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의 교육개혁으로 내 바로 한 해 후배부터 경남 창원 지역도 고등학교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86년생 부터는 내신 성적으로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된 것이다. 뭐 어쨌든 기자는 84년생인 관계로 중3때 연합고사를 치루었다. 200점 만점에 177점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커트라인이 115점 정도였으니 여유있게 합격을 한 것이다.
그렇게 동네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웬걸. 당시 무척이나 어려웠던 우리 집 형편에 고등학교 입학금을 낼 수가 없었던 거다. 나는 3월 입학을 앞둔 어느 날,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무척이나 서러웠다. "입학금을 내일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합격이 취소된다"나 뭐래나.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입학금을 납부했다고 거짓말을 하시고 그 순간에도 돈을 구하러 뛰어 다녔을 것이다. 거기에 생각이 미친 나는 고등학교고 지랄이고 다 포기하고 싶었다.
그 때 같이 살며 나를 길러주신 할머니께서 전화통화를 대충 엿듣고 사태를 파악하셨는지 아무 말 없이 잠시 나갔다 오시더라. 다녀오신 할머니께서 내게 30만원 가량의 돈을 내미셨다. "할매가 돈이 어데 있노?" 눈이 휘둥그레진 내가 묻자 할머니 왈,
"니 큰엄마가 해준 가락지 전부 팔았다. 니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면 그땐 할미 죽고 없을거니까 내 대신 니 큰엄마한테 반지 꼭 해주그라."
그렇게 나의 입학금이 마련된지 10년이 지났지만 할머니는 아직 살아계시고 나는 할머니에게도 큰엄마에게도 반지를 해 드리지 못한채 비정규직으로 살고 있다.
#. 할머니가 애써 마련해준 입학금 이후 정확히 1년동안 나는 학교에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했다. 4분의 1, 4분의 2, 4분의 3, 4분의 4분기로 네 번 나누어 납부하는 등록금이 얼마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20만원 가량 아니었나 싶다. 처음엔 친절하게 납부 기한을 넘겼으니 이내 납부하라고 말씀하시던 행정실 주사님은 점점 내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나는 어느새 교내 스피커를 통해 행정실로 내려 오라는 방송을 전교생과 함께 듣는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 병신같았던 난 알지 못했다. 가난은 부끄러운게 아니란 걸.
#. 위에 퍼온 영운 국제중 수학여행비 기사를 보니 하나가 더 생각난다. 지금까지 적은 나의 단상들 모두 열 일곱에 일어났던 일인데, 이번 이야기도 그 해에 있었던 기억이다.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 걸 보니 지지리 가난했던 모양이다.
우리 학교는 특이하게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여행을 갔다. 제주도는 아니었고 강원도를 경유하는 2박 3일 코스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근데 그게 가물가물하다. 나는 수학여행을 못갔기 때문이다.
얼마였더라. 7만원 정도였나. 5만원에서 7만원이었던 것 같다. 낼 돈이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 살 터울인 여동생도 중학교 1학년 수련회를 간다고 하였다. 나는 내 입으로 아버지에게 동생을 보내고 나는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던 것 같다. 부끄러운 것은 그 말을 내 뱉고 책임질 자세는 안 되어 있었던 것이다.
동생은 그 일로 내게 꽤나 괴롭힘과 조롱을 받았던 것 같은데, 웃기는 것은 열 네살 먹은 동생이 그 일 이후로 학교 공기 권총 사격부에 지원해서 운동을 시작한 일이다. 지금은 중학교 의무교육이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동생이 가입한 공기 권총 사격부는 공납금을 면제해줬으며 개인이 총을 사지 않아도 학교에서 후진 총을 지급해 주었다. 3년 뒤 동생은 인문계에 갈 성적이 차고 넘쳤지만 여상을 진학했고 당연히 운동은 그만두었다. 그 애가 운동을 하고싶어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기사를 보니 무척 아프고 서럽게 사무친다.
여러 곳의 국제중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했으나 감당이 되지 않아 전학을 간 자녀와 그들의 부모는 얼마만큼의 눈물을 흘렸을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이 강을 이루어야 빌어먹을 사람사는 세상이 도래하게 될까.
님의글을 보니 마음이 징 합니다. 정말 너무들 하는군요
분명 학교에서 커미션을 먹는것 같습니다.,
제가 2000년 대초반에 호주 시드니 8년 살았면서 여행사도 운영했는데 하루 지상비가 호주달라100불 6일이면 50-60만원이고 항공료가 130정도면 호주 단체발권 되니 대략 호주시드니가 180만원 정도면 되는데 240만원 이라면 쵯소 50~60만원정도 학교측의 리베이트가 예상 됩니다. 정부가 이런부조리를 좀 단속해야하는데 글고 뭔 중고생이 호주 수학여행을 갑니까? 국내 유적지도 다안 돌아본 학생들을 ...이건 미친 학교정책 입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