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부터 꿈에 그리던 교단에 섰다. 그리고 3년 가량이 흘렀다. 3곳의 고등학교에서 1,700명 정도의 학생을 만났다. 이제 나는 미련없이 - 잠정적으로, 혹은 영원히 - 교단을 떠난다.
어릴 때 무슨 이유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내 꿈은 교사였다. 그렇게 중고등학교 시절을 준비했고 수능쳐서 경상대학교 사범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학점에 충실했고 괜찮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임용은 떨어졌는데, 4학년 때 본 첫 시험이 가장 점수가 좋았다. 3학년 겨울방학 이후 "더 이상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가진단한 배짱이 나를 안정적인 삶과는 거리가 먼 놈으로 만들어버렸다. 아무튼 첫 시험 낙방이후 제대로 공부하고 임용친 적은 없다. 그래서 2번 더 쳐봤는데 점수만 떨어졌다.
재수라는 놈은 하기도 싫고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기간제 자리를 운 좋게 구했다. 비정규직 선생 자리도 운이 좋아야 구할 수 있는 좆같은 현실은 교직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들어간 첫 학교. 그 곳에서 나는 노무현을 잃었다.
5월 23일이 지나고 보통 주변의 선후배 선생들과 내 삶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내가 너무 거시적 도덕성에 쩔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노무현을 죽게 만든 미친 세상에서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교단에 서서 윤리를 가르치는게 너무 너무 부끄러웠다. 내 주변 윤리 선생들은 부끄럽지도 않은걸까? 애들한테는 착하게 살라고 가르쳐야 하는데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현실이 너무 나에게는 아프게 다가왔다. 이미 그 때부터 내 교사로서의 이상과 현실은 어긋났는지 모르겠다.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시민광장에 들어갔다. 이후 온오프에서 활동하며 국민참여당 사람들과도 교류했다. 올해는 박봉팔닷컴에서도 놀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내 신분은 항상 '기간제 교사'였다. 정치적 색깔을 가져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의 선생의 직분에 비춰볼 때 나는 불온한 비정규직자였다.
처음 교단에 서고 노무현이 죽고 내가 했던 결심은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단순한 진리였다. 교단에서 1년만, 아니 한 달만 근무해도 현실에 안주하고 편해지려는 경향이 심해진다. 나는 나름 엄격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편함을 추구하려는 모습을 발견하고 굉장히 놀랬었다. 그렇게 저주하던 꼰대 선생이 되려고 하는 내 모습. 평생을 자기 계발하고 각성할 자신이 없었다. 임용이 되서 정규 교사가 되더라도 10년 안에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인지 이제 떠나서 그 결심을 증명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나같은 뛰어난, 대한민국 최고의 윤리선생도 요런 상황일진대 일선 현장의 많은 선생님들은 어떻겠냐? 괜히 하는 비판은 아니니까 교육 공무원 사회에서도 각성이 필요할 것 같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알게 된 사실은 전에도 종종 얘기했듯이 '애들은 죄가 없다'는 것. 아이들은 죄가 없다. 그냥 이 빌어먹을 세상에 하이데거의 말처럼 '피투성'으로 던져졌을 뿐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결손가정에서 자라 삐뚤어지건, 가난한 집에서 자라 배가 고파 빵을 훔치건 어떤 결과적 행위를 야기하다라도! 애들은 아무 죄가 없다. 이 전제를 무시하고 접근하는 어떠한 교육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내 나름의 결론이다. 공교육 강화, 학교 폭력, 반값 등록금, 인성 교육, 체벌 금지 등등 어떤 교육의 제분야라도 우리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는 걸 인정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건강하게 보장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정말 간절히 소망한다. 그런데 일단 교육'과학기술'부를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로 나누는 것이 시급할 것 같다. 로케트 쏘는 집단이 우리 아이들 교육을 책임진다는게 말이 되는가.
아무튼 예전 같았으면 이번에 계약이 종료되고 경남 교육청 홈페이지 들락거리며 기간제 뜬 것 없나 찾아다녔을텐데 이제 늘 생각하던데로 쿨하게 그만두게 됐다. 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만 한다면 나는 교사를 하지 않으련다. 교사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대로 일제고사를 모른 척 해야 한다면 나는 교사를 하지 않으련다. 이런 결심을 실천할 수 있게 된 데는 아마 내가 '젊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용기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솔직히 5년, 10년 다른 일 하다가 다시 너무 너무 어릴 적 소중했던 꿈인 교사가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 때 다시 돌아가 공부하더라도 나는 35살 정도? 충분히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형들도 내 일신의 안녕 때문에 걱정도 많이 되시겠지만 응원을 가열차게 해주길 부탁드린다.
조만간 주권당원 신청해야겠다. 집으로 공보물 날라오면 큰일이니까 가라 주소를 하나 만들던가 해야겠네. (왜 큰일나냐면 우리 아버지는 내가 이런거 하는거 전혀 모르시는 보수주의이시다) 오늘은 대한민국 교육계의 큰 별이 진 날이다. 각자 애석해하며 소주 한 잔 기울이길 권하며 본 글을 마친다. ㅋㅋ
언제나마음만은/님처럼 retire 는 tire를 다시 re 교체하는 retire 래
인생의 마디에서 또다른 발을 내 디디면 또 다른 세상이 반드시 존재하더라
그 가상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장도에 성공을 기원....도전은 아름다운 것..
나도 미8군 쇼단에서 4년간 road manager 하다 71년도 동두천 주둔 미 7사단이 철수할때
(문산,용주골에 있던 미2사단이 동두천에 재배치) 금방 미군이 다 철수할것 같아 미8군
엔터테인먼트 회사 그만두고 노근이처럼 제2의 출발을 했던 경험있다(우리나라 미군부대는
안다녀본곳이 없다,JSA 판문점부터 부산 하야리야 부대,공군K8군산부터 K14김포~K55송탄까지..
삼가조의를 표한다.
살아가는데 자신있다면,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는것이 제일 행복할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노근기자를 믿겠다.
우리집이 사천이라 늘 진주 올라가는길에 완행버스타면, 경상대학교 앞을 지나쳤던 기억도 새롭고,나 또한 경상대 사범대를 지원했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네...... !
저랑 비슷한 나이(당시)에, 비슷한 이유로 다른 삶을 선택한 노근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힘들더라도 지금 정도의 굳은 소신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하고 성공하리라 확신합니다.
10년후의 노근님이 지금 제 나이가 될텐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힘들일 있을때나 혹 광주에 오실일 있으면 쪽지해요. 식사는 무한대로 제공하겠음.(친목질 아님ㅋ)
접을려면 일찍 접는게 좋다!
난 너무 늦게 접었다.
유대표의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 이야기 공감한다.
인생은 짧다.
한길을 가면 다른 길은 포기.
나중에 만난다고 했는가?
영원히 못만난다고 했는가?
글고 유대표도 비정규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나도 한 때는 교사였다!
ㅋㅋ 그리고 연금도 받을 수 있었는데
5년 후부터 나온다고 해서 포기하고
그냥 퇴직금 일시불로 받고 그 퇴직금 다 쓰고 없다.
ㅋㅋ
짧은 인생에 연금 받으면서 살기는 싫더라!
그리고 나 절대로 후회 안하고 산다.
노근 /내 가치관으로 교사는 밥벌이땜에 하는 사람이있음 아니되오. ㅋ
[출처] 박봉팔닷컴 - http://www.parkbongpal.com/bbs/board.php?bo_table=B01&wr_id=104156#c_104175 이 세상엔 다양한 가치관이 있지만 노근의 가치관과 같은 입장 선택을 했던 사람으로 세상살이 넘 힘들지만 인생은 끝까지 살아봐야 하는것이니까 ,, 끝까지 화이팅!!! 어릴적부터 고인 꿈꾸온 신성한 교사로서의 꿈은 헛되지 않고 이 사회에서 무슨일을 하든지 하늘의 별빛처럼 영롱하게 앞길을 밝혀주기를,,,,,,,나 또한 그렇게 노력하면서,,,,,
노근샘
안타깝고 축하한다
원래 교단 할 때, 단은 썩은 곳이다 종교의 교단도 어쩌면...
요즘엔 교단을 다 없애고, 아이들과 같은 높이로 만난다
머 그렇다고 8할 샘들의 꼰대정신이 함께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도
교사의 꿈이 못내 안 잊혀지면, 멋진 대안(원안을 추구하는)학교로 가라
글구, 가만 생각하면 세상이 다 학교고 사람들은 다 학생 아니겄나
거리의 교사가 되고, 사회의 스승이 되시라
노근,,,왠지 길의 뿌리,,,길의 근성....ㅎ 운명인지도 모린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