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대표가 그의 저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통해 진보 자유주의자임을 스스로 천명했다. 그리고 참여당원들과 지지자들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이 정치적 스탠스에 대해 대체로 동의의 뜻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열광적인 유빠들의 숫자 만큼이나 진보 자유주의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해석들이 존재하며, 유빠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그를 비토하는 유까들의 숫자 만큼이나 참여당의 진로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많은 의견들 모두는 경청과 수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다원주의 사회의 컨텐츠들일 것이다. 그런데 쏟아지는 의견과 제시되는 청사진들 속에서 사용되는 '진보 자유주의'의 개념은 반드시 명확히 정의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불분명한 개념에서 출발하는 논의는 공통된 합의를 도출해 내기가 무척이나 힘이 든 것이 당연지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시도를 본 잡설을 통해 개진해 보고자 한다.
물론 본 기자의 '진보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는 또 하나의 부족한 성찰의 결과물일 뿐이며 봉팔러께 내 생각만이 옳다고 강요하고 싶은 생각 역시 추호도 없다. 다만 당의 진로나 참여당의 스탠스에 대해 논의를 전개하는 일련의 상황에서, 선행 합의되었어야 할 개념인 '진보 자유주의'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논쟁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사료되어 시도하는 접근임을 명확히 하는 바이다.
그럼 진보 자유주의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은가. 본 기자는 이에 세 가지 제안을 독자 제위에게 드리고자 한다. * 다음 문단부터 논의되는 진보 자유주의에 대한 연구는 모두 유시민 대표가 제안한 '진보 자유주의' 개념에 대한 것으로 일반적 사회 사상으로 사용되는 개념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제안은 진보 자유주의는 자유주의 + 진보주의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의'(ism)는 '~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상'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진보 자유주의'의 자유주의는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상이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에서 자유란 무엇일까?
여기서 자유는 적극적 자유를 함의함이 분명하다. 이것은 단순히 구속과 제약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한계가 있는 자유로써 자유의 역설을 함축한다.
즉 '내 자유의 한계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까지이다'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하는 자유이다.
실제로 다수의 개인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 자신의 자유만을 강조하고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지 아니할 경우 긍정적 측면이 다분한 건전한 개인주의가 아니라, 자기만을 생각하는 타락한 이기주의를 결과한 미필적 고의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이 자신의 자유만 강조하는 자세는 소극적 자유의 개념으로 이어지게 된다.
소극적 자유는 개인에게 구속과 제약이 없는 상태를 자유롭다고 보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폐단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통해 본다면 유시민 대표의 '진보 자유주의'에서의 자유주의는 소극적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상이 아니라 적극적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상임이 분명하다.
또한 소극적 자유는 '국가로부터의 자유'와 통하는 말이다. 국가에 의한 간섭과 통제를 부정하는 근대 자유주의 초기 모델에서 사용되어진 개념이다. 이는 유시민 대표의 '국가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자유주의 국가론의 사상가들이 이해한 자유의 개념이기에 '진보 자유주의'에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까지가 내 자유의 한계'임을 명확히 인식하는 적극적 자유는 '국가에 의한 자유'와 통하는 말이다. 이는 국가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복지 모델로 국가가 정의로운 교정을 통해 출발선을 조정해주거나 최소수혜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들을 통해 진정한 의미로 자유로운 개인의 삶 또한 보장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유시민 대표가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소개한 국가는 선을 행해야 한다는 목적론적 국가론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여기까지의 연구에서 우리는 유시민 대표의 '진보 자유주의' 중 자유주의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항상 자신의 리버럴적인 성향을 커밍아웃했던 유시민 대표는 최근의 저서를 통해 '자유주의'의 자유 개념을 적극적 자유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불온한 자유주의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던 것으로 볼 때 원래부터 이런 취향이셨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것을 명확히 하고 앞으로의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고 본 기자는 주장하는 바이다.
두 번째 제안은 자유주의 + 진보주의 = 진보 자유주의라 할 때, 우리는 '진보 자유주의'를 자유주의를 기본(體)으로, 진보주의를 쓰임(用)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적극적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유주의사상이 대한민국의 사회 사상의 기본 베이스로써 깔리고 그것을 보완해주는 기능으로 진보주의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유시민 대표는 주장한다는 것이다.
왜 자유주의가 진보주의보다 기본이 되어야 하는가. 왜 자유주의가 체(體)이고 진보주의가 용(用)이 되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이유를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항구적이고 영속적인 성질의 그것이 아니고, 얼마든지 변하는 것이라는 설명으로 답하고자 한다.
근대 초기에 자유주의는 굉장히 진보적인 사상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로크와 밀 등 많은 철학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자유주의는 어떤가? 역사가 발전하고 시대가 변해가면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항상 변하게 된다. 과거의 진보였던 자유주의는 현대 사회에서는 낡은 보수주의로 전락했으며, 오늘 날 우리가 흔히 진보라 생각하는 복지모델은 (감히 단언하건데) 우리의 정치가 이명박 정부처럼 역주행하지 않고 순리대로 발전하면서 건강해진다면 우리가 늙어 미래의 주역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 쯤에는 당연한 담론으로써 보수주의가 되어 있을 것이며 진보의 자리를 환경보호와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녹색당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믿기 어렵겠지만(혹은 믿기 싫겠지만) 참여당이 추구하는 노무현의 가치와 정신, 그리고 진보 자유주의의 사상이 지지를 얻고 지배 담론으로 추구된다면 그것 역시 보수주의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 역사의 필연이라는 것이다.
진보의 개념이 상황, 시대의 흐름 등에 영향을 받으며 변하는 것이라 볼때에 유시민 대표는 진보주의를 자유주의라는 근본 위에 얹어 추구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간 것이다.
변하지 않는 보편적인 것을 벼리로 삼고 상황 맥락적인 가변적인 것을(여기서 중요한 것:상대적 아님) 활용으로 삼는 것은 동양의 도에 비추어봐도 탁월한 선택이라 여겨진다. 자유라는 기본권의 소중함과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언제나 굳건하며, 유시민 대표 자신의 성향도 원래부터 리버럴이었다. 그러나 변수가 다양한 정치적 상황에서 적시에 선을 행하기 위한 진보적 정책과 추구되어지는 대의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자칭 진보세력들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 한미FTA, 이라크파병 등에 대해 미친듯이 물어뜯은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진보는 유연성을 담보하는 개념이다.
참여당의 대표이자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서 '국가란 무엇인가'에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와 사회 사상, 국가론을 가감없이 담아낸 유시민 대표는 '진보 자유주의'가 자유주의라는 기본이 충실히 준수되는 밑바탕에 진보의 색채를 입힐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말만 번지르하게 진짜 진보를 외치고, 겉만 화려하게 보편적 무상 정책을 내세우는 진보주의가 기본이 되고 정작 서민들(인간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자유주의가 들러리가 되는 '진보 자유주의'는 그의 관심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며, 어떤 진보적 정책보다 기본으로 담보되어야 하는 가치는 자유와 평등 같은 기본권이다. 유시민 대표는 기본권으로서의 자유를 적극적 자유로 제시하며, 목적론적 국가론을 통해 선의 실현을 추구하는 국가로 평등의 정의로운 교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의 담론에서 상황 맥락적인 정치적 의사 결정을 내림으로써 유연하고 섞임이 가능한 진보주의를 추구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봉팔러들도 '진보 자유주의'를 이렇게 이해하는 것은 어떨지.
이상의 논의에서 볼 때 '진보 자유주의'가 진보주의와 자유주의가 혼합된 형태의 사상이라면 기본(體)이 되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소중하면서도 기초적인 기본권인 '자유'와 관련된 자유주의가 되어야 한다. (물론 적극적 자유와 국가에 의한 자유 개념이다) 그리고 그러한 바탕 위에 고정된 영원불멸의 항구적 가치인 진보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 시간의 흐름과 시대의 성숙 등에 부응하며 성장하는 진보의 개념이 쓰임(用)으로써 첨가되어 활용된다면 대한민국이 수구-보수 세력으로부터 다시금 정권을 되찾아 오는데 이론적 기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상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 기자가 봉팔러들에게 마지막 세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진보 자유주의라는 사상이 옳다는 신념을 가지자는 것과, 그 신념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공부를 열심히 하고, 생활 속에서 우리의 외연을 넓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화와 토론을 즐겁게 수행해 나가자는 것이다.
나는 현재 우리 나라의 그 어떤 정치인이 유시민 대표처럼 자신의 확고한 이론적 기반 위에 - 더구나 그 이론적 기반의 설득력이 탁월하기까지 하다니! -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진보 자유주의라는 독창적인 사상은 분명 사회주의와도, 사민주의와도, 신자유주의와도 다른 것이다. 이미 그는 김대중 - 노무현처럼 한 명의 사상가이자 정치가로서 경지에 도달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플라톤이 말한 철인이 그가 아닐까 싶은 중증의 빠심에 잠기기도 한다.
어쨌든 이미 대한민국에 "진보가 밥 먹여준다"라고 당당히 주장하며 내세울 수 있는 '유시민이라는 상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품이 팔리지 않는 것은 상품이 못나서가 아니라 상품을 광고하고 판매하는 우리들이 못나서 그런 것이다. 더구나 그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매장을 조중동이라는 마트에서 임대해주지 않아 상황은 더욱 어려운 지경이다.
이럴 때에 우리가 정줄 놓고 유시민을 마냥 찬양하는 것도 문제고, 길이 잘 보이지 않고 힘이 든다고 해서 포기해 버리는 것은 더욱 역사와 우리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옳음의 길이라는 신념과, 그 신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실력을 기르기 위한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유시민 대표가 멀게는 '대한민국 개조론'과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가깝게는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제시하는 '진보 자유주의'라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아니겠는가.
열쇠는 문제 옆에 숨어 있다고 하였다. 우리가 나갈 길을 토론하려면 '진보 자유주의'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진보의 힘은 섞임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좋은 의견을 수용할 의사가 너무나도 충만하오니 많은 의견과 토론을 기대하며 잡설을 줄이는 바이다.
완전 잘읽었다!!^^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그가 진보자유주의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일독했을 수많은 철학서들과 고뇌의 깊이를 감히 가늠하기가 어려웠어.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가 설명해주는 그 모든 개념들이 술술 읽히고 이해되는 과정에서 또한번 도대체 이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쉽고 명확하게 잘 '전달'하는거야?! 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는...
전태일 평전에 이런구절이 있지 "가장 인간적인것이 가장 진보적인 것이다."난 이 구절이 바로 유시민이 말한 진보자유주의, 그리고 국가는 선을 행해야 한다는 말들과 부합한다고 봐. 각 개인이 더 자유롭기위해 국가는 선을 행해야 하지 그 선은 다름아닌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마땅한 권리를 누리는 '정의'의 실현이야.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위해 일해야 한다면 결국 개인은 국가가 그 일을 잘 할수있도록 또한 도와야 하지. 고로 우리의 자유를 위해 선한 일을 하는 국가를 만드는것. 그것이 곧 진보라고 믿는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학시절 우리가 원하는 국가형태를 가지고 토론할때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사회주의를 가지고
사흘이 넘게 릴레이 토론을 한적이 있었다.
별거 아닌것 같지만 어떤 말이 앞에 오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는 엄청나게 달라지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민주사회주의 보다는 사회민주주의가 더 나은 국가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회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가는 스웨덴. 노르웨이 정도가 될것 같고, 민주사회주의에 가장 가까운 나라는 아마도 프랑스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때는 진보자유주의 이런말이 없어서, 사실 그문제는 별로 고민을 해보지 못했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대로 편하게 해석을 했을 뿐이지.
그런데 유시민씨의 책을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는 반대더라고.
그래서 좀 의문이 남았지. 이부분은 유시민씨 입장에서 어떻게 포장(?)을 하고, 어떻게
좋은 어감을 줄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선택적 판단이었다고 보는 입장이다.
노기자의 말 대로라면,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개념대로 접목을 하면 진보자유주의가 아니라
자유진보주의가 되어야 맞는게 아닐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노기자 말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난 내가 생각하는대로, 자유에 기초한 진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자유진보주의로 명명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나의 잡설이다.
눈팅냥/ 유대표 정말 글 잘쓴다. 그치? 그리고 현재의 진보 개념은 인류가 처해 있는 위기적 상황에서 '인간다움의 회복'을 위한 이데올로기로 기능해야하지 않은가 싶다. 동의한다.
내가 꿈꾸는 세상/ 저도 사회 민주주의와 민주 사회주의를 공부해보니 앞에 붙는 단어가 중심이 되는 이론이더군요. 사회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적 이상을 민주적 방법으로 쟁취하고자 하고 민주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의 이상에 사회주의적 보완을 첨부하고. 이런 식으로.. 근데 유시민 대표의 진보 자유주의는 꼭 그 범주에서 이해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틀에 맞출 필요는 없지 않나 싶어요.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