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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빅벤과 국회의사당을 꼭 가본다. 바로 그 앞이 의회 광장(Parliament Square)이다. 이 광장에다 텐트를 치고 무려 10년 동안 반전 시위를 해왔던 브라이언 호우(Brian Haw) 씨가 지난 6월 18일 폐암으로 사망했다. 향년 62세.
나는 적어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이 광장 앞을 지나친다. 그를 가끔씩 먼발치에서 바라보곤 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토록 끈질기게 투쟁하도록 하는 지 참으로 놀라웠다. 그의 이력을 보면 전형적인 노동자 출신이다. 한때는 무역선의 갑판원으로 일했고, 7명의 자녀를 둔 가장으로서 우스터셔 지방에서 청소년 지도사로 일 했던 것이 전부이다.
2001년 6월부터 의사당 앞 시위를 시작해서 2010년 9월까지 줄곧 텐트에서 생활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반전 구호를 외치거나 배너를 내거는 방식으로 농성을 해왔던 것이다. 의회 광장은 대략 3~4백 평 정도 되는 작은 공원이고, 도심의 간선 도로가 광장 주변을 에워싸면서 지나고 있는 일종의 교통섬이다. 당연히 24시간 내내 차량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한낮에는 그늘조차 생기지 않는다. 그는 밤에 깊은 잠을 잤을까? 잠자리 들기 전에 어떻게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하며, 용변을 해결했을까? 텐트 주변은 거의 다 정부 부처들, 또는 국회의원 사무실이거나 일반 회사로 둘러싸인 곳이다. 그러니 그가 어떻게 10년간 생활해 왔는 지 자세한 것은 나도 잘 모른다. 다만 그는 지지자들이 가져다 주는 음식에 의존해서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브라이언은 고난도 많이 겪었다. 웨스트민스터 구청에서는 텐트 철거 명령을 내리기도 했으며, 경찰에 연행 당한 적도 여러 차례 있고, 법정에 서기도 했다. 의회에서는 2005년에 ‘중대 조직 범죄 및 경찰법’을 제정해서 의회 밖 1km 이내에서는 경찰의 허가 없이 집회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이 법은 2005년 이전부터 이뤄진 시위에 대한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판사의 판결에 따라 브라이언은 시위를 계속할 수 있었다.
영국 현대미술가 마크 월린저(Mark Wallinger, 53세)는 이와 같은 브라이언의 활동에 큰 감명을 받아 2007년에 ‘스테이트 브리튼(State Britain)’이라는 설치 예술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브라이언을 직접 찾아가서 그에게 아이디어를 얻고, 작품 설치하는 동안 조언을 구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은 영국 국립현대 미술관 가운데 하나인 <테이트 브리튼> 중앙 통로에 설치되었다. (아래의 사진 참조. 중앙에 앉아 있는 이가 마크 월린저). 2007년에 마크 월린저는 영국에서 가장 영예로운 현대미술상인 터너 프라이즈(Tuner Prize)를 수상한다.
나는 이 전시를 보러 갔을 때 미술관 통로를 앞뒤로 오가면서 전시물 하나하나를 반복해서 읽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거칠고, 때론 조악하고, 절규에 가까운 외침으로 가득 찬 문구가 어떻게 예술로 전화되는지,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미술관 구조물 안에 배치시킴으로써 손으로 쓴 대자보가 세련된 고전주의 건물을 어떻게 조롱할 수 있는지를 동시에 느껴보았다. 당시 심정이 감동이었는지, 감격이었는지 아직도 잘 구분이 안 된다.
나는 브라이언 호우 씨의 실천 배경에 깔린 속마음이나 동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어떤 이들은 그가 특정 사안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으로 깍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브라이언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지속했고, 다른 이들이나 언론의 관심을 일부러 촉구한 적도 없었다. 그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견결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누군가 10년을 하루같이 자신의 모든 시간과 열정을 바쳐서 무엇인가를 일관되게 주장했다면 그 사실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를 비난한 힘이 남아 있다면 오히려 거짓말에 기초해서 부당하게 전쟁을 획책하고, 그 결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무고한 양민을 희생시킨 전쟁광 부시와 블레어를 먼저 질타하는 것이 정당하다. 브라이언 호우 씨의 명복을 빌며, 그의 바람대로 이 지구상에서 총성과 포성이 사라지는 날이 다가오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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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