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과 이정희가 한국 정치가 처한 양당 체제의 고루한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몇 차례의 교감 과정을 거쳤다. 그것이 민중의 소리 이정무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집으로 출간되었다.
온건한 진보주의자 이정희와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이라는 서로 다른 정파의 두 대표가 만나 치열하게 토론을 벌인 이 책은, 둘로 대표되는 민노당과 참여당의 관계 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 대체제이기 보다는 보완제로 기능하면서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수구/보수 세력을 극복하는데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지난 한국 정치의 역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양대 세력에 의해 지분이 나누어져 왔다. 그런데 권력교체를 열망하는 입장에서는 실제로 집권이 이루어진 시기가 만족스러웠는지 성찰해 보았을 때 유쾌한 긍정의 대답을 내리기 힘들다. 이것은 다가오는 내년 총선/대선 정국에서 다시 한 번 광의의 연대/연합을 통해 권력을 되찾아 올 수 있겠느냐를 물어볼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6.2, 7.28, 4.27 재보궐 선거를 통한 경험적 학습에서, 민주당이 취한 실익에 비해 민노/진보/참여당으로 대변되는 진보주의 세력들이 희망적 메세지를 수확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족 1. 참여당이 진보인가 아닌가는 조승수만 궁금해 하는 것 같으므로 하등의 대꾸할 필요성을 못 느낌. 사족 2. 민노당의 경우는 상당한 이미지 개선과 실질 의석 확보를 이루었지만 '고맙게도' 먼저 통합 논의에 손을 내밀어주었다는 것을 볼 때 최소한 이정희 대표는 작금의 현실이 그닥 만족스럽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음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둘의 만남을 민노/진보 두 당이 재혼하려는데 참여당이 끼어들었다는 회심의(?) 비판을 날리며 참여당의 진보적 정체성을 의심하였는데, 이는 자충수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수준 높은 대담집의 어디에도 두 대표 간의 '다름'만 존재할 뿐 '틀림'의 지점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국과 오연호의 '진보집권플랜'보다 몇 배는 더 귀중한 '미래의 진보'는 일정 이상의 열린 사고와 보통 사람의 상식에 준하는 '개념'만 구비하고 있다면, 민노당이 추구하는 사회주의적 가치와 참여당이 추구하는 자유주의적 가치가 '진보'의 틀 안에서 얼마든지 유연하게 섞일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오히려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는 지점들은, 두 사람을 지지하는 세력들의 수준이 두 사람과 현격한 격차를 벌이고 있음으로 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유시민이 51대 49의 심정으로 대중적 진보신당 건설에 찬성한다는 표현은 그의 '심정적' 아쉬움의 토로이다. 허나 신념윤리의 차원을 떠나 책임윤리를 고려하는 정치인으로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지점은 내년 총선/대선 국면에서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열망의 당위에서 찾아야 한다.
이정희 대표의 경우에도 민노당이 지난 20여년 간 걸어왔던 투쟁의 길과 신념이 틀렸음을 의심하는 통합 논의의 제안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진보신당과의 분당 사태 이후, 현실 정치에서 그녀가 답답함을 느끼는 국면들을 변화시키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던 시행 착오의 역사에서 실마리를 얻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보 세력들과 논의해 나가겠다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은 단지 '대화'를 시도한 것이고, 그 '대화'는 한 권의 훌륭한 대담집으로 나올 만큼의 수준 높은 토론이었으며, 그 '대화'의 논조는 절대로 관용할 수 없는 보편적이지 못한 것을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었고 '너와 내가 서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관용의 자세를 견지했음이 책을 통해 드러났다고 여겨진다.
아직도 진보세력이라 스스로를 지칭하면서, 독자노선에 대한 아쉬운 마음 혹은 강렬한 거부감을 가지는 양 당의 지지자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이 책을 읽어라. 물론 전여옥의 칼럼을 읽는 듯한 전투적인 자세는 버려라. 단지 불온한 자유주의자와 온건한 진보주의자라는, 서로 다르지만 섞일 수 있는 '대체제'로 상대방을 규정한 우리 시대의 가장 수준 높은 두 정치인이 진정성을 가지고 치열하게 토론한 이 책을 영광스럽게 읽어라. 참고로 이 책의 가독성은 그 토론 자세의 개방성과 담고 있는 내용의 고매성에 정확하게 반비례한다. 좆도 몰라도 참 쉽게 읽힌다의 고상한 표현이니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