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님이 지정해주는 미션에 몬스터들은 미션 클리어 실패의 경우 가진 뽕에 비례해서 차감을 해가기 때문에 무척이나 겁나는 녀석들이다. 나 같이 뽕을 많이 모아둔 부르주아 계급에게는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다. 대충 이러한 불순의도가 서평단 모집에 지원한 동기였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러니 니들도 어서 미션 7 서평단 모집에 지원들 하시라. 나는 레벨 10 넘어서 하고 싶어도 못한다. 캬캬캬.
자아분열적인 소리는 개취로 돌리며 본격적으로 슬픈한국 기자의 [한국을 생각한다]를 읽은 느낌을 기사화하도록 해보겠다. 어릴 때야 독후감은 책 내용 줄줄 요약해서 느낌 한 줄 쓰고 땡하는 식이었지만 혹시 읽을 예정인 봉팔러들께도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내용 요약은 하지 않겠다. 그리고 귀찮아서 그런가 머리가 굵어져서 그런가 책을 읽은 나의 감상이 더욱 '서평'이라는 이름에 알맞는다 사료되니 노근의 감상 위주로 서술하마.
책의 구조는 대체로 경제와 정치로 나뉜다. 뭐 슬기자 책을 읽고보니 별로 두 개를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만. 아무튼 그렇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이해와 한국 부동산 거품에 대한 의견, 이명박 경제 정책과 삼성에 대한 비판이 경제 카테고리의 내용이라면 이정희와 한명숙, 유시민과 이해찬, 그리고 노무현, 김대중, 김구 등에 관해 술회한 정치 카테고리의 내용이다. 이러한 구조화에 걸맞게 본인은 경제에서 한 가지, 정치에서 한 가지의 유의미한 가르침을 얻었다.
첫째는 자본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성숙이 필수 선행조건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유서로 말씀하신 '운명이다'는 말씀의 뜻이다.
첫째 감상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면, 누구나 경제적 성장에 있어서 양극화가 심화된 자본주의의 성공을 꿈꾸지는 아니할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수구 세력들의 작태는 계급의 고착화와 대물림되는 빈부격차를 진정 원하는 것 같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꿈꾸는 경제는 정의롭고 건강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다. 슬픈한국 기자는 이러한 방식의 '진정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성숙이 필수적인 요소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수구들이 구축해놓은 패러다임의 경우, 경제와 정치의 분리 경향이 심하였다. 선성장 후분배라는 기치 아래, 새마을 운동 등으로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에 올인하는 전략들을 펼쳐왔다. 그 결과 우리는 밥을 굶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수준의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만인이 원하는 건전한 경제성장이었느냐에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박정희 시절의 성장은 부풀려진 면이 크며, 이어받은 전두환의 경우에도 세계 경제의 호황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경제 정책 자체가 나눔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전무한 수치식 전략에 따른 부산물로 여겨진다. 이로인해 2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에 고통받고 있으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동산 거품의 불안감에 노출되어 있다.
잘못된 치료로 상처가 곪았으면 올바른 치료를 도입해 바로잡았어야 하는데, 수구 세력과 언론이 쳐놓은 프레임의 덫에 갖힌 국민들은 평생 피땀흘려 모은 2억에 3억 대출받아 집사고 그 집 값이 한 없이 오르기만을 기대하는 저질스러운 사고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의 지난 집권에서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는 수구들의 행패의 극치를 볼 수 있다. 김대중 정권을 이어받은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사회 여러 분야의 영역들에서 가시적인 민주화 성과를 일구어냈으나, 경제라는 한 가지 영역의 측면만을 부각하여 죽지도 않았던 경제를 "모든게 노무현때문"이라는 마타도어를 활용하여 경제 전문가로서의 이명박 신화화를 구축했었다. 그리고 대선은 허무하게 전과 14범의 승리로 귀결되었고, 대한민국은 삽질 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슬픈한국은 경제의 바라던 성장은 기본적으로 건전한 민주주의와 성숙한 시민의식 없이는 절대로 불가하다는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을 진단해낸다. 그러면서 그가 처방하는 대안으로 '부재한 철학의 회복,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을 이끌어내는 교육' 등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 슬기자와 같이 전문적 경제 지식을 학습해온 사람들은 대체로 과학적 사고와 경제 영역의 전문적 지식에 의존하여 사태를 진단하고 대처하고자 하는 경향이 심한 것으로 여겨왔는데, 정치의 후퇴와 수구 언론들의 프레임에 갖힌 국민들의 철학적 빈곤에 귀인하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어떤 인간이 완벽한 진단과 대처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모든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서 해야만 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걸러내는 초심을 되찾을때에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둘째로 이야기할 감상은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 중 '운명이다'하신 말씀에 관한 것이다. 경황이 없던 2년 전 그 날에는 담담하게 하신 내용이라 여겼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유시민의 발언들을 접하여 곱씹어보고, 진보 전체의 가야할 길에 대한 성찰이 뒤따르면서 확신에 가까이 그 말씀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의 목적은 대권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유시민의 지지자들은 그것을 읽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들 중 상당수는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유시민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진보 진영 대통합에만 전념하고 있지만 그 지지자들 중 일부는 여전히 정치 계산에만 여념이 없는 것입니다. ...(중략) 죽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죽는 것입니다.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요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가 아니라, 정말로 죽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유시민은 자신의 몸을 불타고 있는 한국, 그리고 그 속에서 절규하며 죽어가고 잇는 국민을 향해 거침없이 내던져 뛰어 들어가고 싶어할 것입니다. ...(중략) 박정희의 집권 18년이 박정희의 비극적 죽음으로 뒤덮여졌습니다. 김대중, 노무현의 집권 10년이 그 둘의 연이은 비극적 죽음으로 뒤덮여졌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8년이 모자란 것입니다. ...(중략) 민주주의는 원래 피를 먹고 삽니다. 피를 먹은 만큼 자라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사는 것 자체가 피를 흘려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략) 한명숙이나 유시민 둘 중 하나가 대통령이 된다면 수구 정당이 가만있겠습니까. 수구 언론이 가만있겠습니까. 재벌이 가만있겠습니까. 하다못해 진보 진영이 가만있겠습니까. 다 죽이려고 덤벼들 것입니다. 그걸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정말로 죽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노무현이 마지막 죽는 순간 "운명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김대중이 노무현 장례식장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그의 죽음이 숙명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시민이 봉하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슬픈한국의 [한국을 생각한다] 전체를 통털어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요약했다. 그렇다. 반공 60년의 이데올로기와 박정희 신화의 20년은 우리의 인생에서 한 두번의 집권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교육과 학습, 삶의 양식에서 정치가 끼치는 영향이란 무서운 것이다. 거듭된 엠비의 실정으로 민심이 많이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3분의 1 이상의 국민이 그들을 굳건히 지지한다. 그들만 꼴통이라면 모르겠는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진보 진영의 사람들도 집권을 하면 대통령을 물어 뜯는다. 할퀴고 상처주고 모욕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처한 현실과 삶의 무게를 차마 어쩌지 못하는 불인인지심의 진실된 단심에서 외면하지 못하고 자신의 운명으로 정치적 여정을 걸어왔고 지금 우리 앞에서 걷고자 하는 사람이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유시민이다. 익히 알려진 성공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은, 노무현을 도울 요량으로 시작하였던 정치가 거대한 운명의 힘으로 작용하며 자신의 눈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고, 참여당에 입당한 것이다.
유시민은 '운명이다'는 한 말씀에 담긴 고난과 역경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그가 사랑해 마지 않는 조국이 처한 작금의 현실이 너무나 불투명하고 또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의 고통이 수렁에 빠진 상황을 보지 않은 척 외면할 수가 없는 로맨티스트인 것이다. 개인의 행복을 찾아 노래하던 자유주의자 유시민 앞에 놓은 거대한 운명의 힘을 인식한 후로 정치인 유시민으로 무섭게 변화하고 성장하며 커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알게 되었기에 나는 독자파에 반대하고 통합노선을 주장한다. 너무나 슬프지만 걷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의 길에 놓인 유시민을 차마 혼자 보낼 수 없어서, 노무현 때 그랬듯이 유시민마저 보내게 된다면 그 때가서 500만 모여 울고 불고 할 염치가 없어서. 그래서 나는 통합노선을 주장하는 것이다.
슬픈한국의 [한국을 생각한다]는 여러모로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 현실에 대한 슬기자의 유의미한 해석을 들을 수 있어 좋은 책이다. 경제의 성장은 민주주의의 성숙이 바로미터가 된다. 정치에 대한 그의 통찰에 있어서도 김대중-노무현-유시민이라는 한국 진보 정치인의 고뇌와 걸어갈 길에 대해 훌륭한 식견을 보여주고 있다. 이 어찌 권하지 않겠는가. 자신이 참여당원이라면, 그리고 노뼈이면서 유빠라 자부한다면, 공부하자. 그렇게 역량을 길러서 유시민을 지키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