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침묵했던 순간들보다 지금 덜 답답한 건 아닌데, 시간이 약이어서 그런지, 답답함도 무뎌지는 것 같긴 하다... 각설하고...
유시민이 다시 세상으로 나왔을 때, 예정되어 있던 고단한 길이 우리 앞에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언필칭 논객들의 '코치질'을 뒤로 하고, 우리 시대 최고의 인물이자, 몇 안되는 희망 중 하나인 유시민은 가시밭길 같은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세간의 욕은 안 먹고 살아도 될 만큼 좋은 일, 많은 기여를 한 이 사람인데, 안 먹어도 될 욕까지 다 자기가 짊어지고, 시대의 소명이라는 길 속으로 걷는다... 그래서 갚지 못하는 내 마음의 부채는 오늘도 쌓이기만 한다...
지금 유시민은 별로 잘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진보 대통합을 위해 자기의 자존심 다 내려놓고, 온갖 모욕을 다 견디며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지켜보는 이가 안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왜 굳이 그 길을 가려고 할까?
집권하는 데 있어서, 그 길은 유일한 길은 고사하고, 확률적으로 가장 어려운 길임을 우리 모두 직감하고 있지 않나? 똑똑한 그라고 해서 모를까?
그런데도 그 길을 가려 한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일부 남아 있는 재야 시민사회 세력에, 끝까지 노무현의 가치를 움켜쥐고, 비바람 간난산고에도 흩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노무현 최후의 지지자들 그룹이 결합한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민노당도 별로 흔쾌하지 않고, 진보신당은 아예 가당치도 않은 비토질 중인데도 말이다...
나는 유시민이 얼마나 절박한지 어렴풋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린다. 그에게는 가장 어려운 길, 가장 고통스러운 길, 가장 아니꼬운 길, 가장 폼 안 나는 길... 그런데도 우리나라에는 가장 필요한 길, 유일한 길, 언젠가 가야할 길, 그리고 어쩌면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 갈 길이기에 그는 가려고 한다...
자기들끼리 대안도 없이 싸우기만 하는 애들이 자기들이 불량 진보인지도 모르고, 민심으로부터 속된 말로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리다가 비극적 종말을 맞는 것도 막아야 하고, 정치 허무주의에 빠져서 다시는 희망이라는 걸 찾지 못해서 허공에 스러져버릴지도 모를 노무현 최후의 지지자들 그룹도 묶어내야 하는 길...
그리고 그것보다 더, 우리 사회의 한 차원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아직도 너무나 막강한 보수기득권 세력의 강고한 국가권력 독점과 사유화에 맞서기 위해, 그리고 지역을 깔고 앉아 쪼개진 정치 지형이 가로 막고 있는 우리 정치의 새날을 위해,
반드시 손잡고 같이 한 동안은 가야할 이들 정치세력을 묶어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에, 오늘도 온갖 모욕을 견디며, 손을 내미는 그의 모습이 내겐 너무 가슴 아리다...
해 줄 수 있는 게 너무 없다, 정말... 그냥 기도하는 심정으로, 나도 묵묵히 이 모욕을 견디면서, 저 투정군들조차도 보듬고 가야한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백번씩 되뇌이는 것 빼고는...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