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201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해 총 187명의 학생들이 시험을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는 지난달 공문을 통해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에 따른 대체 프로그램을 금지토록 하고 시험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무단 결석 및 결과로 처리토록 지시했다. 교사 또는 학교 차원에서 시험을 보지 않고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징계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제고사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날 시험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교육단지에 위치한 학교이다. 창원여고, 경일고, 경일여고, 내동초등학교, 경원중학교,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한국폴리텍 7대학이 나란히 위치해있다.
오늘 출근을 하는데 모든 학교의 정문에 경남 전교조 선생님들이 일제고사 반대 피켓을 들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우리 학교도 며칠 전부터 오늘 치루어진 전국 초중고 일제고사를 준비한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교과부는 공문서를 통해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학생들을 단호히 징계하라 명령하였다.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부족한 학생들을 가려내 수준별 교육을 시키려는 취지. 사교육으로 인해 가계 부담이 심각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충분히 이해할'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고2 학생에게 고1 과정의 국/영/수를 시험보게 하고, 그 이해 수준을 단계로 나누어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학생에게 기초학력미달자란 꼬리표를 붙이고, 다시 예산을 투입하여 그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추구하는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럴거면 왜 아이들이 고1 과정을 학습할 때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는가? 왜 아이들이 고2가 되기 전에 교육을 함에 있어서 제대로 발달 상황을 측정하여 미달하는 학생이 없거나 아주 적을 수 있도록 신경쓰지 않은 건가?
1년 뒤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모아두고 보충수업 실시해서 선생들 배를 더 불려주려는 복지를 하사하려고?
이것은 교육에 있어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하에 교사들과 학교를 줄 세우고 평가매기겠다는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구제가 주 목적이 아니라, 교사 성과급 차등 지급과 학교 평가를 통한 한국식 서열 매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말이다.
공교육이 무너진다는 우려가 난무하고 사교육비는 잡아야겠고. 진퇴양난의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부터 내놓은 대안이란게 겨우 저거란 말이다. 일제고사를 통해 학교와 교사를 줄 세우고, 학생을 줄 세워서,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잘 하는 학교엔 잘 하는 학생이. 못 하는 학교엔 못 하는 학생이 모이게 하여, 이름도 거창한 '수준별 교육'을 시키려는 것.
보편적 의무 교육이 공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때에, 저러한 개념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무서운 발상이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교육'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이대어서는 안 되는 매스라 여겨진다.
교실 붕괴에 버금가는 학생들의 비윤리적인 행동들도 학습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끼기론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라고는 결단코 말할 수 없다. 문제는 현장을 좆도 모르는 교과부 관리들이다. 현장엔 관심도 없고, 현장의 현실도 모르면서 자기들이 유학 다녀온 미국식 실용주의 교육제도를 인위적으로 끌어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이러한 행태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준칙에 입각해 봤을 때 너무나 안일하고 거만한 사고방식이다.
작년 고1 과정에을 수료할 때 공교육을 책임지는 국가의 정규직 공무원인 교사들에게 제대로 학습 성취를 이루지 못한 학생들이, 이러한 줄 세우기식 평가 이후에 예산을 투입하고 인턴 교사들을 통해 보충 수업을 실시하면 비약적인 학습 성장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보는가?
나 혼자만 회의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긴,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요즘 같이 출산율이 낮은 상황임에도 어떻게 된 대가리들인지 "출산율 줄어드니까 이제 교사 덜 뽑아도 1인당 학생수는 유지되겠네. 그 예산으로 사대강 ㅋㅋ" 이러고 있다. 아직도 중소 규모 이상의 도시에서는 고등학교의 경우 한 학급에 40명의 학생이 콩나물처럼 수업을 받는다. 정말 대단들 하시다. 진보적 가치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해 보인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