김문수
검색을 해봤더니 많은 정보를 담은 최근 기사가 있었다.
좌파 정치인이었던 金문수 지사, 대통령을 꿈꾸다
http://www.n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79
또,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제목이 만족스러운 블로그 글도 있었다. 그래도 정보로서의 참고는 되었다.
그들은 왜 한나라당으로 갔는가
http://blog.aladin.co.kr/freejani/3566982
아고라에서 이에 관한 글을 쓴 사람이 있었는데 별 내용은 아니었다.
"우리는 노동 운동을 했던 김문수가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이재오도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을 잘안다. 그들이 노동운동을 한 것은 그때는 그것이 그들에게 이득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요. 나중에 한나라당의 더 달콤한 유혹에 따라갔을뿐이다. 그들이 태생적으로 악하거나 배신자이기 때문이 아니고 오로지 이득을 따라갔을뿐이며 그들은 또한 자기 자신을 그렇게 위안한다." (아고라에서)
인간 본연의 '이기성' 때문이라고 하면 결론은 명쾌한 듯 하지만 뭔가 볼 일 보고 뒷처리를 덜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들이 노동운동을 할 땐 '탄압받는' 시대였는데 그게 이득을 준다고? 그들은 그 노동운동이란 경력이 후세에 훈장이 될 거란 선견지명이라도 갖고 있었던가?
다시 더 찾아서 내 맘에 수긍이 되는 글을 찾았다. 제목과 글의 일부, 결론 등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어쨌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
[노빠필독]노무현을 광적으로 지지할 수 밖에 없는 노빠의 비애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2496618
"3당 합당 이후 영남개혁세력에게 남은 선택은 호남세가 강한 민주당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남출신들은 동향인들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민주당입당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설사 민주당에 들어가더라도 다른 지역출신들보다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민주당 간판으로 출신지 영남에서 출마하면 영남의 수구주의 때문에 낙선은 따 놓은 당상이다. 남은 길은 수도권 출마지만 수도권 출마는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공천 받기가 어렵다. 공천을 받아도 영남출신이라는 핸디캡이 따른다. 수도권의 영남출신 민주당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영남출신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는다. 또한 영남출신이기 때문에 지명도나 선명성이 아주 높지 않으면 영남지역주의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호남출신 유권자들로부터도 외면 받는다. 따라서 민주당 소속 영남출신들은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많은 영남출신 개혁세력들은 쉬운 길을 택한다. 즉, 변절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이다.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의 예가 그 것이다. 김부겸, 안영근, 김영춘은 계속 낙선하다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출마한 후 비로소 당선되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도 받아줘야 하는 것이고, 또한 그것은 개혁세력이기를 포기하는 일이므로 많은 영남세력들은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일부 인용. 이 글 말미에 '서프펌'이라 되어 있어서 서프에서 원문을 찾으려고 갔었는데 원문은 못찾고 5.18을 맞아 쓴 고약한 글만 보고 왔다.)
역시나 그렇군! '좌절하면 변절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하지만 이것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도 뭔가 부족하다. 왜냐면, 좌절한다고 해서 모두가 변절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나 저나 이재오는 '민중당'의 사무총장이었고 김문수는 노동위원장이었다고 한다. 당시엔 나름 열심히 진보운동을 하며 리더십을 가졌었나보다. 이 민중당을 심상정씨도 함께 했다는데 지금은 두 사람은 오른쪽에, 다른 사람은 왼쪽에서 마주 보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인거다.
내친 김에 민중당에 대한 자료도 찾아봤다. 1990~1992까지 존재했던 단명 진보정당이었다. 이 대목이 참 슬프게 다가왔다.
"1991년 1월 지방선거에서 42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1명이 당선되었고, 1992년 3월 제14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51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평균 6.25%의 득표율을 기록하였으나 한명도 당선되지 못하여, 정당법에 의거 해산되었다."
민중당-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B%AF%BC%EC%A4%91%EB%8B%B9_(1990%EB%85%84)
그리고 아래와 같은 글도 있었다. 민중당 출신들이 한나라당의 주류가 되어서 걱정이라는 수구 보수주의자의 글이었다.
한나라당 틀어 쥔 '민중당'은 어떤 정당이었나?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closed/read?bbsId=D120&articleId=9069
이런 자료들을 보면서 또 한가지 알 수 있었던 것은, 지금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김문수가 어쩌면 큰 사고를 칠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당내 아무런 조직도 없는 것 같았던 이명박이 어떻게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되었으며 대통령까지 되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는 거다. 아무 것도 모르던 나는 김문수가 '깜'도 안된다고 콧방귀를 뀌었었는데 아닌 것 같다.
주제에서 비껴 가니 이만하고.
3. 반장과 토공, 니들이 그럴 수 있냐?
시민광장에는 이들이 남긴 주옥같은 글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들이 최근에 서프에 쓴 글을 읽고, 시민광장에 남아 있는 글을 다시 보면서 나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100년 가는 정당!! 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http://www.usimin.co.kr/41202
연대의 중요성
http://www.usimin.co.kr/40694
"우리가 훌륭한 정치인이 자리와 뜻을 놓고 갈등하지 않고 양심껏, 소신껏 정치를 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시대를 갈망한다면, 지금 우리는 우리가 지지하는 훌륭한 정치인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경우에도 믿고 지지해야만 합니다." (일부 인용)
이렇게 썼었잖아. 2009년 8월에. 그런데,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돌아가서 신당 창당을, 유시민의 입당을 말리고 싶다고? 못말린 것이 한스럽다고?
또, 이 친구는 이게 뭐니?
노짱님 꿈을 꾸었습니다.
http://www.usimin.co.kr/44075
"제가 시민광장을 탈퇴하는 것이 향후 첨맘님을 비판하고 신당을 반대하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저는 첨맘님의 선택을 이해하고 또한 신당을 현시점에서 추진하시는 분들의 심정과 선택을 이해합니다. 첨맘님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지세력중 대다수가 신당에 입당한 상황에서 자신의 지지세력을 송두리째 저버리는 정치행동을 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2009.11.6. 마지막글 일부 인용)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나중에 유시민 평전 쓰는 게 꿈이라 하지 않았더냐?(내 기억력의 한계는 있지만 비슷한 얘기 했었다. 난 그 때 속으로 걱정스러웠고. 이 사람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 파악했었기에 첨맘님이 좋아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참담한 심정으로 책장에 꽂혀 있는 책 한권을 빼서 찾아보았다. 『2007 대한민국, 유시민을 말하다』에서 이 사람이 글을 썼던 게 생각나서. 당시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빠 일진이었던 그였으니까.
<영원한 청년, 유시민에 대하여>라고 2007.7.6.에 그는 글을 썼었다.
[80년대의 아이콘, 유시민-그는 이상주의자다-그는 현실주의자다-그는 현실정치인이다-그는 정치인이 아니다-그는 제갈공명이고, 조자룡이다-그는 나를, 그리고 우리를 미치게 한다-그는 모든 것이 준비된 최고의 지도자다]라고 소제목을 붙여 그야말로 '유비어천가'를 청산유수로 뿜어냈었다. 글은 정말 멋드러지게 잘 썼었다.
정말 미치겠다. 이 사람아, 자네가 나를, 우리를 미치게 하네! 글을 다시 읽다가 나는 이 대목에서 헛웃음을 웃고 말았다네. '... 유시민이 정치입문 후 보여줬던 그동안의 '유시민식 정치'의 빛이 너무나 찬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글의 끝맺음은 허탈하다 못해 허기가 지네. 내 마음이 마이 아파, 내 속이 다 비어서 배가 고파...
'대한민국의 비전을 머릿속에 선명하게 가지고 있고,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국정운영능력과 추진력을 갖춘 유시민, 누가 감히 그의 대통령 출마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유시민보다 똑똑하며 일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도대체, 이 메아리는 어드메쯤에서 울리고 있을까?
이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따로 들어보지 않아도 뻔하지. 왜냐면 말할 게 그것 밖에 없으니까. 국민참여당이 조폭 소굴도 아니고, 불법 다단계를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정치하겠다고 만든 정당이니까. 게다가 유시민은 또 깔 게 뭐 있냐?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으로 따져보면 큰 잘못 없잖아? 그러니 오로지 물고 늘어지는 게 '분열주의자' 낙인이지.
작금(昨今)의 지상과제가 정권교체이니 이 보다 더 우선할 것은 없다는 논리. 그래서 분열하지 말고 통합하라는 논리겠지. 그래, 논리는 맞다. 그런데 그 넘의 정권교체 지상과제는 今에 생긴 것이 아니고 昨에도 있었던 거 아닌가? 2009년의 지상과제도 'MB OUT'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이 G-*들이냐구?
정치 논리 이전에 양심이 먼저 있어봐라. 지지 철회하는 거 다 좋다고. 쿨~하게 지지철회하고 간다고 할 때 그러려니 했었다. 시민광장 내에서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아리송했었거든. 이것들이 유시민 팔면서 제 멋에 겨워 룰루랄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었으니까. 그래도 마지막 글 보며 쿨~한가보다 했었다. 나이에 비해 정치판에서 구른 세월이 있어 꽤나 정치 공학이나 정치 논리에 나름 두각을 나타냈기에 재주가 아깝기도 했었다. 정치인과 지지자가 뜻이 어긋나면 헤어질 수도 있는 거지. 하지만 자신의 과거를 부정해 가면서까지 유시민을 할퀴어야 했냐? 예전에 욕하던 사람들이 하는 짓을 그대로, 더 표독스럽게 하면서까지 후벼파야 하냐고?
진정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원한다면 욕을 할 게 아니라 낮은 자세로, 눈물로 요청을 해야 진심이 통할 것 아니겠는가?
4. 마무리
네 사람에 대해 조명을 해봤다. 일부러 까기 위해 언급한 건 아니다. 난 그저 그들의 행동심리가 궁금했을 뿐이다. 심리학에 밝은 사람들은 잘 분석해내겠지.
앞에서 얘기했듯이 좌절해서 변절했다는 것은 본질적인 이유가 되지 않는다. 표면적인 이유쯤은 될까? 암울한 시대의 진보 정치와 지역 문제, 거기다 정치상황까지 맞물려 좌절한 정치인들이 쉬운 길을 찾았다는 것은 말이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시민광장을 만들고 1기와 2기를 거치면서 운영하던 그들이,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들고 나타난 날강도(그들은 이런 식으로 인식했었다) 같았던 일부 세력과 노선 경쟁에서 져 그들의 놀이터를 빼앗겼단 상실감과 무력감에 좌절했을 수도 있다. 그들이 '정치자영업자'니 '궁물'이니 하며 모욕을 준 세력과의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졌으니까. 졌어도 쿨~ 하게 인정하기 싫었고 그들의 존재 가치를 알아주는 공간이 필요했겠지. 그것이 서프라이즈였고 최근 서프라이즈의 분위기가 한참 잘 무르익고 있으니 과거가 찔려서라도 더 독하게 유시민을 깠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유시민을 까는 무리 속에서도 빛날 수 있을 테니까.
결국, 내가 보기에 이 네 사람은 모두 '야심'이나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어디에서든, 무슨 짓을 해서든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것이 변절이나 배신이 되어도 좋다는 사람들인 것이다. 자신의 공명심만 높여줄 수 있다면 말이다. 이래서 참 무서운 사람들인 거다. 이래서 김문수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다는 거다.
좌절해도 변절하지 않는 단심을 가진 사람, 유시민을 봐라. 좌절하면 변절한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 비겁자, 배신자들아, 부끄러운 줄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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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