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하기에 따라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또한 만인에게 공개되는 이런 게시판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개인정보가 한 개라도 더 밝혀진다면 이미 폭력의 타겟에 한발짝 더 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다.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은근히 떠받들림과 질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 소위 '師'자 들어간 전문직이라 봉회장급 자뻑이 아닌 이상 '나는 의사요' 혹은 '나는 약사요' 하고 먼저 나설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난데, 내 직업을 만방에 알리고야 말았다. 그만큼 절실했다는 거다.
나는 늘 '자유'를 갈구하는 사람이라 약국을 '유리감옥'이라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삶의 질을 따지기 시작하면 이 일을 때려치워야 하기 때문에 그냥 꾹꾹 누르면서 아예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빨리 시간이 지나가고 내가 빨리 늙었으면, 하루 빨리 애들이 다 커서 부모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끝났으면, 은퇴하고 나서 나만의 여유를 찾고 자유로움을 만끽했으면 좋겠다는 그 바람 하나만 갖고 산다. 시간아 빨리 가라~ 이러면서.
나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내가 뭘 해야지~ 생각했던 것을 늘 다 못하고다음 날로 미루며 살아가니까. 그런 와중에 이런 정치판 언저리를 기웃한다. 유시민이란 사람한테 꽂혀서 그랬다. 그래서 인간이 좀 어설프다. 이것도 확실하지 않고 저것도 확실하지 않고 그냥 그렇다. '조금' 알 뿐이다.
이번 문제에 있어서도 난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처하고,내 동료가 처한 상황만 얘기할 수 있을 뿐이다. 보건 정책이 바뀌어도 '바뀌었나 보다, 따라가야 하나보다' 이랬고, 대한약사회에서 뭘 한다 해도 '하나보다, 알아서 잘하겠지' 이랬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유시민에 더 관심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런데 지금 사태가 약사의 역사 이래 가장 큰 위기란다. 약사라는 직업의 존폐가 달렸다는 거다. 어떤 산업, 직업이든 사양길이 있으니까 새로운 직업도 생기는 게 당연하고, 약사라고 대대만손 철밥통을 가져야 한다는 건 아니다.
우리는 때로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그 당연함이 얼마나 고맙고 훌륭한지를 모를 때가 많다. 공기의 소중함을 잘 모르 듯이. 한국에 살다 미국 가보니 대한민국의 약국만큼 좋은 제도가 없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런데 MB는 수퍼에서 감기약 못 사먹은 귀신이 붙어서 그딴 소릴 했을까? "미국에서는 수퍼에서 감기약 사먹으니 편하고 좋더라~~~ "
부지런한 어떤 약사님이 시(市) 약사회('분회'라고 부름) 임원이 모인 자리에서 OTC(Over The Counter;처방없이 주는 약) 약에 대한 많은 자료를 준비하셔서 발표하셨다. 난 대리로 참석했다. 내 눈에 익숙치 않은 영어 자료라 슬라이드가 한 눈에 쏙쏙 들어오지 않아서 듣기만 했다.
듣고 난 소감은 생각보다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다. 약사들 자신도 막연한 우려만 하지 그렇게 구체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자료를 우리 분회 전 약사들에게 교육시켜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 1년에 8시간씩 연수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올해 연수교육 일정을 앞당겨 그 내용에 대해 약사들에게 교육시켜야 한다는 결정을 했다.
마트판매가 자유로운 나라에서 지금 심각한 것이 약물오남용인데 그것을 어찌할 수 없어서 골머리를 썩인단다. 우리나라 환경 같다면, 그 정도 문제가 되면 그런 약들 당장 마트에서 약국으로 보내고, 약국판매에서 처방용으로 돌려버렸을 것이지만, 그들 나라에서는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팔려왔었기에 지금은 손댈 수가 없단다. 대신 Anti-OTC 캠페인을 벌인단다. 그를 위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고. 하지만 우리나라엔 그런 거 없다. 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직 그만큼 심각한 약물 오남용을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그게 왜 그러겠나? 지금처럼 약이 약국을 통해 잘 관리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들 국민들에게 마트에서 파는 약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약'의 개념이 없단다. 약 좋아한다는 대한민국 국민은 약을 좋아하면서도 한편 약에 대한 까다로움과 두려움을 아직은 가지고 있다. 방송에서 '항생제' 어쩌고 하면 자기들 임의대로 의사의 처방에 나온 항생제도 빼버리고 안먹는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OTC 마트 판매 역사가 긴 나라에서는 약도 일반 물건과 똑같이 인식한단다. 빵이나 콜라, 사탕과 같이 인식하고 취급한다는 거다. 지금 우리는 '설마?' 할 것이다.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절대 그런 바보들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영국 국민들은 첨부터 바보였겠나? 머잖아 박카스 페트병이 나오고 콜라처럼 한 잔 두 잔 맘대로 마셔버리겠지.
마트 판매 약을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라벨인데, 그것이 지금의 '복약지도'를 대신하는 것이다. 그런데 약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16%만 그 라벨을 꼼꼼히 읽는단다. 거기에 나온 용법대로 잘 지키는 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나머지는 대충 건성으로 보고 한 알 먹고 시원찮으면 또 한 알 먹고... 이렇게 과다 약복용을 한다는 거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10대 청소년이란다. 어려서부터 TV에서 광고나오는 약을 봤으니 그게 좋은 건줄 알고 애용한다는 거다. 이스라엘도 청소년 약물 중독이 엄청 심하다 하더라. 우리나라 학부형들은 지금 당장 피켓 들고 거리에 나서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누가 지켜주겠나? 이젠 약사도 아이들 건강을 지켜줄 힘과 책임이 없어지고 있다.
미국 광고 시장의 25%가 OTC란다!!! 전 세계 OTC 시장이 410억 달러인데 미국의 OTC 시장이 18억이라니 과히 OTC 천국, 약물 오남용의 대표주자라 아니할 수 없다.
MB는 이게 좋단다. 왜냐고? 시장이 커지잖아. 시장 키워서 대기업 돈벌어줘야 하니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할 것 같은 타이레놀 때문에 미국에서는 연간 5,900명이 병원을 방문하게 되고 458명이 사망한단다. 영국에서는 7만명이 응급실로 실려가서 150~200명이 사망한단다. 1년에! 우리나라 신종플루 유행할 때 몇 명 사망했나? 우린 신종플루를 얼마나 두려워했나?
도대체! 미래 국민의 건강을 버리고 돈 버는 시장만 키우는 걸 장땡으로 생각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런 것이 '선진화'라고?
'의료서비스 선진화 방안'이라고 그럴 듯하게 말은 만들어놨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핵심은 이거란다. "서비스 산업을 통해 GMP를 올리자." 그래서 나온 것이 일반약 수퍼 판매와 영리병원 허용이다. 의료를 돈벌이에 이용하자는 발상, 그 머릿속에 국민 건강은 없고 돈만 들어있나?
일반약 마트 판매가 되면 가장 큰 부분이 유통 대자본이란다. 그들이 들어와야 시장이 커진다고. 결국 자본이 의약품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종편 채널의 광고시장이 커진다. 금은화 기자가 썼던 것처럼 전문약까지 광고하려다 의사들의 극렬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지 않는가? 그 다음은 건보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처럼 가야 한다 생각한단다. 최악의 경우 일본을 따라갈 것 같다. 등록판매제(일정한 자격을 줘서 의약품을 판단다, 약사가 아니고)니 선택분업(환자 선택에 따라 병원에서 조제)까지.
국민들이 자가 진단하고 자가 치료로 마트에서 맘대로 약 집어 먹게 해놓고 병원에 덜 가게 만들려는 수작이다. 미국에서는 OTC가 없다면 한 해 600만명의 심장질환자가 병원을 찾을 거란다. 그런데 OTC로 자가치료를 하다 치료시기를 놓쳐 병만 키우고, 그러다 약물 중독으로 꽥 하는 거다. 아무도 원망 못하고.
결국 의약품의 수퍼판매는 '국민 편익'이라는 경제 논리를 들이대 약국 시장을 대기업에 내주겠다는 거다. 국민 건강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편리하기만 하면 된다는, 대량 상품으로 생산돼 마트에 많이 있으니 맘껏 드셔요~ 하는 거다.
이 얼마나 섬뜩한 일인가!
그런데 아무래도 MB를 못 막을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4대강 봐라. 국민이 그렇게 반대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잖아. 이 일을 어이할꼬!
2011.06.16 (목) 21:54에 올라온 <세계일보> 기사 봐라.
지지부진했던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도 가속이 붙게 됐다. 감기약, 소화제 등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를 반대하던 보건복지부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해 외국 유명 병원을 유치하는 것과 외국 대학의 분교를 승인하는 방안 등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MB노믹스’의 핵심 정책인 감세 역시 정치권의 반대에도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박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예정대로 낮춰주고 비과세 감면을 줄이는 게 맞다”며 “세율을 좀 낮춰야 내수가 진작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http://www.segye.com/Articles/NEWS/ECONOMY/Article.asp?aid=20110616004498&subctg1=&subctg2=
이 기사 내용 중 우리가 잘한다고 박수칠 내용이 하나도 없다. '슈퍼마켓 판매를 반대하던 복지부의 입장에 변화에 생긴' 게 아니라 MB가 강제적으로 돌려놨잖아, 백주대낮에 칼들고 위협하는 강도처럼. 거기다 영리병원, 외국 대학 분교 승인, 감세 정책... 이거 다 대기업, 대자본을 위한 일이지 서민을 위한 일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밀어부친다. 한번 균형이 깨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평온하다면 그건 삼라만상이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놈의 정권에서는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다. 지난 민주 정부 10년도 파괴했고, 애써 이뤄온 민주주의도 파괴했고, 모든 것이 역주행이다.
그런데 왜 국민은 그걸 막지 못할까? 군홧발 난무하는 시대도 아닌데. 너무 나약해졌을까? 그 동안 편히 살다 보니 저항의 정신을 엿바꿔 먹었나 보다. 참으로 답답하고 앞날이 캄캄하다.
오죽하면 어떤 약사님이 촛불을 이렇게 들자고 했다. 병원이 끝나는 저녁 7시 이후엔 약국의 모든 불을 끄고 촛불만 켜놓자고. 손님이 왜 이렇게 어둡게 하고 있냐 물으면 "약국의 앞날이 캄캄해서요." 라고 대답하라고. 이건 웃기는 개그가 아니다. 눈물나는 이야기다.
약국의 앞날만 캄캄할까, 대한민국 국민 건강도 캄캄하다. 약사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게 아니고 국민도 똑바로 정신차려야 한다.
생각나는 두가지가
1.약국가서 무슨 무슨 약 주세요 하면 두말없이 내주면서 무슨 부작용이니 국민건강이니 핑계대는거냐.수퍼에서 약사는거랑 뭐가 다르냐.
2.병의원에서 조제하면 약값만 주고 조제료니 약품관이리비니 뭐니 하는거 안들어서 개인부담 줄고 보험재정에도 좋고 어쩌구 하는건데..
내 상식으로 판단하면
1.이미 광고보고 이름 알아서 약사러오면 약사 입장에서 그냥 줄수밖에 없지 않나? 복약지도랍시고 토 달면 좋아할 사람 얼마나 있을까.. 약 복용후에 나타날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책임소재의 유무는 확실한 차이인 것 같은데 삼빡한 대응논리가 잘 생각이 나지 않네. 결국 약광고에 따른 해악인데..
2.이건 말도 안되는 억지같다. 병의원에서 조제하면 조제료가 약국에서 병의원으로 옮겨갈 뿐이지 병의원이라고 공짜로 조제해주겠나..
오해는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해야하는데 개같은 언론환경에서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참 지랄같은 현실이다.
작은광장/
포털 댓글에 의사(또는 가족 또는 관련된) 알바가 넘친다.
왜 그렇게 추정하냐면 그 논리가 바로 의사들한테서 나온 거거든.
수퍼판매 문제 토론하는데 늘 의사가 나오잖아.
그래서 국민이 보기엔 [의사-약사]의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는 거야.
이렇게 얘기하면 싫어할 사람 분명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야.
우린 의사협회보다 힘이 약해.
돈으로도 안되고, 막무가내 무대뽀 철면피로도 안돼.
그들은 일간지에 광고도 잘 하지만 우린 그거 하나 하기도 힘들어.
점잖은 척 하다가 밟히고 있는 거지.
누가 그러더라 약사들은 지렁이도 아니라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데 약사들은 꿈틀도 안한다나?
의사 논리로 말하면 2번 댓글이 나오는 거야.
주야장천 죽치고 앉아 그런 댓글 다는 사람들 많을 거야.
그걸 알바로 봐야지, 뭘로 봐야 하나?
1번 답은 님이 쓴 게 맞아.
나도 처음 약국 개국했을 때 손님들한테 잔소리 많이 해대다가 그들이 싫어하는 걸 알고 그 이후엔 안하게 되더라. 진통제를 하도 자주 사러 오길래, 안 좋은 걸 왜 자꾸 드시냐고, 웬만하면 참아보라고 했더니 "괜찮아요. 벌써 10년째 이렇게 먹고 있는 걸요." 이러더라고. 약사가 뭔 잔소리 하면 그 사람은 그 말을 잘 듣는 게 아니라 듣기 싫다고 다른 약국 갈 뿐이야.
다 알고 달라는데 "이거 왜 사세요?" 하면 의심의 눈으로 경계하지. '이것이 내가 달라는 거 말고 딴 걸로 마진 많이 남는 걸로 돌리려 하나?' 하면서 "그냥 주세요." 이런다니까.
어쨌거나 그렇더라도 약국을 찾아가 약사한테 말하고 사는 거 하고, 수퍼에 장보러 갔다가 보이니까 맘대로 집는 것 하고 똑같을 수 있겠나?
2번, 억지 맞지. 병원에서 약 조제하고 조제료 안 든다면 그건 의사가 짓든지 간호(조무)사가 짓겠다는 말이잖아. 무자격자 조제네? 약사가 약을 조제하면 약사 인건비는 안주나? 약 관리하려면 그만큼의 인건비가 나가는 것이고, 소모품이 들어가야 하는것이고.
(이어서)
의사든 누구든 약사가 복약지도에 충실치 않다면 그런 걸로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해.
소비자가 약이 궁금해 물었는데 성실히 대답을 안해준다거나 '그건 몰라도 돼, 그냥 먹어!' 이러는 식이라면 그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지만 그게 아니잖아. 소비자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그에 따라 맞춰줬을 뿐이야.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이 약 저 약 달래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것까지 아무말 없이 줄까? 대부분 약사들은 충실할려고 노력하거든.
쥐가 설치는 일치고 이나라와 백성들에게 해롭지 않은일이 없다. 이건 이미 진리가 되고있다. T.T
운명/
"나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내가 뭘 해야지~ 생각했던 것을
늘 다 못하고다음 날로 미루며 살아가니까.
그런 와중에 이런 정치판 언저리를 기웃한다. 유시민이란 사람한테 꽂혀서 그랬다.
그래서 인간이 좀 어설프다. 이것도 확실하지 않고 저것도 확실하지 않고
그냥 그렇다. '조금' 알 뿐이다." ==> 동병상련이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