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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중학생인데 사립학교라 '심화반'이라 이름 붙여진 특급반이 있다. 중학교 입학 배치고사 성적과 학교에서 따로 실시된 시험을 종합해 30명 정도를 뽑아 한 반을 만든다. 물론 지원자에 한한다. 하기 싫은 사람은 안해도 된다. 초등 때부터 선행 학습을 많이 시킨 부모들은 대체로 심화반을 시키지 않는다. 심화반은 중1 수준에서 시작하는 거니까. 그리고, 당장의 내신 성적이 급한 부모들도 심화반을 시키지 않는다. 학원에 보내 속성으로 필요한 것만 따먹게 만들고 싶은 거다.
우리야 그 요건에 해당되기만 하면 얼씨구나 좋다며 보낼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연년으로 같은 학교에 배치된 두 녀석이 모두 심화반에 합격이 되었다. 학교에서 밤 9시까지 잡아 놓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부부가 일하느라 바빠서 잘 챙기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걱정이 없다. 애들이 방과 후에 어디서 뭐하는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또한 거액의 사교육비가 하나도 들지 않으니까. 교육청에서 고시한 교육비와 교재비, 급식비만 내면 되는데 이십만원 조금 넘을 뿐이다.
논술, 수학, 영어, 과학,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방과 후에 3시간 수업 후 마지막 1시간은 자율학습 시간이다. 숙제도 하고, 예습 복습도 하는 시간이다. 우리 부부는 대체로 만족을 하는데 1년이 지나면 5명 이상이 그만두는 것 같더라. 아마도 부모나 아이 욕심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에서 말하는 목표는 지금 학교 성적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공부해 나가면 고등학교 때는 혼자서도 공부를 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때는 진정 경쟁력을 갖추는 아이가 될 거란 건데 마음이 조급한 부모와 아이가 그 때까지 참고 갈 수가 없는 거다.
그런데, 내가 생각키에 그런 부모들 중에는 자식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면도 없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자식을 초등 저학년부터 학원을 보내고 맞춤 교육인지 선행 교육인지를 시켰던 거다. 그 덕분에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매번 1, 2등에 올백점을 맞곤 했었고, 중학교에 들어갈 때도 배치고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했으니 부모로서는 얼마나 기대가 크고 욕심이 컸겠는가?
그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와 중간고사와 학기말 시험을 봤는데 전교에서 10등 밖으로 밀려나면 가히 '경악'하고 '충격'을 받을만한 사건이 되어 버리는 거다. 그러니까 '아, 심화반에 간 것이 잘못이었어. 계속 다니던 학원에 다녔어야 했는데!' 이렇게 탓을 해버렸을 법하다. 아이와 자신들의 교육 방식에서는 원인을 찾으려 들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다. 나 같은 부모도 있다는 거다. 초등 때는 놀아야 한다, 어차피 중,고등 가면 빡세게 시킬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니 따라야 할 건데 초딩 때부터 애를 잡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으로 학원에 보내지도 않고 선행 학습을 시키지도 않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 얘들은 초딩 때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 대충 해도 기본만 알면 반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지만 크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올백 같은 것은 꿈도 못꾼다. 그런데 이런 애들이 같은 조건에서 교육을 받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예전의 영화(?)를 잊지 못하는 부모는 이걸 인정할 수가 없다. 자기 아들은 1등만 했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1등을 할 수 있는 아이고 1등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충격을 받고 심화반을 그만 두고 학원을 찾게 된다. 심화반에서도 전교 1, 2등이 나온다는 건, 어차피 애들한테 달린 거 아닌가?
다만, 애들마다 개성이 다르듯 공부 방식이 다른데 그 애의 학습 방식이 심화반과 맞지 않은 거였다면 심화반을 그만두고 학원에 가서 더 발전을 이룰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한계가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학원에서 찍어주는 것만 받아 먹는 방식에 길들여진다면 학원 없이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되어버리지나 않을런지? 아무튼 아이를 생각하면, 부모 욕심에 아이가 이리 저리로 휘둘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심화반이니 영재반이니 하는 특별반을 편성해 선별 교육을 시키는 것도 잘한다고 박수 받을 일은 아니다. 이 역시 대한민국의 '성적우선주의' 폐해 중 하나일 뿐이니까. 이 글을 쓴 것은 자식 자랑 하려고 한 게 아니고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부모 등골 빠지고 아이를 공부 노예로 만드는 사교육 때문에 대한민국 교육이 수렁에 빠진지 오래다. 나는 이 땅에서 아주 편하게 살아가는 학부모이지만, 가끔 주변에서 듣는 얘기는 나랑 딴세계 사는 사람들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서울 하고도 강남 사람들 이야기, 수도권에서 강남 학원으로 아이들을 실어 나르는 부모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무슨 SF 영화 이야기도 아니고 놀라 쩍 벌어진 입과 눈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그리고 체념한다. 우리랑 다른 세계 사람들 이야기일 뿐이라고. 우리는 송충이이니까 그냥 먹던 대로 솔잎만 먹고 살면 된다고.
그렇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고 뭔가 쑥 올라온다. 뭔가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불공정한 것 같기도 하고, 약간은 피해의식마저 들려고 하니까. 왜냐면,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교육이 되어 버린 것 같기 때문이다. 자세한 통계는 없지만 그들이 특목고를 차지하고, 특목고 간 애들이 상위권 대학을 싹쓸이 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으니까. 백년대계라는 교육이 돈 놓고 돈 먹는 야바위판도 아닌데 돈으로 인재를 키우는 건지 공부 기계를 만드는 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에서 그 넘의 '학연'은 또 얼마나 끈끈한가? 소위 대한민국의 주류라는 사람들은 이렇게 뭉치고 있는 게 아닌가? 모든 분야에서. 다른 분야는 차치하더라도 정치 분야에서 이런 사람들이 주류로 있으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 결코 서민을 위한 정치, 약자를 위한 정치와 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
글이 너무 확장되고 있는데 돌아 오면, 우리 교육이 꼬여도 너무 꼬여 버렸다. 과연 사교육을 없앨 수 있을까? 그 사교육을 학교 내로 들여오는 건 어떨까? 위에서 언급한 '심화반' 처럼. 큰아이 심화반에서는 이탈이 25% 정도 생겼다.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그런 형태로 연구해볼 수는 없을까?
성적에서 자유로우면 가장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게 안된다면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야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되겠지만 금방 실현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고질적인 사교육비만이라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슈화 되어 있는 대학등록금 문제도 사교육비를 줄인다면 덜 부담스울 것이다.
p.s.
글도 자주 안쓰니 내 의도 대로 쓰여지지가 않는다.
이 글 처음 시작할 때는 딴 얘기를 쓰려 한 건데
글이 완전 삼천포로 빠졌다.-_-
그래서 그림과 글이 엉뚱하다.ㅎㅎ
'나는 가수다' 보러 가려고 급하게 마무리 짓는다.
오타와 문맥 안 맞는 것은 다음에 수정하겠다.
즐밤 하시랍!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1-10-05 21:38:57 바보생활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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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