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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모 여고에 다니는 딸이 학교에서 윤리 선생님한테 들었다며, 약사들이 일반약 수퍼 판매를 반대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고 해서 충격 먹고 잠이 안온다며 어떻게 해얄지 묻길래 작성해본 글이다. 그 학교 홈피에 올릴지 말지는 본인과 딸의 의견을 들어 하겠지.
선생님!
도대체 학교는 왜 필요하고 선생님들은 왜 필요한가요? 요즘 대부분의 애들이 학교와 학원을 동시에 다니고 있습니다. 심지어 학교에 가서는 수업 시간에 졸고 학원에 가서 열공한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이 지경이 되었다면 학교와 교사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고, 괜히 이중으로 애들을 공부틀에 씌워 고생시키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공,사교육비를 부담하느라 이중으로 등골이 휘고 있는 것 아닙니까? 학교 선생님이 '학원에서 안 가르쳐 주더냐, 그건 학원에서 배워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학교 무용론, 교사 무용론까지 나오게 생겼습니다.
어느 날 학원 연합회(그런 게 있는지 모르지만)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면 선생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애들 교육은 가정과 학원에서 해도 충분하다. 괜히 중간에 학교가 있어서 불편하다. 자라나는 애들이 학교 때문에 더 고통 받고 학부모는 늘어나는 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휜다. 이건 국민의 편의성과 경제성 차원에서 볼 때 불합리한 구조니까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고 학원에만 보내게 하자!'
이런 주장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선생님은 상상이나 하시겠습니까? 이런 일이 생길 때 선생님은 '맞다, 미안하다, 우리가 괜히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만들었구나. 얘들아, 이제 니들은 학교에 오지 말고 학원에만 다녀라!' 이러시겠습니까?
선생님들은 기가 막혀 하시면서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 하시겠죠? '교육'이란 게 그리 간단한 거냐며, 단순한 지식만 머리에 넣는다고 그게 제대로 된 교육은 아니라며, 정규 교육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에 대해 거품 물고 말씀을 하시겠죠?
그럴 때 제가 '학교와 교사는 공교육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해 대한민국을 사교육 천지로 만들어 놓고선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그래도 지들이 잘났다 하네!'라고 말한다면 제 주장이 맞습니까 틀립니까, 이런 주장을 수긍하실 수 있겠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반의약품 수퍼 판매' 문제가 이와 별다르지 않습니다.
공교육이 사람을 '인성을 제대로 갖춘 건강한 인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처럼, 약사는 약물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교사나 약사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 역할에 대해 회의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없다고 가정할 때 나타날 부작용을 예측하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학교와 교사가 없을 때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선생님은 열가지도 더 생각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을 생각한다면, 약의 속성을 일반인보다 조금이라도 더 아는 약사나 의사는 절대로 찬성을 할 수 없는 것이 일반약의 수퍼 판매인데 우리 나라 의사들은 참 이상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교사와 학부모가 약사보다도 더 앞장서서 반대할 일인데 교사가 약사들을 지칭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한다는 것도 참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제가 생각키에 이런 현상은 '개인 이기주의'입니다. 선생님도 그 차원을 한치도 못 벗어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만 편하면 되지, 나만 의약품 구입하는데 불편함이 없으면 되지' 라는 생각의 발로가 아니라면 그런 발언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부터 일반의약품을 수퍼에서 판매한 나라들의 고민거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성인도 그렇지만 청소년의 약물 오남용 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었기에 학부모들에게 책임을 지우며 많은 예산을 들여 'Anti-OTC(Over The Counter;처방없이 살 수 있는 약'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약이 수퍼로 가면 더 이상 약으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식품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선생님과 같은 소비자들이 약에 대해 얼마나 엄격한 관리를 요구하고 있습니까? 유명한 광고 품목인 일반약 하나라도 무자격자 손에서 건네지면 화를 내고 약사들을 나무라는 분들 아닙니까? 이런 약들이 수퍼에 가면, 건네주거나 지켜보는 무자격자 조차도 없이 본인이 스스로 집어오게 되는 겁니다.
일반약 수퍼 판매가 확대되면 매일 매일 TV에서 엄청난 약... 아닌 '의약외품' 광고를 보게 될 것인데, 이걸 어린애부터 청소년까지 다 보게 되는 것이고 그 애들이 미숙한 판단으로 쉽게 다 취하게 된다는 겁니다. 하나 먹어서 효과 없으면 또 먹고, 이거 안 들으니 다른 걸로 또 먹고, 이런 식으로 약물 오남용이 되는 겁니다. 마치 빵 하나 먹어서 만족하지 않으면 또 하나 먹듯이 된다는 겁니다. 이건 결코 저의 상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문헌으로 다 나와있는 내용입니다.
이런 걸 생각한다면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교사나 학부모님들은 일반약 수퍼판매 반대를 위해 피켓들고 당장 거리로 나오셔야 마땅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선생님처럼 편견을 가지신 분들이 '집단이기주의'로 볼까봐 약사들이 속을 끓이면서도 주저하고 있는 지금 나서주셔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이 청소년들의 공교육을 담당하고 계시는 교사들이 할 일이고, 내 자식의 앞날을 염려하는 학부모님들이 할 일임을 저는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저는 약사 직능을 떠나 제 자식들과 제 이웃의 자식들을 위해 일반약의 수퍼판매가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생 여러분!
'건강'과 '안전'은 결코 '편의성'이나 '경제성'과 견줄 수 있는 가치가 아닙니다. 건강하지 못하고 안전하지 못한 환경 아래에선 그 무엇도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습니다. 어른들의 잠시 불편함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있을 위험성을 막을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더운 여름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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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