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도 가끔 예전 학생운동하던 친구들 만나보면 대부분 생활전선에서 바쁘지만(자본가도 많다, 그네들 용어로.. 사업한단 얘기) 생각은 그 때 지점에서 멈춰있는 애들이 거의 다다.
그래서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너는 현실 사회주의에 문제가 있었던 거지, 마르크스주의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지?"라고 물어보면 확신의 정도가 다양하지만 대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게 한국의 좌파 정당을 지지하는 잠재 지지세력들의 수준과 고민이다. 사실 나도 우연한 기회에 자유주의를 접하게 되었지만 현재 한국의 정치, 언론계에 종사하는 진보, 개혁적인 30, 40대의 기본 정서는 사회주의이다.
그들은 왜 아직도 사회주의에 경도되어있을까? 나는 그 중심부에는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이 자리잡고 있다고 확신한다.(순전히 내 추측이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재화의 가치는 인간의 노동에 의해서만 창출된다고 주장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주장이지만 아직도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인간들 꽤 많다.
아이패드의 가치가 그 생산공장이 위치한 노동자들의 손끝에서 대부분 나왔나? 아니다. 그 가치의 대부분은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핵심경영층과 핵심엔지니어로부터 나왔다. 물론 노동자들이 가치를 만드는데 기여한 건 맞다.
하지만 아이패드 가치의 극히 일부분일 따름이다. 지금 안드로이드 태블릿들이 아이패드와 같은 가격대에 판매하고 있는데 사실 제대로 경쟁하려면 가격을 훨씬 낮춰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로선 아이패드가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훨씬 크므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가격을 대폭 낮추지 않는 한 아이패드만 팔리는 이 상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실제로 태블릿 시장의 90% 이상은 아이패드임)
아이패드를 제조하는 노동자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제조하는 노동자나 가치창출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텐데 왜 이런 극심한 가치 차이가 나는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같은 사람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나는 애플을 싫어하지만 몇몇 애플 제품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마르크스는 왜 이렇게 무리한 주장을 햇을까? 결론 끼워맞추기를 하기 위해서다.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부합하는 사실만으로 주장이나 이론을 만드는 것이다. 이건 마르크스만을 탓할게 못 된다.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부지기수였으며 지금도 사실 상당히 많이 벌어지는 일이니까...
보통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모델링을 시도한다. 모델링을 하려면 현실의 복잡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곁가지들을 다 날리고 단순한 핵심만 추린다. 그게 진짜로 맞는지 검증을 시도한다.
진짜들은 여기서 검증을 철저히 시도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모델링을 수정한다. 하지만 가짜들은 모델링에 맞는 증거들만 수집한다. 의도적이 아닐 수도 있다. 인간이란 원래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다들 천재니까...
사실 마르크스의 비주류경제학 뿐만 아니라 주류경제학도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수식으로 설명하기 위해 과도한 단순화를 한 것이다. 당연히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이를 교정하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이러니 최근 들어 행동경제학 등의 새로운 흐름이 인기를 얻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모델링은 이렇다. 노동자만 가치를 창출한다. 자본가는 이 중 일부를 착취한다. 이 도움되지도 않고 기생만 하는 자본가를 확 쓸어버리고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드는게 자연스러운 결론 아니겠는가?
그나마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에 그런 주장을 하는 건 좀 이해가 간다. 지금처럼 가치를 창출하는 여러 요소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자본가가 노동자를 쥐어짜서 경영하는 시스템이 만연하는 시대였으므로... 만약 마르크스가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뭐라고 그랬을까? 대기업 노동자가 임금 올려달라고 파업해서 대기업 자본가가 하청업체를 쥐어짜 그 돈으로 올려주는 현실을 보면 대기업 노동자가 중소기업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주장하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가치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다. 가치는 전적으로 주관적인 느낌으로 내가 아이폰을 70만원 주고 산다면 나는 아이폰이 70만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심지어 누군가는 100만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느끼기에 사는 것이다. 만약 70만원 미만의 가치를 가진다고 느낀다면 사지 않을 것이다. 그 가치는 누가 창출했나? 어떤 사람에게는 스티브 잡스가 대부분을 창출한 것이다. 반대로 전화기능만 쓰는 사람은 공장노동자와 모뎀개발자가 가치의 대부분을 창출한 것이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