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친구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나가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는게 맞는건지 아니면 비싼 등록금 내고 공부도 안한다는 어머니의 핀잔을 피하기 위해 시험공부와 과제를 해야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작년에 가르쳤던 고 3 남학생이 벌써 이래 듬직한 대학생이 되어 내 미니홈피에다가 고민을 털어놓네. 지금 서울에서 대학생활 하는데 광화문 등록금 시위 이런 것들이 꽤나 혼란스러운가봐.
내가 좀 좌빨 선생 아니냐. 수업할 때 천안함이나 뭐 이런 저런 이슈들 다 얘기해줬거든. 최대한 중립적일라고 노력은 했지. 첨 듣는 소리들에 신기해하는 애들이 꽤 있었는데, 얘도 그 중 하나였구.
내가 뭐라고 해줘야 하지? 한참을 생각하다 답했지.
누구도 니 학점관리 안하면서까지 집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모두 너의 인생에서 선택해야 할 문제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너에게 있다. 그러나 니가 지금 뭔지 모를 불의함에 대한 항거심이 발로한다면 그건 니가 깨어있다는 뜨거운 증거인 듯 여겨진다. 꼰대들이 너희가 이런 고민 겪지 않게 노력했어야 하는데 몇 년 먼저 산 선배로서 진심 미안하구나. 정치가 인간 삶의 모든 양식을 결정해주는 것이란 내 말이 이제 좀 와닿는 나이가 되었구나. 대견하다. 내려오면 소주 한 잔 하자.
지금 서울은 아주 뜨거운가보다. 대학갈꺼라고 고3 여름 애태우며 공부하던 제자가 떠올라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참 빌어쳐먹을 세상이제. 창원 촌놈이 서울 올라가 이제 20살인데 여자친구도 사귀고, 선배들한테 술도 좀 얻어 먹고, 여기 저기 못가본 곳 구경도 함시로.
그래 스무 살의 청춘을 아름답게 보내야 하는거 아니가?
내 제자 저 친구는 대체 무슨 죄를 지어먹었길래 지금 비싼 등록금 내면서 학점 관리하며 공부해야 하는지,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끓는 피를 따라서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는거고.
등록금이 비싸다는 위화감에 저 어린 친구가 저 고민을 하는 거 아니가... 참 더럽제...
세상 이지경 난거는 개념바리 없는 요즘 젊은 것들 때문이가, 이래 되도록 방치한 꼰대 돈밖에 모르는 괴물들 때문이가.
돈독오른 40-50대가 자기 발등 자기가 찍었지.
그중 20%정도만 아마 돈에서 자유로울걸. 나머지는 힘들어.
자신들의 자녀들이 어떤 고통을 당할지는 생각도 안한 업보.
수구꼴통들은 아무 소리 없었으면 계속 올렸을거여.
그래야 돈 걱정 안하는 지들 애들만 대학보낼수 있고 졸업할수 있으니.
뭐 무한대 인상은(그러면 사립대학들 학생없어 다 망함) 힘들지만
대출 땜방 가능한 수준 까지는 계속 올렸을거야.
"고모부 세대는 그래도 축복받은 세대예요. 전쟁 후 에 태어나 그럭저럭 대학나오면 취직되었고, 행복하게 사시잖아요. 우리 세대는 등록금도 힘에 부치는데다 공부해야 취직하기도 어려워요."
망치로 머리를 맞은것처럼 그렇게 가슴이 저리드라.
그래? 우린 축복받은 세댈까?
우리도 나름 정의감으로 독재시대를 건너온 세대인데.....
그 싸움으로 지금 나름 달라진 시대를 사는건데....
아닌가?
그래도 우리 책임이다.
우리 후배들을 행복하게 살도록 하지 못하는건 우리 책임이 맞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